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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세계 속 한류

완전체 BTS와 잠시 동안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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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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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성장할 시간 못 가져
더 많은 시간 위해 멈춤 필요”
유튜브 영상서 고민 털어놔

입대 앞둔 상황도 맞물린 듯
멤버들 각자 솔로 앨범 계획

그룹 방탄소년단(BTS·사진)이 데뷔 9년 만에 단체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BTS는 2013년 데뷔해 ‘아시아계 남성’이라는 비주류 타이틀로 세계 주류 음악시장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아이돌 그룹임에도 단순한 음악활동을 넘어 청소년들에게 ‘자신을 사랑하라(LOVE YOURSELF)’ 메시지를 전하고, 인종차별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했다.

BTS 멤버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은 솔로 계획을 밝히며 음악활동의 제2막을 알렸다. 그룹 해체는 아니지만, 멤버들이 순차적으로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등 활동에 변화를 줘야 할 시기와 맞물린 계획으로 보인다.

BTS는 지난 14일 오후 늦게 올린 유튜브 영상 ‘찐 방탄회식’에서 “우리가 잠깐 멈추고 해이해지고 쉬어도 앞으로의 더 많은 시간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10일 BTS 활동 챕터 1을 정리하는 앨범 <프루프(Proof)>를 발표하기도 했다. 영상에서 멤버들은 위스키, 와인, 소주, 막걸리 등으로 취향에 맞는 음주를 하면서 솔직하게 발언했다. 리더 RM은 “K팝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 계속 뭔가를 찍어야 하고 해야 하니까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다”면서 “생각을 많이 하고, 뒤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다음에, 그것들이 숙성돼서 내 것으로 나와야 하는데 10년간 이렇게 방탄소년단을 하며 물리적인 스케줄을 하다 보니 내가 숙성이 안 되더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RM은 본인의 역할도 고민했다. 그는 “랩 번안하는 기계가 됐고, 영어를 열심히 하면 내 역할은 끝났었다”며 “(우리 팀이) 방향성을 잃었고, 생각한 후에 다시 좀 돌아오고 싶은데 이런 것을 이야기하면 무례해지는 것 같았다. 팬들이 우리를 키웠는데 그들에게 보답하지 않는 게 돼버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방탄소년단을 오래 하고 싶다. 오래 하려면 내가 나로서 남아 있어야 한다”며 “우리가 옛날처럼 멋있게 춤을 추지는 못하더라도 방탄소년단으로, RM으로 남아 있고 싶다”고 말했다.

군입대 등 변수가 남았지만, 개인 활동은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멤버 일부가 믹스테이프(비정규 음반)나 드라마 OST 활동을 했지만, ‘원팀’을 강조하는 소속사 방침에 따라 이들 모두 제대로 된 솔로 음반은 지난 9년간 내놓지 않았다.

제이홉은 영상에서 “이런(솔로 활동) 기조 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한번 해야 할 것 같다”며 “방탄소년단의 챕터 2로 가기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제이홉이 다음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유명 음악축제 ‘롤라팔루자’에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무대에 오르는 점을 고려하면 올여름 멤버들 중 처음으로 솔로 음반을 선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뷔·지민·슈가 “곡 작업”…진 “배우 꿈꿨는데 미련 없어”…제이홉 “BTS 챕터2”

다른 멤버들도 계획을 밝혔다. RM은 뷔를 언급하며 “(뷔가) 준비를 오래전부터 했고, 실제로 좋은 곡을 많이 만들어놨다”며 “집에서 (만든 곡을) 들려줬다”고 말했다.

지민은 “나는 이제 (곡 작업을) 시작했지만, 뷔는 꼼꼼한 성격이라 저보다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정국은 “나는 윤기형(슈가) 다음에 낸다”고 말했다. 진은 “나는 마지막에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나는 배우가 하고 싶었다. 아이돌을 하게 되면서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니 그쪽(배우)에 대한 미련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인생은 모르는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BTS의 병역 문제를 두고 국회에서 병역법 개정 등 논의가 있었지만, 큰 변화가 없다면 내년 맏형 진을 시작으로 입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군 복무 전인 멤버들이 개인 활동을 통해 BTS의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BTS는 2013년 6월13일 싱글 앨범 <2 COOL 4 SKOOL>로 데뷔했다. 유명 프로듀서 방시혁씨가 배출한 힙합 그룹으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기준으로 하이브(구 빅히트)가 SM, YG, JYP 등 대형 기획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중소 기획사’ 아이돌, ‘흙수저’ 아이돌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BTS는 동시대 청소년이 공감할 만한 음악을 다수 시도해왔다. 인기 아이돌과 팬들의 접촉이 많지 않았던 때에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팬들과 소통하는 것이 이 그룹의 특징이기도 했다.

BTS는 초기부터 CJ ENM이 해외에서 여는 K컬처 페스티벌인 ‘케이콘(KCON)’ 등 해외 무대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2017년 5월 참석한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초기 미국 내에서도 남미계와 아시아인을 중심으로 인기가 커졌는데, 이 같은 현상은 주류 사회에 대한 도전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백인 위주 미국 대중문화계에서 소수자를 대표하는 듯한 그룹이 크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후 이들의 세계 무대 활동은 모두 ‘한국 가수 최초’라는 타이틀로 수식됐다. 2018년 5월 발매한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가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발매한 앨범들도 대부분 같은 차트의 1위에 올랐다.

2019년 8월 발매한 데뷔 첫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인 ‘핫 100’ 1위를 차지했다. 2020년 11월 한국 대중음악 최초로 그래미 어워즈의 후보로 지명됐다.

아이돌이라는 한계를 넘어서는 다양한 활동으로도 주목받았다. 한류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2018년 10월 최연소로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18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제73회 유엔총회에 글로벌 청년 대표이자 연설자 자격으로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2021년까지 총 세 차례 유엔총회에 참석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백악관에 초청돼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중예술인으로 자리 잡았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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