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했던 골프 신의 인간적 부활
전부 지켜본 팬들 기쁨의 공감대
타이거 우즈가 지난 14일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샷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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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니는 “자동차로 가는 길이 엄청나게 길게 느껴졌다”고 했는데 비행기에서 내려 차를 빌린 시간, 도착시각 등을 따져보면 엄청난 과속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루니는 “우즈의 우승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가치가 있었다”고 했다.
지난 15일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우즈에 대한 호감도가 역대 최고라고 한다. 부상과 스캔들로 성적을 못 낸 ‘잃어버린 10년’ 동안 우즈는 지탄도 많이 받았는데 말이다.
왜 우리는 타이거 우즈를 응원할까. 우즈의 우승은 밑바닥까지 추락한 선수의 재기 스토리를 넘어선다. 요즘 뛰어난 운동선수를 신계(神界)로 구분하는데, 기자의 기억으로는 그 원조가 타이거 우즈였다. 2008년 우즈가 무릎이 아파 절뚝거리며 US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뉴욕타임스는 “단순한 인간의 신분을 넘어 불멸의 존재가 됐다”고 썼다. 그는 이전에 아무도 못 갔던 곳에 혼자 갔다.
우즈는 마스터스 12타 차 우승, US오픈 15타 차 우승, 4연속 메이저 우승인 타이거 슬램 등의 기록을 세웠다. 우즈는 142경기 연속 컷 통과 기록도 남겼다. 깨지지 않을 기록으로 평가된다. 또 하나 놀랄 만한 기록이 있다. 스포츠 기록 전문가 조 페타에 의하면 우즈는 2000년 89라운드 연속 참가 선수 평균보다 좋은 스코어를 기록했다.
골프는 1등이 계속 1등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한 두 라운드 망칠 수도 있다. 아니 망치게 돼 있다. 우즈는 그러지 않았다. 우즈가 경기한 시간에 폭풍이 불거나, 장대비가 내렸을 거다. 우즈가 독감에 걸렸거나, 뭔가 잘못 칠 상황이 있었을 텐데도 그랬다.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이제 사람들은 그 신 같던 존재가, 여러 부상과 스캔들로 인해 실은 결점이 많은 우리와 비슷한 사람인 것을 알고 있다. 이번 마스터스 4라운드에서 그는 동반자 토니 피나우 보다 샷 거리가 20~30야드 짧았고, 짧은 퍼트에 자신도 없었다. 어렵게 역전승했다. 과거엔 완벽에 가까운 우승을 거뒀지만, 지금은 그렇지않다. 그래서 그에게 더 정이 간다.
너무나 뛰어났기 때문에 그의 퍼포먼스는 물론, 많은 것들이 세상에 알려졌다. 2009년 우즈 스캔들이 터졌을 때 타블로이드인 뉴욕포스트는 관련 기사를 21일 연속 1면 톱으로 내보냈다. 9·11 테러 때보다 더 길었다.
그래서 다들 그를 잘 안다. 혹은 그렇게 생각한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는 매우 친숙한 존재다. 그런 면에선 우즈의 여정에 골프 팬들도 함께 했다.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어려움을 겪다가 재기했으니 그를 응원하는 것이다.
2014년 ‘타이거의 시대를 보내며’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내용은 이랬다. “‘넘을 수 없는 벽’ 우즈와 동시대 사람인 것을 한탄한 필 미켈슨, 비제이 싱, 어니 엘스의 시대가 가는 것이다. 우즈와 동반 라운드를 많이 했던 한국 최고의 골퍼 최경주의 시대가 저무는 것이다. 우즈 보다 두 살 아래로, 일 년 늦게 스타덤에 오른 박세리의 시대도 우즈라는 태양 빛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그들에게 환호했던 동시대 골프 팬들의 시대가 저무는 것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기자의 칼럼이 틀렸다. 우즈는 시간을 멈추게 하고 동화 같은 해피엔딩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불가능한 여정에 함께 한 많은 사람이 기뻐하고 있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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