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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이슈 [연재] 경향신문 '해외축구 돋보기'

[해외축구 돋보기]맨유의 ‘엔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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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20위 허더즈필드와 무승부…차기 챔스리그 자동 진출 좌절

팬들 “내가 알던 맨유 아냐” 분노

급여 삭감 등 팀도 ‘태풍 속으로’



경향신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폴 포그바가 5일 허더즈필드전에서 득점 기회를 놓친 뒤 유니폼으로 얼굴을 가린 채 아쉬워하고 있다. 허더즈필드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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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허더즈필드 원정이 맨체스터 유나티이드엔 올 시즌 ‘엔드게임’이 돼버렸다. 주심의 종료 휘슬 소리에 맞춰 타노스의 핑거스냅이 챔피언스리그를 향한 마지막 희망, 역사에 대한 자부심, 어쩌면 애정까지도 먼지로 날려보냈다. 스코어는 1-1. 한 경기를 남겨두고 4위 토트넘에 4점 차로 벌어지면서 맨유는 다시 유로파리그로 돌아갔다.

맨유가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내지 못하더라도 이런 방식은 아니어야 했다. 허더즈필드는 리그 20위로 가장 먼저 강등이 확정됐고, 최근 8연패 중이었으며 홈에서 겨우 9골밖에 넣지 못한 팀이었다. 그런 허더즈필드에 맨유는 동점골을 내줬다. 상대의 골킥을 루크 쇼가 걷어내다 헛발질했고, 그게 실점으로 이어졌다. 허더즈필드 서포터스는 맨유를 향해 “바보같은 XX”라며 놀렸다.

맨유의 레전드인 게리 네빌이 “이건 팀도 아니다”라고 한탄할 만도 했다. 솔샤르 맨유 감독도 현실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는 “순위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유로파리그가 우리에게 적당한 리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핑거스냅이 휩쓸고 간 맨유엔 상실감과 고통, 분노의 감정이 분출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내가 알고 사랑했던 맨유가 아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은퇴했을 때 죽은 팬들이 부럽다” “글레이저 가문에 항의하는 행진을 벌이자”는 글들이 쏟아졌다.

맨유는 챔피언스리그 진출 좌절과 함께 태풍 속으로 들어갔다. 선수들은 25% 급여가 삭감되며 후원금과 중계권료 수입에서도 상당한 감소가 불가피하다. 팀 리빌딩도 제대로 될지 미지수다. 좋은 팀을 만들려면 좋은 선수들을 확보해야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로 정상급 선수들 영입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산체스 영입 으로 무너진 주급체계, 실종된 팀 우선 정신을 바로 세우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맨유는 퍼거슨 은퇴 이후 위기가 닥칠 때마다 감독 교체라는 미봉책으로 넘어왔다. 팬들도 이제 진짜 문제가 누구인지 안다. ‘에드 우드워드 부회장 아웃’ ‘글레이저 가문 아웃’이라는 구호가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맨유는 과연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 이번에 변하지 못하면 유로파리그행이 마지막 위기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맨유의 역사가 잘 말해주고 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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