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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이준희의 여기 VAR]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바디가 쓰는 ‘두 번째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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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제이미 바디.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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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바디(34·레스터 시티)가 또 한 번 역사를 쓰고 있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9경기 7골을 넣으며 리버풀 무함마드 살라흐(10골)에 이은 득점 2위다. 치열한 득점왕 경쟁이다. 객관적 전력에서 리버풀(2위)보다 레스터 시티(9위)가 밀리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의미 있는 선전이다.

30대 중반 나이지만, 바디는 여전히 날카롭다. 상대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능력이 특출나고, 골 결정력도 리그 최정상급이다. 실제 살라흐는 42슈팅에 10득점으로 약 24%의 득점 성공률을 보인 반면 바디는 18슈팅 7득점으로 약 38%의 성공률을 보였다. 단 6개 슈팅으로 4골을 넣은 황희찬(울버햄프턴) 정도를 제외하면, 리그에서 따라올 자가 없다.

무엇보다 바디의 활약은 꾸준하다. 2015∼2016시즌 24골을 넣은 뒤 13골, 20골, 18골, 23골, 15골을 넣으며 매년 두 자릿수 득점을 책임졌다. 유일하게 부진했던 건 1부리그 데뷔 시즌(5골) 뿐이다. 한 번 골 감각을 익힌 뒤에는 매번 좋은 활약을 펼친 셈이다.

나이를 잊은 바디의 활약에 팬들은 ‘바디가 다시 동화를 쓰고 있다’며 열광한다. 사실 바디는 1부리그 데뷔 때부터 ‘너무 나이가 많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부리그를 전전하며 생계를 위해 공장일을 병행했던 바디는 27살인 2014∼2015시즌 레스터 시티에 이적하며 1부리그에 발을 디뎠다. 다른 선수들이 보통 10대 후반, 늦어도 20대 초반에 1부리그에 데뷔하는 것에 비해 시기가 한참 늦었다.

부정적 전망이 많았지만, 바디는 레스터 시티 2년 차인 2015∼2016시즌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의 지휘 아래 24골을 넣으며 이른바 ‘동화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전문가들이 평가한 레스터 시티 우승 가능성은 0.02% 이하였다. 바디는 11경기 연속 득점으로 프리미어리그 최다 연속골 기록도 갈아치웠다. 그는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잉글랜드 국가대표팀까지 승선했다.

그런데도 그를 향한 꼬리표는 사라지지 않았다. 보통 공격수의 전성기는 28∼30살로 꼽힌다. 이미 28살인 바디는 점차 내리막을 걷게 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함께 우승을 이끈 팀의 젊은 동료들은 빅클럽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바디는 레스터 시티에 남았다. 기적 같은 우승을 썼던 그때도, 그가 30대 중반까지 이처럼 리그 최정상급 공격수로 활약할 거라고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었던 셈이다.

“바디가 끝없이 골을 넣는다.”

팬들이 부르는 그의 응원가 가사다. 선수로서는 은퇴도 고려할 나이. 매년 나이를 이유로 한 부정적 전망이 나오지만, 그는 매번 세상에 ‘너무 늦은 나이’ 같은 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그가 어른을 위한 동화 작가인 이유다. 이번 시즌에 그는 또 얼마나 많은 골을 넣으며 희망을 퍼트릴까.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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