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김혜원의 박물관 산책] (14) 간다라 보살상
간다라 보살상, 간다라, 2~3세기, 높이 116.8cm. 국립중앙박물관 인도·동남아시아실에 전시돼 있다. /e뮤지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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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이라는 것도 인연이 있어서 어떤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구할 수가 없고, 어떤 것은 특별히 노력한 바가 없는데도 얻게 된다. 특별전을 준비하며 외부 기관이나 개인에게 유물을 빌려야 할 때도 그렇지만, 특히 유물을 구입할 때 이 생각을 자주 한다. 유물 구입은 여러 조건이 완벽하게 충족되어야 성사된다. 유물의 가치가 확실하며 이에 대한 관내외 전문가들의 동의를 받아야 함은 기본이다. 박물관과 유물을 내놓은 측이 원하는 가격·시점도 잘 맞아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인도·동남아시아 컬렉션의 대표 작품인 간다라 보살상은 박물관과 인연이 좋은 유물이다. 2008년 3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작품으로, 이에 관심을 보인 구입 희망자가 막상 경매 당일 나타나지 않아 추정가보다 그리 높지 않은 가격에 낙찰을 받을 수 있었다. 귀한 지원도 받았는데, 국립중앙박물관회가 구입하여 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이 보살상은 간다라 불교미술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간다라는 간다리족이 사는 땅이라는 뜻이다. 인도아대륙(印度亞大陸)의 서북 지역에 위치하며, 현재 영토로는 파키스탄 북서부와 아프가니스탄 북동부에 걸쳐 있다.
현시점에서 보면 2000년에 걸쳐 이어진 불상의 전통이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기원후 1세기쯤 인도 북부의 마투라와 더불어 간다라에서는 부처를 보리수, 발자국 등의 상징물로 표현하던 오랜 관습을 깨고 인간의 모습으로 형상화하기 시작했다. 간다라 불상에는 이 지역에 유입된 인도·중앙아시아·서아시아의 여러 문화가 혼합되어 있지만, 시각적 표현에서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 원정 이래 이 지역에 이식된 그리스·헬레니즘 문화가 가장 두드러진다. 이 보살상의 균형 잡힌 얼굴, 이상화된 신체 비례, 머리카락, 옷자락, 장신구의 사실적 묘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보살상은 매우 입체적으로 느껴지지만, 환조는 아니며 부조에 가깝다. 옆에서 보면 생각보다 납작하고 뒷면은 조각이 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모습은 불상을 안치한 공간과 관련 있다. 간다라 불교사원에서는 우리나라 사찰 전각에서 보는 것처럼 건물 중앙에 주된 예배 대상을 안치하기도 했지만, 감실(龕室) 여러 개를 나란히 배치하고 각각에 등신대 여래나 보살상을 봉안하는 방식도 유행했다.
간다라의 역사와 문화의 맥락에서 흥미로운 작품이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고 봐도 좋을 것이다. 문화적 특수성을 초월한 미(美)의 보편성에 대해 생각해보기에 좋은 작품이다.
[김혜원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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