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 모녀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는 발굴 중심의 복지 기조가 강화되었다. 그들의 이름을 딴 ‘송파 세 모녀법’도 제·개정되었다. 위기가구 발굴과 정보 연계를 제도화하고,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발굴은 늘었지만 보장은 늘지 않았다.
더 많은 정보, 더 정교한 시스템, 이제는 인공지능(AI)까지 동원하겠다고 한다. 작년 8월, 나라재정절약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신청주의는 잔인한 제도”라고 언급했다. 이후 사회복지 자동지급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현장에서는 ‘복지 사각지대 죽음의 핵심은 신청 여부가 아닌 선정 기준과 보장 수준 같은 제도 자체의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더해 AI 산업을 활용한 사회보장제도 디지털화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정말 찾지 못하는 게 문제였는가.
한국의 빈곤율은 무려 15%에 이른다. 그러나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동시에 보장받으며 실질적 사회보장의 테두리 안에 있는 인구는 3% 남짓이다. 발굴은 대폭 확대되었다. 26개 기관 47개 정보를 연계해 위기가구를 찾아낸다. 2023년 발굴 대상자는 141만4000명이었다. 그 가운데 64.2%는 소득·재산 기준 초과 등의 이유로 비대상 처리되었다. 전체 발굴 대비 공공복지 서비스로 연계된 비율은 13%, 기초생활보장제도 신규 진입은 2.1%에 그쳤다. 2015년에는 발굴 대상자의 84%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했다.
이 숫자는 한 가지 사실을 보여준다. 발굴은 확대되었지만, 문턱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국가가 사람을 구한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유엔특별보고관을 지낸 필립 앨스턴은 정부가 도입하는 AI가 부정수급 감시와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출 경우, 빈곤층을 관리 대상, 위험 집단으로 분류하는 체계를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의존하는 기술은 대부분 빅테크가 설계한다. 기업의 동기는 인권이 아니라 이윤이다. 복지의 디지털화는 권리를 확장하기보다 선별과 통제를 정교화한다. 가난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사회권의 복권이다.
기준을 정하는 구조 역시 투명하지 않다. 기준중위소득은 통계상 중위소득을 반영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 기준은 통계와 격차를 보여왔다. 2018년부터 2024년 사이 통계상 중위소득 대비 기준중위소득 비율은 1인 가구 기준 89.1%에서 80.6%로, 4인 가구는 94.4%에서 81.3%로 오히려 낮아졌다. 상대적 빈곤을 반영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기준은 더 엄격해졌다.
급여의 ‘적정성’은 1만2000원 남짓의 운동화를 2년 동안 신는 삶을 전제로 계산된다. 팬티스타킹 한 켤레로 석 달을 버티고, 마스크는 한 장으로 사흘을 쓰는 것으로 산정한다. 그렇게 계산한 뒤 지금의 급여가 ‘적정하다’고 판단한다. 이 계산법이 과연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말해주는가.
송파 세 모녀 죽음 이후 정부는 더 많이 찾겠다는 약속을 반복한다. 하지만 문제는 발견의 실패가 아니라 기준의 실패다. 못 보는가, 안 보는가. 숨어 있는 사람이 아니라, 들어갈 수 없는 제도를 보라고 가난한 이들은 말한다.
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
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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