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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의리 지킨 외국인 선수들 "한국, 잠시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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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우프, 러츠, 윌리엄스… 코로나 사태 속에도 잔류 선택

"다음 시즌도 한국서 뛰고 싶어요"

흥국생명은 루시아에 왕복티켓 줘… 일부 선수는 입국금지로 귀국못해

귀국 준비에 한창인 발렌티나 디우프(27·KGC인삼공사)는 두둑한 선물 보따리를 챙기느라 바쁘다. 구단이 준비한 홍삼 세트와 마스크 꾸러미, 팬들에게 받은 선물 등이 가방을 가득 채웠다. 디우프의 고향은 이탈리아 밀라노.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극심한 지역이라 귀국을 말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고민 끝에 28일 인천공항에서 런던을 경유해 밀라노로 가기로 결정했다.

디우프는 "다행히 우리 가족은 건강하다"며 "끝까지 경기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나를 환영해줬던 한국에 감사하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이탈리아 국가대표 출신인 그는 올 시즌 여자 프로배구에서 압도적 공격력을 뽐내며 리그 득점 1위(832점)에 올랐다. 지난 시즌 꼴찌였던 팀 성적은 4위로 도약했다.

◇"의리 남기고 떠납니다"

헤일리 스펠만(29·현대건설)과 메레타 러츠(26·GS칼텍스)는 지난 25일 나란히 미국 집으로 떠났다. 특히 러츠는 어릴 적 조류인플루엔자 유행으로 타미플루를 구하려 애썼던 강렬한 기억 때문에 스탠퍼드대에서 생물학사와 질병 역학(疫學) 석사 학위를 땄고, 은퇴하면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일하겠다고 밝혀 거취에 팬들 관심이 컸다. 3주간 청평 숙소에서 동료들과 즐겁게 지냈다는 그는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 매우 행복했다. 모두 건강하고 다음에 또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루시아 프레스코(29·흥국생명)도 같은 날 아프리카를 경유해 아르헨티나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구단은 맹장염과 아킬레스 건염 등에 시달리면서도 매 경기 최선을 다한 그에게 계속해서 함께하자는 뜻으로 왕복 항공권을 선물했다.

조선일보

디우프, 러츠,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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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배구 리그가 중단된 직후 부리나케 짐을 싸고 한국을 떠난 일부 외국인 선수도 있지만, 다른 선수들은 대부분 묵묵하게 훈련했다. 이런 의리는 내년 재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때문에 당초 5월 체코에서 하려던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개최가 어려워져 구단들이 기량과 매너가 검증된 기존 선수들과 재계약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당장 못 떠나는 선수도 있다. 안드레스 비예나(27·대한항공)는 고향 스페인의 사정이 나아질 때까지 당분간 한국에 계속 있는다. 우간다 출신인 다우디 오켈로(25·현대캐피탈)와 크로아티아 출신 레오 안드리치(26·OK저축은행)도 귀국을 미뤘다. 특히 다우디는 올여름 고향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지만 우간다 정부가 지난 23일부터 국경을 폐쇄해 귀국 길이 깜깜한 상황이다.

◇"한국에서 계속 뛰고 싶다"

남자 프로농구 현대모비스는 리온 윌리엄스(34·미국)와의 이별이 아쉽다. 일부 선수가 아예 계약 해지를 선언하면서 도망가고, 리그 중단 때 고국으로 일단 돌아간 가운데 윌리엄스는 흔들림 없이 팀 훈련에 임했다고 한다. 그는 "많은 고민을 했지만 팀 동료들을 내버려두고 혼자 떠나기는 싫었다. 경기에 뛰고 이기는 것이 내 일"이라며 "리그가 선수들의 건강을 먼저 신경 써줘 감사했다. 끝까지 경기하는 모습을 못 보여줘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덴젤 보울스(31·KGC인삼공사)는 잠시 미국으로 떠났다가 리그 재개 일정에 맞춰 약속대로 귀국해 구단을 감동시켰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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