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의 출발점이 된 현실은 그리 편하지 않다. 용흥초등학교는 현재 폐교 위기다. 촬영 당시 기준으로 전교생 숫자는 18명뿐이고, 1학년은 단 한 명도 없었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이 아름다운 학교는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수년 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전교생의 사이가 좋다”는 아이들의 학교 자랑 뒤에 따라온, “싸우고 금세 화해하지 않으면 놀 친구가 너무 적어진다”는 말은 그 그늘을 아프게 일깨운다. 실제로 제작진은 제작발표회 때 프로그램을 기획한 배경으로 지방 소멸 시대의 위기를 언급한 바 있다.
<방과후 태리쌤>이 추구하는 ‘힐링’은 그저 무해한 감동이 아니라, 그 어둡고 불편한 현실 위의 끈질긴 희망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를 위해 강조된 것은 ‘처음’이라는 키워드다. 프로그램은 김태리가 태어나서 처음 연극 무대에 선 순간의 회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생 첫 무대 위의 즐거웠던 기억, 처음 받아본 관객들의 박수갈채, 그 잊지 못할 경험이 김태리를 오늘의 자리로 이끌었다. 그때의 김태리처럼 처음으로 연극을 배우는 학생들, 그리고 막상 연기 지도는 처음인 ‘초보쌤’ 김태리의 고군분투 등 다양한 ‘첫 도전’이 ‘소멸’의 불안에 대응하면서 프로그램에 생기와 희망을 불어넣는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처음’의 경험에 시청자들 역시 동참하게 된다는 점이다. 김태리 연극 수업의 1차 목표는 학교에서 곧 열리는 학예회 공연에 있지만, 그보다 궁극적인 목표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데 있다. 그전까지 연극을 주로 관람과 감상의 대상으로 접했던 시청자들은 처음으로 연극을 배우는 아이들의 수업 진도에 맞춰, ‘연극의 근간’은 자기를 표현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약속이라는 사실을 차츰 깨닫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을 마냥 귀엽고 미숙한 존재로서가 아니라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배우고 성장하는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담아낸 것 또한 <방과후 태리쌤>의 돋보이는 미덕이다. 프로그램 1회가 방영된 뒤 가장 화제가 된 장면 중 하나는 첫날 수업을 마치고 여러 생각에 쉽게 잠들지 못하던 김태리가 작가 김소영의 저서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는 장면이었다. 이미 많은 연극 전문 교재를 공부하고 연구했던 김태리는 학생들과 대면하자 그들의 세계를 다시 배우려 노력한다. 이 프로그램의 성장기는 “어린이에 대해 생각할수록 우리의 세계는 넓어진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책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
다시 <방과후 태리쌤> 기획 의도를 떠올려보자. 대부분 수도권 거주민일 시청자들에게 ‘지방 소멸’이라는 말 자체가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형성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그것이 해당 지역, 한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점을 환기한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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