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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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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육상' 이종구, 유망주 넘어 패럴림픽 향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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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스포츠의 세계에서 1등을 차지한 선수의 경기를 보는 것만큼이나 즐거운 일은 신예 선수의 깜짝 활약을 지켜보는 일이다. 이는 지난 19일 막을 내린 장애인전국체육대회(장애인체전)도 마찬가지.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사격 이장호나 북한이 설치해둔 목함지뢰에 다리를 잃은 스토리를 가진 조정의 하재헌 예비역 중사가 큰 주목을 받았지만,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원반던지기 등 3관왕에 신인선수상까지 거머쥔 육상 필드 추혜리와 육상 트랙의 이종구 등 장‘애인체육의 새 얼굴들도 그에 못지않게 눈길을 끌었다.

이중 이종구는 5종목에 출전해 3개의 메달을 따 휠체어육상, 나아가 한국 장애인체육의 역사를 새로 쓸 새싹으로 등장했다. 남자 800m에서 1등으로 달리던 선수가 넘어지며 1분52초37로 우승한 이종구는 400m와 10km 마라톤은 무관에 그쳤지만, 1500m와 400m 계주를 각각 3분45초49, 1분02초81로 마쳐 동메달까지 획득했다.

이종구는 “경험을 쌓을 목적으로 출전한 첫 대회부터 금메달을 따 얼떨떨하다”면서도 “2명이서 연습해와 여러 명이 뛰어도 잘할지 경기력에 자신 없었는데 1등을 해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그는 처음에 휠체어농구로 운동을 시작했지만 이후 육상으로 종목을 바꿨다. 팀원과 호흡을 맞추고, 각종 전략을 세울 필요 없이 신나게 달리기만 하면 되는 육상이 성격에 더 맞았다. 트랙에서 뛰는 단거리부터 도로를 달리는 마라톤까지 모두 출전하는 이유도 그저 달리기가 좋아서다. 이종구는 “굴곡이 있고, 건물도 바라보며 뛸 수 있는 도로에서의 레이스가 더 재미있다”면서 “내리막길도 있어서 트랙에서 뛰는 것보다 속도도 더 빨리 나오고 느낌이 가볍다”고 설명했다. 평소 최고 속도는 시속 29∼30㎞ 정도인데, 내리막길에서 가속도가 붙으면 시속 40㎞로까지 달릴 수 있다.

인터뷰를 지켜보던 이윤오 코치는 이종구를 바라보며 “훈련한 지 2년쯤 됐는데 많은 선수가 4∼5년은 매진해야 나오는 속도를 낼 수 있다”면서 “학업으로 일주일에 3번 운동하는 이종구가 이런 성적을 내는 것을 보면 열정이나 신체적 조건이나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어 “무엇보다 운동을 시작한 뒤 경주용 휠체어를 타고 달리고, 선배들도 앞지르기도 하며 자신감이 많이 붙고 성격이 밝아졌다”고 기특한 마음을 드러냈다.

연습삼아 출전한 올해 장애인체전에서 1등에 오른 이종구는 이제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년 파리 패럴림픽을 겨냥한다. 당장 내년 도쿄 패럴림픽에서 성과를 내긴 힘들어도 차근차근 실력을 끌어올려 세계무대에서 뛰겠다는 다짐이다. 이종구는 “내년에 기록을 더 신경 써 일단 내후년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 코치도 “다치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고, 모든 운동선수에게 반드시 찾아오는 슬럼프를 잘 넘기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패럴림픽에서도 충분히 수상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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