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아무튼 레터]
3일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빌딩 글판에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 '한 글자 사전'에서 발췌한 '봄,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기적' 문구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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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글판에 얼마 전 ‘봄,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기적’이라는 글귀가 걸렸습니다.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 ‘한 글자 사전’에서 발췌한 문구입니다. 꽃이 피고 새 생명이 자라나는 봄의 풍경이야말로 우리가 일상 속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는 기적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번 주 ‘아무튼, 주말’은 광양에서 날아온 봄 소식을 전합니다. 광양매화마을의 사진을 보니 꽃망울을 터뜨린 진분홍 홍매화가 상춘객을 향해 손짓하는 듯합니다. 따뜻한 봄볕에 매화가 더 깨어나면 마을은 꽃물결로 뒤덮일 것입니다. 오는 27일 최대 벚꽃 축제인 ‘진해군항제’가 막을 올리고, 다음 달 초에는 이천 산수유마을에서 꽃잔치가 열린다고 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남녘에서 시작된 봄의 기운이 하루가 다르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 주변에는 ‘봄이 오기는 어디 온다는 거냐’고 되묻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나라 안팎으로 온통 어수선하고 우울한 소식뿐이니까요. 밖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시작된 전쟁이 악화일로입니다. 시시각각 들려오는 긴박한 전황은 우리 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고물가·저성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여의도 정치판도 아직 한겨울입니다. 여야는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진영 내부에서 자기들끼리 다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국민의 삶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뭐 하나 기분 좋은 얘기가 들려오지 않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인간 세상의 소란함과 관계없이 계절은 순환하며 제자리를 찾아옵니다. 답답한 현실이 봄의 문턱을 가로막고 있는 듯 보여도, 계절의 걸음을 멈춰 세우지는 못합니다. 언제 끝날지 모를 고단한 소식들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지만, 그 무게에 눌려 어느새 곁에 와 있는 ‘기적’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폐섬유증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이번 주 커버스토리 주인공 가수 유열씨의 말을 옮겨봅니다. “우리가 사는 흔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너무도 간절하고 감사한 기적입니다.”
[김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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