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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6 (목)

    [여적]경자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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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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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작제도라는 수천년 내려온 제도를 고치자는 것이에요. 이것이 개혁이에요. 개혁이란 그렇게 무서운 것도 아니고 어려운 것도 아니에요.”

    1949년 3월, 국회에서 조봉암 의원은 농지개혁안을 늦추려는 의원들을 설득한다. 결국 1950년 3월 농지개혁법이 공포됐다. 이승만 정부의 농지개혁은 지주층의 방해를 막아낸 조봉암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토지사유제 원칙을 유지하기 위해 유상몰수·유상분배 방식을 택했어도,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훗날 헌법에서 못 박은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다.

    농지개혁은 한국 사회에서 ‘평등한 토지 분배’를 구현한 최초의 경제민주화 조치였다. 덕분에 자작농이 된 농민들이 땅을 팔아 자식들 대학 공부를 시키는 것도 가능해졌다. 농지개혁이 한국 고도 성장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하지만 ‘경자유전’ 원칙은 지켜지지 못했다. 토지보유세 강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해서다. 그런 상태에서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이 이루어졌고, 오늘날 농지는 본래의 생산 가치보다 투자 가치가 더 크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자유전 원칙 위반 농지에 대한 강제 매각 명령 검토를 지시했다. 일부에서 ‘공산당’ 운운하자, 25일 이 대통령은 엑스에 “상속받은 농지나 농사를 짓다 노령 등으로 불가피하게 묵히는 농지 등을 (매각 대상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마 자신이 투자한 농지의 개발 호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뉴스일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경자유전 원칙을 헌법에 명시하고 농사를 짓지 않는 지주의 땅을 강제 취득해 농민들에게 분배한 이가 이승만 대통령”이다. 그런데 농지개혁을 그렇게 상찬하던 보수 세력들이 막상 투기용 농지를 팔라니까 태도를 바꾼다면 이 얼마나 이율배반인가.

    현재 한국에서 개인 토지 소유 지니계수는 0.8(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땅을 투기·투자용으로 보유하는 것은 ‘하나마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정부의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못하리란 법도 없다. 아울러 농업·농촌 쇠락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의 해법도 고민했으면 좋겠다.

    이명희 논설위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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