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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금)

이슈 '템파베이' 최지만 MLB 활약상

최지만 “ML은 삐끗하면 안되는 벼랑…살아 남으려 에너지 쏟아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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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 최지만 인터뷰

화려한 세리머니·독특한 퍼포먼스도 마이너 시절 몸에 밴 생존전략

가을야구 때 ‘지맨 초이’ 합창…동료들이 ‘역차별’이라며 부러워해

주전 1루수로 동산고 선배 류현진과 맞대결 전망엔 “재미있겠죠”

경향신문

미국 프로야구 탬파베이 타자 최지만이 설 연휴를 앞두고 고양시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만나 태극마크와 도쿄 올림픽에 대한 열망을 털어놓고 있다. 고양 |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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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파베이 레이스는 2013년 이후 6년 만에 가을야구에 올랐다. 휴스턴과의 디비전시리즈에서 2승3패로 물러났지만,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중심에 최지만(29)이 있었다. 홈구장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3·4차전에서 탬파베이 팬들은 최지만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지!맨! 초이!(Ji-man choi)’를 합창했다. 최지만은 “너무나 대단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탬파베이 팬들을 사로잡은 결정적 장면은 지난해 9월25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나왔다. 1-1이던 연장 12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최지만은 양키스 11번째 투수 코리 기어린으로부터 끝내기 우월 솔로홈런을 때렸다.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돈 최지만은 헬멧을 벗어던진 뒤 화려한 세리머니와 함께 홈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료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시즌 막판 치열했던 와일드카드 티켓 싸움 도중 나온 결정적 한 방이었다. 사실상 팀을 6년 만의 가을야구로 이끈 한 방이기도 했다.

설 연휴 직전 경기도 고양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지만은 “탬파베이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내가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메이저리그는 조금만 삐끗하면 언제든지 밀려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마침 이날 MLB.com은 2020시즌 탬파베이 주전 1루수로 최지만을 예상했다. 이에 대해서도 최지만은 “1루수 자리가 내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탬파베이 팬들이 푹 빠진 최지만의 ‘에너지’도 바로 거기서 나왔다. 최지만은 화려한 세리머니와 독특한 퍼포먼스로 주목받는다. 끝내기 홈런은 물론이고 결정적 적시타가 나왔을 때도, 동료들의 멋진 플레이가 나왔을 때도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에서 화려한 동작으로 동료들과 함께한다. 최지만은 “원래 어릴 때 포지션이 포수였기 때문에 파이팅이 넘치는 것도 있지만, 마이너리그 때부터 야구장 안에서 다 폭발시켜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동산고 졸업 뒤 시애틀과 계약하며 미국에 진출했다. 쥐꼬리만 한 마이너 월급과 식대를 아끼고 모아서 생활했다. 새벽에 호텔 조식을 몰래 퍼담아 하루 세 끼로 나눠 먹던 시절도 있었다. 경기 끝나고 동료들과 어울리는 일은 언감생심이었다. 최지만은 “그래서 야구장에서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냈다. 펄쩍펄쩍 뛰고 나면 피곤해서 경기 끝나고 다른 거 할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지만의 에너지는 거친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었다. 최지만은 “미국 애들은 한 번 밥먹으면 막 세 시간씩 떠들면서 먹는다. 그 분위기에 적응 못한 것도 이유이긴 하다”면서 웃었다.

경향신문

탬파베이 레이스 최지만(가운데)이 지난해 9월25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홈런을 때린 뒤 기뻐하고 있다. 세인트피터즈버그 | USA투데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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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에너지가 팬들이 ‘지!맨! 초이!’를 합창하는 이유다. 최지만은 “우리 팀 주장 키어마이어가 ‘지!맨! 초이!’ 합창을 불평하더라. 왜 자기는 안 해주냐고, 오히려 인종 역차별이라고. 자기도 KBO리그 가서 ‘키어마이어’ 합창 듣겠다면서”라며 웃은 뒤 “원래 지난 시즌은 분위기 띄우는 역할을 (길레르모) 에레디아에게 맡겼는데,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신이 나 있더라”라고 말했다.

어느새 빅리그 4년차를 맞는다. 메이저리그 최저연봉 팀 탬파베이에서는 고참급이다. 최지만은 “우리 팀 내야수들의 송구가 깔끔하지 못하다. 1루수로서 나쁜 송구 잘 잡아주려다 보니 지난해 다리를 200번쯤 찢은 것 같다. 처음에는 고맙다고 하더니, 이 녀석들이 나중에는 당연한 줄 알더라”라며 “올시즌 목표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뛰면서 다리 찢어가며 공 잡는 거다. 대신, 다리 찢을 때마다 커피 한 잔 정도는 (송구한 선수로부터) 받아야겠다”고 말했다.

탬파베이의 스프링캠프 시작에 앞서 미국에 들어간다. 19홈런, 63타점보다 나은 성적이 당연한 목표지만, 최지만은 “홈런 숫자, 타점 숫자보다 언제든지 준비돼 있는 선수인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시즌은 같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토론토로 이적한 동산고 선배 류현진과 자주 맞붙는다. 최지만은 “한 번도 붙어본 적 없다. (붙으면) 재미있겠죠”라고 말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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