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명과 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4회 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대회를 치러냈고, 자국 선수들의 선전에 힘입어 애국심을 고취하는 계기까지 만들면서 대내적으로는 일단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회식과 대회 초반부터 불거진 여러 논란으로 ‘세계인의 축제이자 화합의 장’이라는 올림픽 취지가 무색해지면서 이번 올림픽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0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 소식을 전하며 “중국은 세계에 간소하고 안전하며 멋진 올림픽을 선보이겠다는 약속을 이행했다”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역사 장정에 새로운 기념비를 세웠고, 올림픽과 인류 평화 발전의 역사책에 새로운 페이지를 썼다”고 자평했다.
코로나19 방역은 중국이 이번 올림픽에서 최대 성과로 내세울 만한 부분이다. 강력한 통제로 선수들의 불만을 사기는 했지만 외부와 차단된 ‘폐쇄루프’ 시스템을 적용해 비교적 안정적인 방역 상황 속에서 대회를 치러냈기 때문이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폐쇄루프는 성공적이었다”며 “대회 기간 이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가 아니었나 싶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또 이번 올림픽에서 종합 순위 3위로 동계올림픽 사상 최고 성적을 거두면서 애국심과 민족주의를 고양하는 내부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거둔 성과는 많지 않다. 신장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한 일부 국가의 외교적 보이콧은 올림픽에서 중국의 인권 문제를 부각하며 대회 분위기 자체를 반감시켰다. 헤더 디시터 영국 드몽포트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전반적으로 올림픽이 중국에 외교적·지정학적 이득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며 “올림픽이 중국에 대한 세계인의 호감을 키우는 대신 인권과 언론 자유 부족 등 다른 이슈들을 부각시켰고, 중국의 위상을 세계에 증명했던 2008년 올림픽만큼의 성과는 얻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대회 초반 쇼트트랙 경기에서부터 시작된 편파 판정과 오심 논란은 ‘중국 체전이냐’는 비아냥을 불러왔으며, 러시아 피겨 선수의 도핑 논란은 올림픽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타가 됐다. 올림픽 기간 내내 우크라이나 문제로 긴장이 고조된 국제정세도 이번 올림픽에는 큰 악재 중 하나였다. 워싱턴포스트는 도핑 논란 등을 언급하며 “베이징 올림픽은 ‘스캔들 올림픽’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팡중잉(龐中英) 중국해양대 교수는 SCMP에 “올림픽 주최국이 되는 것은 중국에 항상 양날의 칼이었다”며 “2008년 올림픽은 중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지만 이번 올림픽이 끝난 후에는 앞에 무엇이 놓여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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