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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데이터로 보는 야구]150㎞ 서준원, 변화구를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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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서준원에게 2019년은 기회이자 적응의 해였다.

연고팀 롯데 자이언츠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서준원은 프로 입성 첫 해부터 1군 무대에 모습을 보였다. 3월 30일 LG전에서 불펜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선발 투수로도 등판해 33경기에 나서 평균자책점 5.47의 기록을 남겼다. 빼어나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분명 가능성을 보여준 대형 신인의 첫 시즌이었다.

서준원은 입단 당시부터 150㎞에 이르는 속구 구속으로 이름을 알렸다. 흔히 볼 수 없는 고속 사이드암 유형의 투수로 고교 무대를 평정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결코 낮지 않았다. 자신 있던 속구는 생각보다 쉽게 맞아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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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경향은 우타자 상대로는 더욱 심해서, 우타자 상대로 서준원의 속구 피안타율이 무려 4할을 넘는다. BABIP는 무려 4할6푼6리로 일단 우타자가 서준원의 속구에 배트를 내면 절반이 안타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인플레이 타구에 관한 타율만을 계산한 수치인 BABIP는 주로 투수가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한 불운함을 이야기할 때 쓰이는 지표다. 하지만 평균과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는 4할 이상의 값의 경우 수비가 어찌하지 못 할 정도로 잘 맞아나간 타구가 많았다는 의미가 된다.

기록이 나쁘지 않던 변화구, 비율을 높이는 건 어떨까. 투수들은 속구와 더불어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변화구로 타자를 상대한다. 서준원의 경우 우타자 상대로는 슬라이더와 커브를, 좌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을 주로 사용했다. 주목할 점은 서준원이 구사한 변화구의 기록이 꽤나 좋았다는 것이다. 속구의 기록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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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에 이르는 사이드암 투구 폼의 속구는 분명 서준원의 매력이자 장점이다. 하지만 1군 무대에서 속구 하나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2019시즌 서준원의 속구 기록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다행히 서준원은 속구를 뒷받침할 변화구를 가지고 있다. 좌타자 상대의 체인지업과 우타자 상대의 슬라이더, 두 구종 모두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피치 디자인(Pitch Design)이 주목받고 있다. 투수의 구종을 분석한 뒤 각 구종이 보다 효과적인 위치를 선정해 투구 레퍼토리를 설계해주는 것이다. 휴스턴으로 이적한 후 싱커의 비중을 줄이고 하이패스트볼과 커브의 비율을 늘려 투수 역대 최고 계약을 이끌어낸 개릿 콜이 좋은 예이다. 55%에 달하는 속구 구사율을 약간만 줄이고, 자신의 변화구를 조금 더 믿어보면 어떨까. 성적 향상은 어쩌면 작은 곳에서 쉽게 일어날 지도 모를 일이다.

ymin@sportsworldi.com 자료=플라이트스코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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