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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이슈 [연재] 조선일보 '민학수의 All That Golf'

[민학수의 All That Golf]‘기적의 역전’ 이미림 “내가 미쳤다… 하루 칩인 세 번은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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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 인스퍼레이션 연장 접전 끝 메이저 첫 우승… 호수에 빠지는 우승 세리머니 조심 조심 “물이 깊어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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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TODAY Sports 연합뉴스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이미림이 18번홀 옆 포피스 폰드에 빠지는 우승 세리머니를 캐디와 함께 하고 손바닥을 마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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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너무 좋고, 안 믿겨져요. ‘내가 미쳤구나’라는 생각만 들어요.” 하루에 세 번의 칩인 샷을 기록하며 생애 첫 메이저 정상에 오른 이미림(30)은 우승 후 “믿어지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미림은 14일(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 4라운드에서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넬리 코르다(미국), 브룩 헨더슨(캐나다)과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이후 18번 홀(파5)에서 열린 연장 첫 번째 홀에서 혼자 버디를 잡아 우승을 차지했다.

이미림은 이날 6번과 16번 홀(이상 4)에서 칩인 버디를 잡았고, 마지막 18번 홀에서 칩인 이글을 잡아내며 극적으로 연장전에 합류했다. 코르다는 세계 랭킹 3위, 헨더슨은 세계 9위로 객관적인 전력에서 이미림(94위)에 한참 앞섰지만 단판 승부인 연장전에 들어가자 코르다와 헨더슨은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에 비해 이미림은 잃을 게 없다는 표정이었다. 결국 이미림이 약 2m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 상금 46만5000달러(약 5억5000원)의 주인공이 됐다.

이미림은 “아무 생각이 안 든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는데, 처음 연장전에 나가서 우승했을 때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이미림은 2014년 마이어 클래식에서도 연장전 끝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상대가 박인비(3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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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이미림이 ANA인스퍼레이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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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림은 “4라운드 중 오늘이 제일 힘들었다. 3라운드까지는 내가 원하는 대로 샷을 했는데 오늘은 원하는 대로 샷도 안 나오는 게 많았다. 그런데 어프로치가 잘 됐고,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하루에 두 번 칩은 있는데 세 번을 기록한 건 처음”이라고 했다. ‘칩샷이 가장 잘 하는 기술이냐’는 질문에는 “맞다. 사실 그렇지는 않고, 오늘은 칩샷이 제일 좋았다”며 웃었다.

이미림은 18번 홀 그린 옆 연못인 ‘포피스 폰드’에 뛰어들 때 다소 조심스럽게 입수한 것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평소 물을 무서워하지는 않는데 이번엔 좀 수심이 깊을 것 같아서 좀 머뭇거렸던 것 같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우승 소감을 말해달라.

“진짜 아무 느낌이 없다. 아무 생각이 안 든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는데 처음 연장전에 나가서 우승했을 때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Q. 지금 기분이 어떤가?

“기분이 너무 좋다. 안 믿겨진다. ‘내가 미쳤구나’, ‘잘 했구나’ 그런 생각만 든다. 그냥 안 믿겨진다. 언니 만나보고 가족들이랑 통화를 해봐야 실감할 것 같다.”

Q. 오늘 힘들었지만 우승까지 했는데.

“4라운드를 하면서 오늘이 제일 힘들었다. 3라운드까지는 내가 원하는 대로 샷을 했는데, 오늘은 원하는 대로 샷도 안 나오는 게 많았고 힘들었다. 그런데 어프로치가 잘 됐고, 운이 좋았던 것 같다.”

Q. 한국 팬들이 많이 보고 있을 텐데, 한 마디 한다면?

“사실 새벽이었을텐데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감사드린다. 지금 사회적으로 안 좋은 상황인데도 응원 많이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Q. 18번 홀에서 칩인을 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사실 17번 홀에서 보기를 해서 버디만 하자고 생각했다. 뒷조에서 버디를 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2등 스코어만 생각하면서 내가 해야 할 것만 하자는 생각으로 쳤는데 그게 이글이 됐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Q. 5번 우드를 쳤던 것 같은데, 무슨 전략이었나?

“그린 뒤로 넘기려고 쳤던 것이다. 플레이오프 나가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렇게 어프로치를 하려고 생각하고 쳤기 때문에 그린 뒤로 넘기려고 친 것이다.”

Q. 칩샷이 가장 잘 하는 기술인가?

“맞다. 하하하. 사실 그렇지는 않고, 오늘은 칩샷이 제일 좋았다.”

Q. 이전에도 한 라운드에 세 번 칩인한 적이 있었는가?

“두 번까지는 한 적이 있는데, 세 번은 없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오늘 하루 결과는 좋았지만 내가 만족하지 못해서 아직 부족한 부분을 고쳐 나가야 할 것 같다.”

Q. 오늘 라운드 중에 우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는가?

“했었다. 우승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생각을 많이 안 하려고 하면서 쳤다.”

Q. 우승 세리모니를 할 때 조심스럽게 물에 들어가는 것 같던데, 물을 무서워하는가?

“조금 무서웠다. 물을 무서워하지는 않는데 깊어 보여서 무서워하면서 뛰어들었다.”

Q. 메이저에서 처음으로 우승했는데, 메이저마다 어떤 생각을 하는가?

“메이저라고 해서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메이저나 다른 대회나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크게 부담감이 있지는 않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Q. 오늘 제일 좋았던 순간과 샷은?

“그래도 플레이오프 끝나자마자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16번 홀 칩샷이 제일 좋았다. 거의 30야드 정도 됐다.”

Q. 오늘 경기장을 나가서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일단 숙소에 가서 가족들과 통화도 좀 하고 그러면 힘들었던 게 다 풀릴 것 같다. 그리고 잠을 푹 자겠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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