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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친이스라엘’ 주류 흔든 스쿼드 4인, 바이든도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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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한 오마르 미국 하원의원(가운데)이 지난달 25일 가자전쟁 반대 시위를 하는 학생들이 텐트를 치고 농성을 하던 뉴욕 컬럼비아대를 방문한 뒤 돌아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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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 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간신히 하원 다수당이 된 공화당은 회기가 시작되자마자 미네소타 출신의 민주당 하원의원 일한 오마르를 외교위원회에서 제명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 민주당 전원 반대, 공화당 전원 찬성이었다 . 캐빈 매카 시 당시 하원의장은 오마르 의원이 “미군을 하마스와 동일시했다”고 비난했다. 2018년 선거에서 무슬림 여성으로는 최초로 연방 하원에 입성한 소말리아 난민 출신 오마르 의원이 미 연방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제명되었다.



오마르 의원은 2019 년 1월 연방하원 의원이 되자마자, 미국 정치권에서 금기시되어 온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돈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글을 에스엔에스(SNS)에 올리면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누가 이스라엘을 지지해 달라고 의원들에게 돈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엔 거침없이 유대인들의 막강한 친이스라엘 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 AIPAC)를 거명했다 . 오마르 의원은 이후 특정 민족 (유대계)을 거명한 것에 대해 사과의 글을 올리기는 했지만 “나의 목소리는 더 크고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



오마르 의원의 이런 발언에 좌불안석이 된 것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였다. 유대계의 지지와 후원을 받아온 가장 대표적인 정치인이 바이든 대통령이다.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는 전략적으로 민주당 의원들을 특별히 관리해왔고 펠로시 의장뿐 아니라 스탠리 호이어 원내대표 등도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과 오랫동안 특별한 관계다.



이러한 당내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결속된 4명의 여성의원들이 ‘스쿼드 (The Squad)’다. 히스페닉계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뉴욕), 팔레스타인계인 라시다 틀라입(미시간), 흑인 여성인 아이야나 프레슬리(메사츄세츠), 그리고 소말리아계 난민 출신인 일한 오마르(미네소타)등 4명의 하원의원이다. 이들은 2016년 대선에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극우 인종정치에 대한 반작용으로, 2018년 중간선거에서 중도 우파 현역의원들을 누르고 연방하원에 입성했다 . 이들에 이어 2020년 선거에서 하원의원이 된 미주리주의 코리 부시, 뉴욕의 자말 보우먼, 그리고 2022년 중간선거에서 당선된 펜실베니아주의 서머 리, 텍사스의 그렉 캐서, 일리노이의 델리아 라미레즈를 포함하면 ‘스쿼드’ 는 9명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이미 민주당내 주류가 된 100여명 이상의 진보그룹(Progressive Caucus)내에서 무시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 5년 전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일한 오마르, 아야나 프레슬리, 라시다 틀라입이 처음으로 하원에 입성했을 때 많은 온건파 민주당원들은 이들을 민주당의 목에 걸린 생선가시쯤으로 여겼다. 당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들은 트위터 세계에 살고 있을 뿐 현실 세계에서는 추종자가 없다”고 폄하하며 골칫거리 취급을 했다. 그런데 지금 펠로시는 하원의장에서 물러났고, 후임인 하킴 제프리스는 중도노선을 취하지만 정책적으로는 스쿼드의 의제에 매우 우호적이다.



최근 몇 달 동안 이들 스쿼드 그룹은 당내에서 훨씬 더 큰 영향력을 확보했다. 트럼프주의와 극우 공화당 하원의 극단주의에 대한 반작용도 요인이지만, 더 큰 요소는 가자지구에서의 미국의 역할에 대한 전 지구적인 분노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1960년대 반전운동 이후 50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 내 좌파가 주요 의제에 대한 새로운 정치의 방향을 이끌게 되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장기 우파 독재권력과 이스라엘의 군사 계획을 미국이 억제하고 바꿔야 한다는 미국 국내 정치권의 움직임이 이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지난 3월 이스라엘의 확고한 지지자이면서 유대계로는 가장 큰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네타냐후 총리를 대체할 이스라엘 선거를 촉구하면서 이들 스쿼드의 입장에 다가갔다. 지난 3월 14일 연방의회에서 슈머의 연설은 미 정치권을 놀라게 했고, 스쿼드를 포함한 민주당 내 진보주의자들은 적극 환영했다. 슈머의 연설 직후 스쿼드의 아이야나 프레슬리 의원은 “오늘 우리의 비전은 주류 정치의 담론의 일부가 되었고 드디어 민주당이 여기에 반응하고 있다”고 성명을 냈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직후를 돌아보면, 민주당 내에서 이러한 변화의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 같았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침공한 첫날 오카시오 코르테즈 의원은 즉각 휴전을 요구했고, 유일한 팔레스타인계 하원의원인 라시다 틀라입 의원은 “이것은 오래된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주류 민주당 의원들은 이러한 견해를 위험시하면서 달가워하지 않았다.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정치 지형이 크게 달라졌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과 네타냐후 총리의 교체를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조건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이상 미국 민주당의 변방이 아니다. 크리스 반 홀렌 (매릴랜드), 크리스 머피(코넷티컷), 크리스 쿤(델라웨어), 피터 웰치(버몬트), 티나 스미스(미네소타) 등 상원의원들을 비롯해 하원 외교위원회의 멤버이고 오랫동안 이스라엘을 절대적으로 지지해온 뉴욕주의 그레고리 믹스 의원은 이스라엘에 F-15 전투기와 군수품을 판매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스라엘은 당장 민간인 사망을 줄이고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흐름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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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관계 입막음용 돈 지급 관련 형사재판이 열렸던 지난달 15일 미국 뉴욕 법원 앞에서 트럼프 지지자가 미국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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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동안 지속된 미국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지지 외교 정책의 기조가 이번에는 변할까?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살해된 가자지구의 비극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에 대한 미국 진보주의자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도 구체적인 변화의 동력이다.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미국의 역할에 반대하는 젊은 미국인들과 많은 일반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항의 활동을 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의 벌어지는 민간인 학살이 에스엔에스 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되면서 학생들의 캠퍼스 내 시위가 시작되고 순식간에 전국 대학교로 번졌다. 바이든 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항의하고 가자지구를 공격하는 이스라엘의 네탸냐후 정부를 규탄하는 천막농성으로 이어졌다. 시위대의 중심에는 친 팔레스타인계들이 있지만, 시위대의 중심을 이루지만 범 진보조직들이 함께 하고 있다.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의미하는 “강에서 바다까지” 같은 문구도 농성장에 등장했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팔레스타인의 권리에 대한 요구로 보고, 다른 이들은 이스라엘 국가 말살을 의미하는 반유대주의 시위로 비난하기도 한다. 캠퍼스 안팎에서 반유대주의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시위를 주도하는 진보주의자들은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만큼 반유대주의와도 강력하게 싸울 것이라고 말한다.



팔레스타인계 미국인들도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팔레스타인계 유권자는 전체 미국 유권자의 1.2% 정도이지만, 결집된 유권자가 대선전의 경합주인 미시간, 조지아, 위스콘신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 세 경합주에서 반전 시위자들이 캠페인을 주도했다. 이들은 지난 3월 초 미시간주 프라이머리, 그리고 4월 위스콘신주 프라이머리에서 바이든으로부터 이탈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친 이스라엘 정책의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11월 선거에서 트럼프에 이길 수 없는 결론에 도달한다. 한 팔레스타인계 활동가는 인터뷰에서 “같은 편인 척 하는 다른 편과 동거하는 것 보다는 다른 편임을 확실하게 알고 동거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면서 바이든 정부를 압박했다.



지난 3일 스쿼드의 일한 오마르 의원이 컬럼비아 대학의 천막농성 시위장을 찾았다. 농성 중인 외동딸과도 대면했다 . 컬럼비아 대학에 재학 중인 오마르 의원의 딸 이스라 허시(Isra Hirsi)는 반이스라엘 시위 주동자로 체포되었었고 학교로부터는 정학 처분을 받은 상태다. 오마르 의원은 시위장에서 만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대량학살을 지지하든, 대량학살을 반대하든 우리는 모든 유대인 학생들에 대한 반유대주의나 편협함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경찰은 컬럼비아 대학 캠퍼스 등에서 반전시위를 강제진압 했지만, 시위는 오히려 전국의 대학으로 더 확산됐다 . 정치권이나 대학 측은 이제 곧 시험을 치르고 방학을 하면 시위가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방학이 되면 학생들의 에너지는 더 커진다 . 4년 전 경찰에 의한 흑인 청년 사망사건으로 ‘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M)시위가 촉발됐고, 곧 환경, 인권, 인종, 빈곤 문제에 맞서는 활동가들이 가세해 들불처럼 전국적인 시위로 확산됐다. 지금도 가자지구의 비극 앞에서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 지지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젊은 세대의 반발에 범 진보 진영이 가세했다. 이들의 요구는 포괄적이고 구체적이며 격렬하다. 정치권을 향하는 시위대의 확산은 1968 년 베트남 반전시위를 연상케 한다. 당시의 반전 시위도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시작했고 8월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로 집결했다. 1968년 시카고 전당대회에 집결한 반전시위를 시카고 경찰이 강제진압하면서 유혈사태가 발생해 ‘피의 전당대회’라고 불린다. 올해도 대선이고 민주당 정부를 향하는 시위대가 몰려가는 곳이 8월의 시카고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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