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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4 (일)

    뒤늦게 발견한 취미 활동으로 일상에 탄력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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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주말]

    [김신회의 매사 심각할 필요는 없지]

    취미까지 잘할 필요는 없다

    ‘혼자 카페 가기’도 괜찮아

    조선일보

    일러스트=한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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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님은 취미가 뭐예요?”

    얼마 전, 독자와의 만남에서 받은 질문 하나에 대답을 망설였다. 생각해 봐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이럴 때마다 몰려오는 자괴감. 나는 왜 그 흔한 취미 하나 없을까. 독자는 간단한 질문임에도 진땀을 흘리는 내 모습에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날 이후 주변 사람들의 취미를 관찰했다. 친구 중 하나는 테니스를 좋아해서 시간만 나면 테니스장을 찾는다. 하도 열심히 쳐서 몸이 아프다는 친구에게 뭘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으니 이런 말이 돌아왔다. “재미있는 게 테니스밖에 없어.” 어쩐지 애잔한 대답에 헛웃음이 흘렀지만 그 정도로 몰두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게 부러웠다. 또 다른 누군가는 수영에 빠져서 한겨울에도 새벽 수영을 즐기고, 누군가는 사진 찍기에 재미를 붙여 휴일마다 카메라를 들고 집 밖으로 나선다. 뒤늦게 요리가 좋아져 집밥 만들기에 푹 빠진 지인도 있다.

    그런데 나에게는 취미가 없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두 가지 결론이 났다. 하나는 취미의 영역에서조차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다른 하나는 새로운 걸 시도하는 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즉, 욕심과 두려움 때문에 취미 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다. 혹시 나만 이런가?

    요즘은 재능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이걸 잘하는 사람이 저것도 잘하고,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도 척척 해낸다. 인터넷이 덜 발달했던 과거에는 주변 사람들을 흘끔거리며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요즘은 소셜 미디어만 들어가도 모르는 사람들의 재능까지 알게 되고, 감탄하고, 질투하게 된다. 그 결과 나의 부족함만 절절히 깨닫는다. ‘나는 잘하는 게 없네, 객관적으로 봐도 재능이 없는 편이네’라며 세상을 향해 주눅이 든다.

    그래서 무언가를 하기 전에 과연 내가 이걸 잘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먼저 판단한다. 즐기고자 하는 일에 실력부터 기대하니 즐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결국 웃자고 시작한 일에 이를 악물다가 점점 새로운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되고,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국은 ‘아무것도 안 하며 지루하게 사는 사람 하나=나’가 남는다. 이게 맞는가.

    쳇바퀴 도는 일상에 탄력을 주기 위해서는 취미 활동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취미에 대한 거창한 생각부터 내려놓아야겠지. 괜한 기대나 비장함도 내려놓고, 내가 뭘 할 때 기쁘고 편안한지 생각해 보자. 그러자 조금씩 얼굴이 풀어지며 작지만 확실한 즐거움이 하나둘 떠올랐다. 나는 하루 중 개와 산책하는 시간이 가장 편안하다. 맛있는 커피를 마실 때 행복하다. 차를 운전해 가는 게 편한 곳을 운동 삼아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갈 때 뿌듯하다. 이 중에서 취미 생활로 삼을 만한 게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신간 출간 업무에 여념이 없던 요 몇 주. 이렇게 일만 하다가는 나도 없어지고 일만 겨우 남을 것 같아 하루는 옷을 챙겨 입고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동네 주변을 터덜터덜 걷던 발걸음은 어느새 단골 카페로 나를 이끌었다. 창가로 난 바 테이블과 의자 몇 개, 벽을 따라 이어지는 긴 소파 앞에 작은 테이블 몇 개가 다인 카페는 개와 산책하러 오가는 길에 종종 들르는 곳이다. 하지만 그날은 혼자 갔다. 아니나 다를까 사장님은 혼자 온 내 모습을 의아해하면서도 미소로 반겨 주었다. 창가로 난 자리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창밖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카페 안에 조용히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홀짝였다. 그러자 문득 ‘내 취미, 이걸로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 카페에 와서 혼자 커피 마시기. 잘할 필요도 없고, 두려워할 필요도 없이 그저 몸과 마음을 가만히 놓아두면 되는 시간. 향긋한 커피 한 잔을 내 속도대로 즐기는 여유. 이 얼마나 간편한 취미 생활인가. 괜한 뿌듯함에 커피 한 잔을 더 주문해, 또 한 번 천천히 음미했다. 그날 이후 ‘혼자 카페에 가서 커피 두 잔 마시기’는 나의 취미 활동이 되었다.

    이제는 약속 장소에 조금 일찍 도착하면 주변에 카페가 있는지 두리번거린다.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기 전, 잠시 휴식 시간이 필요하면 카페로 쏙 들어간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주하며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다 보면, 세상에서 내 취미만큼 훌륭한 게 또 있나 싶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잘할 필요 없고, 잘해야 한다는 욕심 없이 그저 즐길 수 있는 일이야말로 최고의 취미 활동이다.

    누군가가 “그게 무슨 취미예요? 남들 다 하는 거잖아요”라고 말한다 해도 상관없다. 카페에서 누리는 혼자만의 시간은 오로지 나만의 것이므로. 그 작은 취미 생활은 나를 더 일에 집중하게 만들어 준다. 업무 후의 휴식과 보상마저 선사한다. 이 글을 다 쓰고 나서도 취미 활동하러 갈 거다. 오늘은 무얼 연속으로 두 잔 마실까. 자판을 치는 손이 빨라진다.

    [김신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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