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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독일 '분데스리가'

맨유마저 무너뜨린 SON…EPL 득점왕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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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상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무너뜨렸다. 햄스트링 부상 8일 만에 선발 출전한 선수가 필드에서 낸 순간 최고 속도는 34.1㎞/h. 경기에 출전한 동료 14명 중 가장 빨랐다. 부상을 안은 채 맨유전 무득점 징크스를 깨고 한국인 최초 유럽 빅리그 100골(리그 기준)을 기록한 손흥민은 "내 햄스트링에 마법이 일어났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손흥민은 5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2020~2021 EPL 4라운드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해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을 6대1 대승으로 이끌었다. 전반 2분 만에 토트넘이 선제골을 허용한 상황에서 2대1로 앞서가는 역전골, 3대1로 차이를 벌리는 도움, 경기를 사실상 마무리 짓는 네 번째 골까지 전반전에만 공격포인트 3개를 기록하며 맨유 수비진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EPL 최고 명문팀이자 우승 횟수가 가장 많은 맨유가 전반전에 네 골 이상 허용한 건 팀 역사상 처음이다.

이날 골을 터뜨리기 전까지 손흥민은 맨유 앞에 서면 작아지는 선수였다. 함부르크 시절을 포함해 총 11번 맨유와 경기를 치렀으나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으며 토트넘 이적 후에도 공격포인트조차 올리지 못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토트넘은 손흥민이 출전한 맨유와 경기에서 최근 상대 전적이 1승1무3패로 열세였다.

맨유전 '마수걸이' 골은 올 시즌 손흥민 기량이 리그에서도 최고임을 입증하는 장면이었다. 손흥민의 속도와 순간 판단, 정확도 높은 슈팅 능력이 가장 회자됐던 사우샘프턴전(네 골) 첫 번째 골과 마찬가지로 상대 수비수 2명을 속도로 앞지른 후 각이 없는 상황에서 마주한 골키퍼의 오른쪽 하단으로 굴러가는 정교한 골을 만들어냈다. 심지어 슈팅한 발(왼발)과 방향은 사우샘프턴전과 모두 반대였다.

손흥민은 이날 두 골로 유럽 5개 빅리그에서 100골을 기록한 유일한 아시아 선수가 됐다. 손흥민은 2010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3년 동안 분데스리가 73경기에서 20골을 기록했다. 이후 2013년 레버쿠젠으로 옮겨 62경기에서 21골, 2015년 8월 EPL 토트넘 이적 후 리그 164경기에서 59골을 넣었다. 종전 기록은 '차붐'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의 98골이다.

매 시즌 성장세가 뚜렷한 손흥민이지만 이번 시즌은 압도적이다. 손흥민은 이날 골로 에버턴의 도미닉 칼버트 르윈과 득점 공동 선두(6골)에 올랐다.

특히 올 시즌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이 꺼내든 전반적인 전술 흐름을 고려하면 손흥민의 득점왕 경쟁을 기대하게 만든다. 모리뉴 감독은 지난 시즌과 달리 손흥민의 수비 부담을 줄이고 그를 전진 배치시켜 역습의 가장 최전방에 두고 있다. 오히려 주 공격수 해리 케인이 예년에 비해 후방으로 내려와 플레이메이킹을 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는 사우샘프턴전과 이날 맨유전에서 토트넘의 무더기 골을 가능하게 한 전형적인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케인은 현재 리그에서 독보적인 도움 1위(6개, 2위는 2개)이며 이 중 5개가 손흥민의 골로 연결됐다.

손흥민의 활약이 더 주목받고 있는 건 그가 불과 8일 전에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던 선수이기 때문이다. 하체의 순간적인 힘을 담당하는 햄스트링이 다치면 회복에만 최소 2주 이상이 필요하다. 경기에 출전하더라도 무리한 움직임을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반면 이날 손흥민은 필드 위 모든 선수 중 순간 속도가 가장 빨랐고 세르주 오리에(12회) 다음으로 전력 질주 횟수(11회)도 많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연막작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모리뉴 감독은 경기 전후로 "그(손흥민)가 뛸 수도 있다" "손흥민이 뛰지 않을 거라고 말한 적은 없다" 등 모호한 말로 혼란을 가중시켰다. 감독 입장에선 뉴캐슬과 경기 전까지 네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했던 팀 내 최고 공격수에게 합법적인 휴식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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