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LB, 징계 내용 공식 발표
파이어스 폭로 2개월만에 일단락
홈경기 때마다 외야설치 카메라로 상대팀 포수 사인 지속적 훔쳐봐
LA다저스가 최대 피해자 되자… LA타임스 "휴스턴이 우승 훔쳐"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 제프 루노(오른쪽) 단장이 2014년 9월 감독 임명식에서 A J 힌치 감독과 악수하는 모습. 루노 단장과 힌치 감독은 2017년 휴스턴이 상대팀 사인을 훔친 것과 관련해 14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고, 같은 날 구단에서 해고당했다. /AP 연합뉴스 |
결국 '사인 훔치기' 여파로 단장과 감독이 해임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4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상대팀 사인 훔치기 의혹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와 징계 내용을 발표했다. 2017년 애스트로스에서 뛰었던 마이크 파이어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지난해 11월 미국 스포츠 매체인 디애슬레틱을 통해 전자 장비를 동원한 조직적 사인 훔치기를 폭로한 지 2개월 만이다. MLB 측은 전현직 애스트로스 선수 23명 포함 68명을 조사하고, 메일·문자·사진·영상 수만 건을 검토했다.
MLB는 애스트로스의 사인 훔치기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확인하고, 선수단 관리 소홀을 이유로 제프 루노 단장과 A J 힌치 감독에 대해 2020 한 시즌 무보수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애스트로스의 짐 크레인 구단주는 MLB 징계 발표 후 곧바로 둘을 해고했다. 애스트로스는 이 밖에 2020, 2021년 신인 드래프트 1·2라운드 지명권을 박탈당했고 벌금으로 규정상 최대인 500만달러(약 58억원)를 내게 됐다.
◇실체 드러난 '사인 훔치기'
조사 결과, 애스트로스의 사인 훔치기는 2017 시즌 알렉스 코라 코치(현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의 주도하에 시작됐다. 상대팀 포수 사인 모습이 찍히는 필드 중앙 카메라를 이용한 방법이었다. 구장 비디오분석실에서 사인을 해독해 더그아웃에 전달하면,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에게 통보하고 2루 주자에겐 신호로 알렸다. 2루 주자는 다시 타자에게 신호를 보냈다.
시즌 개막 두 달쯤 지났을 때 타자 카를로스 벨트란(현 뉴욕 메츠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이 더 좋은 방법을 찾아냈다. 모니터를 아예 더그아웃 근처 복도에 설치한 것이다. 선수들은 모니터로 사인을 읽고 마사지 기구 등으로 쓰레기통을 쳐서 타자에게 투수가 던질 구종(球種)이 뭔지 알렸다. 박수, 휘파람, 소리 지르기도 시도했으나 쓰레기통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보통 한두 번 때리면 변화구, 안 때리면 직구였다. 애스트로스는 2017년 월드 시리즈에서 LA 다저스를 4승 3패로 꺾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MLB는 "2017년 당시 애스트로스에서 뛰었던 선수는 모두 사인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며 "감독이나 코치에겐 숨기지 않았으나 다른 팀 선수에게 들키는 건 우려했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그해 9월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상대 투수 대니 파쿠아가 눈치챈 듯하자 겁에 질렸고, 경기가 끝나기 전 모니터를 떼어내 사무실에 숨기기도 했다.
애스트로스는 2018 시즌엔 아예 비디오실을 더그아웃 가까이 옮겼지만, 선수들이 "산만할 뿐 효과는 없다"고 해 중단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당해 포스트 시즌부터 직원을 비디오실에 배치해 사인 훔치기를 막았다.
◇"휴스턴, 우승 트로피 반납해야"
MLB 징계 조치가 내려진 뒤 루노 단장은 "전혀 몰랐다. 규정 위반 행위가 일어나는 것을 알았다면 막았을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면 힌치 감독은 "알고 있었고,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일에 연루된 것을 후회하며 사무국 결정을 받아들인다. 크레인 구단주와 팬에게 사과한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힌치 감독은 이를 막으려 모니터를 두 차례 부순 적이 있다고 한다. 다만 사무국은 모든 선수에게 책임 정도를 따져 징계하는 것은 어렵다는 이유로 벨트란 감독을 비롯한 당시 애스트로스 선수는 징계 대상에서 제외했다.
선수들과 함께 사인 훔치기를 주도한 코라 코치는 2018년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이 돼 그해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레드삭스는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전자 장비를 동원해 사인을 훔쳤다는 의혹으로 조사가 진행 중이다.
MLB 징계 발표 후 애스트로스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뉴욕 양키스의 간판 타자 애런 저지는 2017년 소셜미디어를 통해 애스트로스 간판 타자인 호세 알투베에게 보냈던 MVP(최우수선수) 선정 축하 메시지를 삭제했다.
특히 LA 다저스가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로 떠오르며 LA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 다저스는 2017년과 2018년 월드시리즈에서 사인 훔치기 의혹의 중심에 선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에 패했다. LA타임스는 14일 "애스트로스가 LA 다저스를 속여 우승을 가로챘다"며 "MLB 사무국 징계는 애스트로스에 진정한 피해를 줄 수 없다. 우승 트로피를 반납하라고 지시하고,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팀을 빈칸으로 남겨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년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다저스 선발투수로 등판했던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다저스가 만약 2017 월드시리즈 우승 퍼레이드를 열면, 나도 갈 수 있을까. 나를 위해 'Yu Garbage' 유니폼을 준비해 달라"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7차전에서 1과 3분의 2이닝 5실점으로 부진해 월드시리즈 우승 실패의 원흉으로 다저스 팬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었다. 당시 다르빗슈의 투구 버릇이 간파당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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