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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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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이 중국 장애인체육을 바꿨다, 한국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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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알파인스키 남자 수퍼대회전 금메달을 따낸 량종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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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패럴림픽이 중국 장애인 체육을 바꿨다.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에서 메달 1개에 그쳤던 중국이 종합 1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은 2022 베이징 겨울패럴림픽 엿새째인 9일까지 금메달 10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2개 등 총 31개의 메달을 따 종합 1위를 달리고 있다. 전체 메달 수에서도 압도적인 1위다. 2위 우크라이나(19개)에 12개 차로 앞서있다.

2002년 솔트레이크 대회 때 처음 출전한 중국은 2014년 소치 대회까지는 메달을 따지 못했다. 2018년 평창 대회까지 따낸 메달은 2018년 평창 대회의 휠체어컬링 금메달 뿐이었다. 이번 개막식 성화 최종주자들도 대부분 여름 종목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안방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홈 이점을 최대한 살리고, 전력 노출을 극비에 부치기 위해 국제대회 출전 대신 국내 훈련에 집중한 전략이 맞아들었다. 중국은 가장 많은 메달이 걸려있는 노르딕스키(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4개, 동메달 6개를 휩쓸었다. 평창까지 중국 선수의 종목 최고 성적은 8위였다.

코로나19 여파로 테스트 이벤트가 열리지 않아 선수들이 경기장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던 반면 중국 선수들은 완벽 적응을 마쳤다. 노르딕스키 경기가 열리는 장자커우 국립바이애슬론센터는 1600m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평창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신의현(42·창성건설)도 "고지대에 아직 적응이 안된 것 같다. 호흡이 어렵다"고 했다. 박승재 대한장애인체육회 훈련기획부장은 "중국 선수들이 대회 직전 6개월 동안 훈련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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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를 꺾은 뒤 관중에게 인사하는 중국 파라아이스하키 선수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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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아이스하키에서도 중국은 급성장한 전력을 뽐내고 있다. 세계랭킹 9위인 중국은 세계 5위 체코를 두 번이나 이겼다. 한국과 동메달결정전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홈 어드밴티지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의 달라진 장애인체육에 대한 인식이 바탕에 있다. 중국은 2000년 시드니 여름 패럴림픽까지는 10위권 정도였다. 하지만 2008년 여름 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계기로 선수들을 집중 육성했다. 수영·육상·역도 등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하면서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줄곧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장애인 인구만 8000만명이 넘는 중국인만큼 선수 수급도 어렵지 않았다.

다만 겨울 종목은 준비기간이 길고, 비용 투자가 필요하다. 이번 겨울 패럴림픽 유치를 기점으로 동계 스포츠 인프라를 확충하고, 선수들을 집중육성했다. 한민수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장애인 인구가 많은 중국이 경기하기에 유리한 장애를 갖고 있고, 어린 선수를 발굴해 키웠다. 2014년 소치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러시아 대표팀 코치 니콜라이 샤르슈코프가 현재 중국 대표팀 감독"이라고 전했다.

엘리트 종목에만 국한된 투자는 아니다. 중국은 패럴림픽을 계기로 장애인 체육시설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중국 장애인 체육사업과 권리 보장 백서에 따르면 중국 장애인 체육 참가율은 2015년(6.8%)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23.9%(2021년)까지 증가했다. 20.2%인 한국보다 더 높다. 장애인을 겨울스포츠 인구 3억 명 육성을 목표로 2016년부터 장애인 겨울스포츠 시즌을 개최하고 있다.

사회적인 투자도 달라졌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여름 대회를 앞두고 만리장성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장애인이 관람할 수 있는 코스를 만들었다. 상징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그 전까지와는 다른 태도다. 장애인 체력 단련 시범지도 1만 675개를 건설했고, 장애인 사회체육지도자 12만 5000명을 육성했으며, 가정 방문 재활체육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평창패럴림픽을 계기로 장애인들의 체육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8년 8월 문체부는 반다비체육센터 건설을 추진하도록 했다. 장애인들이 우선적으로 생활체육에 참여할 수 있는 시설이다.

2025년까지 150개 건립을 목표로 시작했고, 올해 5월에 드디어 첫 번째 센터들이 문을 열 예정이다. 장애인들이 좀 더 편안하게 운동을 접하고, 더 나아가 엘리트 선수로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다수 센터는 장애인 뿐 아니라 비장애인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지역민들의 쉼터가 된다.

장애인체육에 대한 투자는 스포츠 발전 뿐 아니라 의료를 포함한 복지 비용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한국산업정보연구소가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약 226만원이었던 장애인 1인당 연간의료비는 장애인의 체육활동 참여를 통해 94만원까지 줄어들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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