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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광화문] 이현호 기자 = K리그가 e스포츠 팬들을 유입시키기 위한 혁신적인 카드를 꺼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한국e스포츠협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eK리그를 2020년에 처음 개최했다. eK리그는 2020년 10월에 참가자 모집을 시작으로 2021년 1월에 열린 결승전까지 4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초대 대회 우승팀은 안산그리너스, 준우승팀은 대전하나시티즌, 3위는 제주유나이티드, 4위는 포항스틸러스로 결정됐다.
e스포츠 산업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문 조사기관 Newzoo의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참가국은 152개국, e스포츠 시청자 수는 3억 8천만 명에 달한다. e스포츠는 축구 다음으로 세계화된 종목이다. 국내에서도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2017년 닐슨코리아 설문조사(중복응답 가능) 결과 15세~29세 젊은 세대가 관심 있는 종목으로 축구(53.2%), 야구(50.8%)에 이어 e스포츠(39.7%)가 3위를 차지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시대의 흐름에 빠르게 합류했다. K리그가 e스포츠의 넓은 저변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한 끝에 eK리그를 준비한 것이다. 이미 유럽 선진리그들은 축구게임 FIFA 시리즈에 기반해 e스포츠 리그를 운영 중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페인 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앙,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국제축구연맹(FIFA) 역시 2004년부터 e월드컵을 비롯해 직접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해왔다.
이번 eK리그를 기획하고 운영한 한국프로축구연맹 마케팅팀 강병호 프로를 '인터풋볼'이 광화문 축구회관에서 직접 만났다. 강병호 프로는 MLS 콜로라도 라피즈, EPL 에버턴 구단에서 마케팅 업무를 수행했고, 한국으로 들어와 스페셜 올림픽, e스포츠 협회에서 근무한 바 있다.
강 프로는 "제가 2020년 초에 프로축구연맹으로 입사했다. 제가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부총재님 등이 연맹 내에서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컸다. 제가 실무자로서 업무를 추진하려고 하면 많은 지원을 해주셨다. 덕분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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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강병호 프로 일문일답]
-언제부터 e스포츠 대회를 계획했나.
몇 년 전부터 연맹 내에서 e스포츠 대회를 열자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제가 e스포츠 협회에서 프로축구연맹으로 이직했다. 그때부터 임동환 마케팅팀 팀장님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새로운 시도다.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대회 개최 라이센스 승인, 22개 구단 라이센스 및 홍보지원에 대한 협의로 준비할 게 많았다. 연맹 대표자 회의에서 이 안건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실무자뿐만 아니라 경영진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많은 지원을 해주셨다. 해외 리그들도 e스포츠와의 결합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점을 경영진들이 잘 이해해주셨다.
-프로 게이머가 아닌 아마추어 게이머 위주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물론 참가자 범위를 넓히는 취지가 중요했다. 하지만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프로게이머, 인플루언서 등의 역할이 컸다. K리그를 모르는 사람들이 이들의 개인 방송을 보면서 "안산에 이런 선수가 있었네", "포항의 저 선수 능력치 좋다. 포항 경기 챙겨봐야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아마추어 팬들의 아쉬움도 인지했다. 그러나 우리는 후원사들과 '보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 실력, 인지도가 있는 사람들이 참가해야 새로 유입되는 팬들이 많다고 판단했다. 계속해서 대회 구조를 상의하고 있다. 이번 대회를 보면 많은 이들이 프로 게이머가 출전한 제주의 우승을 예상했다. 제주 대표로 나온 게이머들은는 샌드박스 소속이다. 하지만 아마추어로 구성된 안산이 우승했다.
-초대 대회를 창설하면서 예상한 그림이 있었을 텐데, 이번 대회는 100점 만점에 몇 점인가?
100점을 넘겼다.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사전에 예산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후원금에 맞게 대회를 해보자고 생각했다. 다행히 한국 e스포츠협회와 아프리카TV에서 선뜻 지원을 해줘서 구단대표 선발전, 조별리그, 플레이오프, 결승전을 성대하게 치를 수 있었다.
다만 오프라인 결승전에 관중들이 들어오지 못한 점이 아쉽다. e스포츠도 관중들이 들어오면 특유의 분위기가 난다. 골을 넣었거나, 아쉬운 장면이 있을 때 다 같이 소리 지르고 탄식하는 분위기가 없어서 아쉬웠다. 이 분위기를 팬들에게 전달하지 못해서 아쉽다.
저희의 원래 계획은 K리그 연말 시상식에서 eK리그 우승 시상식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K리그 시상식이 축소되고 일정 조정을 하면서 계획이 변경됐다. eK리그는 K리그 시즌 중이 아닌 비시즌으로 빠져서 개최하자고 했다.
-eK리그를 준비하던 시기와 끝난 시기에 구단 관계자들의 반응이 달랐을 것 같다.
대회를 준비할 때에는 구단들의 관심을 받는 마케팅 사업이 아니었다. 각 구단들이 한창 바쁜 시기였다. 그러나 대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점점 관심도가 커졌다. A구단은 저희에게 "e스포츠 공부를 하고 싶은데 어떤 걸 참고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B구단은 "스폰서 관계자들과 방송을 함께 봤다. 노출 효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다음 e스포츠 대회 우승을 노리겠다"고 했다. 연맹이 계획한 게 이 부분이다. 구단이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eK리그가 더 커질 수 있다.
-향후 계획도 궁금하다.
박문성 해설위원의 아이디어인데, K리그 일정에 맞춰 1년 내내 eK리그 일정을 소화하자고 하셨다. K리그 순위표와 별개로 eK리그 순위표가 생기는 셈이다. 저희도 장기적으로 그 정도까지 확대되길 바란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최하는 FIFA e콘티넨탈컵 출전권을 이 대회에서 가리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베트남, 태국 등 다른 나라도 eK리그와 유사한 자국 프로리그를 만들어서 각 대회 우승팀이 FIFA e콘티넨탈컵에서 만나는 걸 기대하고 있다. 메인 후원사 EA스포츠와 저희 모두 이와 같은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K리그에 출전했던 프로게이머들의 반응은 어땠나.
대전 소속으로 나온 프로게이머 신보석 선수가 이렇게 말했다. "eK리그가 신설되어 기쁘다. 개인이 아닌 K리그 팀을 대표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다른 e스포츠 대회와 긴장감이 달랐다. K리그 팀을 대표하는 자부심을 갖고 임했다. 제 개인방송 팬들을 위한 경기가 아니라 K리그 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 긴장됐다. eK리그로 K리그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K리그 팬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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