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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통령 사망, 중동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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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일(현지시간) 구조대원들이 전날 이란 북서부 산악 지역에 추락한 헬기 잔해에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외무장관 등 동승자들의 시신을 찾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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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라힘 라이시(63) 이란 대통령이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고 이란 당국이 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州)에서 열린 댐 준공식에 참석한 후 헬기를 타고 이동하던 중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서 사고를 당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지역 성직자 등 사고 헬기에 탑승한 9명 전원이 숨졌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나오지 않았지만, 헬기가 노후 기종이었다는 점과 악천후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5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이란 당국이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공식 확인하자 국제사회가 중동 정세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스라엘 연루 증거 없지만“친이란 세력 충분히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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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헬기 추락사가 확인된 20일 테헤란에서 이란 긴급 내각회의가 열렸다. 내각 회의실엔 고인의 사진과 함께 대통령석에 검은 천이 둘러졌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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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장기화 등으로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중동 정세가 또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란 내부적으론 후계자를 둘러싼 권력 다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란 헌법(제131조)은 대통령의 유고 시 제1부통령(총 12명)이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50일 이내에 대선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하마드 모흐베르 제1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임시 수행하게 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85세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유력한 승계자로 강력하게 거론되던 두 명 중 한 명인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으로 이란 정계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하메네이의 차남인 고위 성직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최고지도자 후임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었는데,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란 정계가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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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이란 북서부 산악 지대에서 발견된 사고 헬기의 잔해.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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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8개월째 접어든 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역내 긴장이 높아진 상태에서 라이시의 죽음이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친(親)이란 세력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난달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포격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과 이스라엘의 재보복이 이뤄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대(對)이스라엘 강경론자인 라이시 대통령이 사고를 당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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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AP통신은 “이스라엘이 연루되었다는 증거는 없지만, (라이시의 죽음은) 친이란 세력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 등 ‘저항의 축’은 이를 명분 삼아 도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고 직후 하마스는 성명을 내고 “이 고통스러운 사건에서 우리는 이란과 그 지도부, 정부 및 국민과 완전한 연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누구보다 상황을 주시하는 건 미국이다. 사고 직후 백악관은 조지아주(州)를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고, 국무부는 “주의 깊게 보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러시아와 이웃 중동 국가들은 사고 직후 신속한 지원과 연대 표명에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구조 요원 50명가량을 이란에 급파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신속 대응 위치 서비스’를 가동해 이란 정부를 지원했다. 이란과 중동 맹주 자리를 두고 다투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도 지원과 연대의 뜻을 밝혔다.

박형수·임주리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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