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경기 연속 멀티골'…5년 만의 K리그1 '토종 득점왕' 눈앞
'대표팀 외면'엔 "전 괜찮은데…벤투 감독님 다른 선수들 보러 제주 오셨으면"
주민규 |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막판 3경기만을 남겨둔 2021시즌 프로축구 K리그1에선 승격 팀의 선전이 돋보였다.
지난 시즌 K리그2 우승으로 승격한 제주 유나이티드, 플레이오프를 거쳐 1부에 복귀한 수원FC가 나란히 파이널A에 진입하면서 성공적인 승격 첫 시즌을 보냈다.
특히 제주는 최근 2연승을 포함해 6경기 무패(4승 2무)에 힘입어 4위(승점 51)에 자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에도 도전하고 있다.
그 중심엔 팀 공격의 핵심인 '캡틴' 주민규(31)가 있다.
주민규는 이번 시즌 리그 21골을 폭발, 2위 라스(수원FC·17골)에게 4골 차로 앞선 득점 부문 선두를 달리며 득점왕 등극을 눈앞에 뒀다. 6일 수원 삼성과의 K리그1 35라운드를 비롯해 최근 3경기 연속 멀티 골로 기세가 무섭다.
8일 전화로 만난 주민규는 "최근 팀 분위기가 워낙 좋아서 기회가 많이 생긴 덕분에 연속 득점으로 이어지는 듯하다"고 자평했다.
그는 "파이널 라운드 전 마지막 경기인 (10월 24일) 전북 현대전, 파이널A 첫 경기인 (10월 31일) 대구FC전이 무척 중요한 경기였다. 특히 대구를 상대로는 이번 시즌 승리가 없어서 부담스러웠는데, 그걸 극복하고 나니 자신감이 더 생겼다"고 전했다.
주민규와 제주 선수들 |
원래는 미드필더를 주로 봤던 주민규는 2013년 K리그 드래프트에서 순번엔 들지 못해 '번외 지명'으로 고양 Hi FC에 입단해 어렵게 프로 무대를 밟은 선수다.
미드필더로 뛰면서도 심심찮게 '공격 본능'을 발휘하던 그를 눈여겨본 K리그2 서울 이랜드에 2015년 공격수로 영입된 뒤 프로 생활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군 복무를 위해 2017년 합류한 상주 상무에선 17골을 터뜨려 1부에서도 통하는 공격수로 자리매김했고, 이제 국내 최고의 골잡이 반열에 올랐다.
매 시즌 전엔 '두 자릿수 골'을 목표로 삼는다는 주민규는 올해 득점왕 경쟁까지 하리라곤 예상치 못했다고 한다.
그는 "준비는 매년 똑같이 하는데, 그런 노력이 조금씩 모여서 올해 터진 거로 생각한다"면서 "올해는 전반기에 이미 목표에 도달해 다시 10골을 넣어보자고 목표를 변경하며 시즌을 치렀다"고 귀띔했다.
특히 "제주는 선수들 사이 우애가 정말 좋고, 그게 경기장에서 나온다. 저의 득점에 동료들이 더 적극적으로 자기 일처럼 도와주고 있어서 기회가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며 공을 돌렸다.
남기일 감독과 정조국 코치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2016년 20골을 넣어 K리그1 마지막 '토종 득점왕'으로 남아 있는 정 코치는 당시 광주FC에서 남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그리고 이번엔 이들이 지도자로서 또 한 명의 국내 선수 득점왕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커졌다.
주민규는 "감독님과 코치님 모두 기회가 왔을 때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인내하며 박스 안에서의 움직임을 생각하라고 주문하신다. 코치님의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된다"면서 "감독님께 국내 선수 득점왕 2명 만들어 낸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드리고 싶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주민규의 이번 시즌 경기 모습 |
이쯤 되니 국가대표 소집 즈음엔 어김없이 주민규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은 그를 한 번도 뽑은 적이 없다.
관련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을 주민규는 "공격수는 좋은 선수가 많아서 제가 뽑히지 못한 게 큰 아쉬움은 없다. 국가대표는 선수 생활을 마칠 때까진 늘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다만 "제 기억엔 벤투 감독님이 저희 경기를 보러 오신 적이 없다"면서 "저 때문이 아니더라도 제주에 잘하고 있는 좋은 선수가 많은데 한번 보시면 스타일에 맞는 선수가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전 정말 괜찮다"고 강조한 그는 "주변에서 다들 좋게 말씀해주셔서 민망하다. 벤투 감독님이 이제 절 싫어하시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주민규의 눈은 오직 K리그1 남은 3경기를 향하고 있다.
A매치 휴식기 이후 제주는 21일 울산 현대, 27일 수원FC, 다음 달 5일 전북과의 경기를 남겨뒀다. 바로 다음 경기는 공교롭게도 우승 경쟁에서 전북에 한 발 밀린 친정팀 울산과의 대결이다.
주민규는 "우리 팀이 우승의 키를 쥐게 된 느낌이다. 모두 껄끄럽고 부담스러운 상대지만, 지금은 우리도 어디와 붙어도 해낼 수 있다는 힘이 생겨 두렵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6일 수원 삼성과의 홈 경기 승리 자축하는 제주 선수단 |
우승의 '캐스팅 보트' 역할 외에 제주의 상황에도 남은 경기는 중요하다. 3위 대구(승점 52)와 승점 1 차이로 ACL 출전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2019년 울산에서 뛸 때 ACL 무대를 밟았던 주민규는 "ACL에 나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건 차이가 크다. 다른 나라 리그의 문화를 배우며 경험하는 게 많아서 꼭 다시 뛰고 싶다"며 "제주도 ACL에 출전했던 팀인 만큼 선수들이 '제 자리로 가자'는 목표 의식이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팀이 ACL 출전권을 확보하고, 저도 제가 원하는 득점왕을 받고 시즌을 마무리한다면 가장 좋은 그림 아닐까. 끝까지 긴장 늦추지 않고 집중하겠다"며 행복한 마무리를 꿈꿨다.
또 하나의 남은 시즌 목표가 있다면 '리그 통산 100골 돌파'다.
현재 99골인 주민규는 한 골을 더하면 100골을 채워 양동현(수원FC), 두 골을 추가하면 윤상철(은퇴·101골)과 같게 된다.
주민규는 "100골은 역사가 깊은 K리그에서도 11명밖에 이루지 못한 기록이니 이룬다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단 동현이 형부터 잡고자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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