컨텐츠 바로가기

12.05 (목)

이슈 '한국 축구' 파울루 벤투와 대표팀

[송지훈의 축구.공.감] '상승세' 벤투호, 콜롬비아전 후반 45분을 기억하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손흥민은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나온 콜롬비아에게 득점포를 터뜨리며 '옐로 킬러'다운 면모를 뽐냈다. 이 골과 함께 A매치 9경기만에 무득점 부진에서도 탈출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살다보면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현상과 마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A매치 콜롬비아전’도 그중 하나다. 콜롬비아는 축구 대륙 남미에서 ‘양대 산맥’ 브라질ㆍ아르헨티나의 아성을 위협하는 실력자다.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표에서 꾸준히 10위권 언저리를 유지하는 강호이기도 하다.

그 대단한 콜롬비아를 만날 때마다 한국 축구는 신묘한 ‘호랑이 힘’이 솟아난다. 지난 1994년 첫 맞대결 이후 일곱 번을 싸워 단 한 번 밖에 지지 않았다(4승2무1패). 특히나 최근 2년 사이에 두 차례 만나 모두 2-1로 이겼다.

콜롬비아 선수들도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다. ‘아시아 호랑이’에 물릴 때마다 번번이 물의를 일으킨다. 2년 전에는 미드필더 에드윈 카르도나(27ㆍ보카 후니오르스)가 인종차별 의미가 담긴 제스처를 취했다가 FIFA로부터 5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리턴매치에서는 공격수 라다멜 팔카오(33ㆍAS모나코)가 우리 대표팀의 구급상자를 냅다 집어던져 빈축을 샀다. 경기도 졌고 매너도 졌다.

중앙일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 손흥민이 골을 넣은 뒤 황의조 등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2일 볼리비아전(1-0승)과 더불어 2연승으로 마무리한 3월 A매치 2연전은 파울루 벤투(50ㆍ포르투갈)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기사회생의 무대였다. 앞서 아시안컵 8강 탈락으로 좁아진 입지를 상당부분 회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벤투 감독도 나름대로 공들여 이달 A매치 2연전에 대비했다. ‘고집스럽다’ ‘단조롭다’ 등 부정적인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가지 변화를 줬다. 구구단처럼 늘 똑같던 4-2-3-1 포메이션에서 벗어나 공격에 무게를 실은 4-1-3-2 포메이션을 채택했다.

에이스 손흥민(27ㆍ토트넘)을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는, 이른바 ‘손톱 시스템’도 선보였다. 경기에 내보내진 않았지만, 18살 유망주 이강인(발렌시아)을 대표팀에 불러들인 것 또한 이미지 개선에 한몫 했다는 평가다.

중앙일보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콜롬비아와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관중이 꽃가루를 뿌리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과감한 변화의 열매는 달콤했다. 2연승, 9경기 만에 터진 손흥민의 득점포, 남미팀 상대 무패(4연승) 행진, A매치 6경기 연속 매진 등 긍정적인 결과가 줄을 이었다. 모든 게 장밋빛이었던 건 아니다. 오는 9월부터 시작하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을 앞두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도 또렷하게 보였다.

콜롬비아전 후반 45분이 대표적이다. ‘지배하며 승리한다’는 벤투 감독의 경기 운영 원칙이 무너졌다. 축구경기분석업체 ‘팀 트웰브’가 제공한 콜롬비아전 데이터에 따르면 전반 초반 52%로 출발한 우리 대표팀의 볼 점유율은 후반 막판 37%까지 떨어졌다.

주요 지표들도 일제히 ‘콜롬비아 우세’를 가리켰다. 벤투호는 슈팅 수(9-19), 유효슈팅 수(4-7), 패스 수(253-424) 등 전반적인 기록에서 저조했다. 이길 수 있었던 건 손흥민과 이재성(27ㆍ홀슈타인 킬)의 시의적절한 득점포, 그리고 무려 6개의 유효슈팅을 막아낸 수문장 조현우(28ㆍ대구)의 ‘미친 선방쇼’ 덕분이었다.

중앙일보

콜롬비아전 두 번째 골 겸 결승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는 이재성(위).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케이로스 콜롬비아 감독은 전반에 주축 선수 상당수를 빼고 1.5군급으로 느슨하게 출발했다. 손흥민에게 한 골을 내주고 0-1로 전반을 마친 뒤, 후반에 ‘진짜 콜롬비아 축구’를 보여줬다. 하메스 로드리게스(28ㆍ바이에른 뮌헨)와 팔카오, 루이스 무리엘(28ㆍ피오렌티나) 등 핵심 멤버들을 줄줄이 투입했다.

진용을 정비한 콜롬비아가 수비라인을 한껏 끌어올려 거칠고 강하게 압박하자 우리 선수들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벤투 감독이 ‘공격 전술의 대동맥’으로 여기는 양쪽 풀백이 상대 압박에 묶여 수비 지역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전체적인 공격 밸런스가 무너졌다. 전술 변화와 선수 교체를 통해 극복하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벤투 감독은 수비수 5명으로 위험지역을 지키는 ‘수성’ 전략을 택했다.

고대하던 A매치 골맛을 봤지만, ‘손흥민 활용법’은 여전히 숙제다. 공격진에 월드클래스 공격수 손흥민이 가세한 건 축복이지만, 에이스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손흥민이 뛰지 못할 때’를 대비한 플랜B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세트 피스를 비롯해 패턴 플레이 가짓수를 늘리고 정교함을 높이는 게 과제다.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중앙일보

콜롬비아를 상대로 기분 좋은 2-1 승리를 거둔 축구대표팀은 오는 6월 두 번의 평가전을 치른 뒤 9월부터 시작하는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일정에 돌입한다. 양광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