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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아웃] 경찰청장 첫 파면, 갈림길에 선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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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아웃] 경찰청장 첫 파면, 갈림길에 선 경찰

    연합뉴스

    경찰 앰블럼
    [경찰청 사진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조지호 경찰청장이 지난 18일 파면됐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전원일치 결정이었다. 경찰청장이 탄핵으로 파면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헌재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봉쇄와 출입 통제가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을 정면으로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헌재는 경찰청장의 정보 접근성과 판단 책임을 명확히 짚었다. 조 전 청장의 파면은 권력기관 수장의 책임 기준을 재정립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경찰청장은 그동안 '영욕의 자리'였다. 1991년 경찰청 발족 이후 20여 명의 경찰청장이 거쳐 갔지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청장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 중 일부는 정권 교체기 때 희생양이 되기도 했고, 퇴임 후 법정에 서기도 했다. 그래서 '치안 총수의 잔혹사'라는 말도 생겼다. 조지호 파면은 분수령이다. 경찰청장은 과거 권력의 눈치를 보다가 정치적 책임을 졌고, 이번엔 권력의 지시를 따르다가 헌법 위반으로 파면됐다. 경찰청장은 이제 권력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더욱이 앞으로 경찰은 과거와 180도 달라져야 한다. 조직과 권한이 비약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검찰청이 내년 폐지되면서 경찰은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확고히 쥐게 됐다.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넘기는 전건 송치 제도와 송치 전 검사의 수사 지휘는 사라졌다. 경찰청은 경비 인력 1천여 명을 수사관으로 전환하고, 기동대 인력을 민생치안 부서로 재배치한다. 국민이 접하는 형사 사법의 첫 얼굴은 경찰이다. 수사 권한의 중심이 경찰로 이동한 셈이다.

    문제는 권한만큼 책임과 독립성이 따라오느냐다. 경찰의 권한 확대는 시대적 흐름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력의 요구 앞에서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다면, 공룡화된 조직은 더 큰 위험이 된다. 조지호 파면이 남긴 메시지를 기억해야 한다. 권력의 불법적 명령을 따르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한다. 경찰청장은 향후 '윗선의 지시'를 방패로 삼을 수 없게 됐다. 권한이 커진 만큼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져야 한다. 헌법과 법률을 어기면 그 대가도 무거울 수밖에 없다.

    경찰은 갈림길에 서 있다. 전문 수사기관으로 우뚝 설 것이냐, 권력의 하부 기관으로 남을 것이냐. 경찰은 명실상부한 수사의 주체다. 부실 수사를 막고, 정치 개입을 거부하고, 국민 인권을 지켜야 한다.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순간, 조직은 끝없이 추락할 것이다. 치안 총수의 잔혹사를 끝내려면 경찰 스스로 법치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권한은 이미 손에 쥐었다. 국민의 신뢰를 얻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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