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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7 (금)

    [에디터의 창]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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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 붐’의 물리적 실체를 꼽자면 AI 데이터센터일 것이다. 데이터센터는 텍스트, 이미지, 코드 등을 저장·처리하는 시설로 데이터 외에도 광물(반도체), 전기, 물 등이 모이는 결절점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빚을 져가며 가장 많이 투자하는 것이 데이터센터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업이 최근 경기를 부양했다고 할 정도다.

    한국도 AI 데이터센터 진흥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여야가 발의한 관련 법안은 6개인데,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정책금융, 보조금, 세제혜택, 전력·용수·부지 확보를 지원하고 규제 완화에 나서는 것을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어느 정당도 다른 목소리는 대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명히 다른 목소리는 존재한다. 박채연 경향신문 기자의 2월19일 보도(“수도권 인구 밀집 지역 데이터센터 설립 철회하라”…센터 우후죽순에 커지는 주민 반발)를 보면, 서울 금천구 독산동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 얘기가 담겨 있다. 안양천 변에 지어지는 이 시설은 6000㎡ 면적 지하 1층, 지상 8층의 소규모이지만 주민들은 구청이 전기·물 부족이나 화재, 소음, 전자파, 빛 공해 우려 등에 대한 주민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건설을 허가한 점을 지적했다.

    이것을 지역이기주의로만 치부하면 안 된다. 주민 우려는 데이터센터가 엄청난 전력과 물을 소비해 생활 여건에 영향을 주지만 공공의 감시나 통제는 거의 받지 않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비롯됐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남동구 구월동, 경기 부천시 춘의동 등 수도권 곳곳에서 비슷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전력 수급 문제를 이유로 지난 3년간 더블린에 데이터센터를 짓지 못하게 했고, 칠레에서는 수자원 고갈 우려가 커지자 구글이 2024년 산티아고에 지으려던 데이터센터를 철회한 일도 있었다. 미국에서도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중단)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캐런 와이즈 뉴욕타임스 기자가 2월16일 팟캐스트에서 소개한 인디애나주 세인트 조지프 카운티 주민 숙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업계 논리가 지배적일 줄 알았는데 막상 주민총회가 열리자 침묵했던 다수의 불만이 표출됐다. 시카고에 인접한 이 도시에 3년 전 데이터센터가 처음 들어섰을 때만 해도 주민들은 막연히 지역 경제에 기여할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가 설치되자 고용 효과는 사라졌고, 전기료 상승, 수원지 고갈 우려가 나왔다. 평온함이 깨지고 넓은 평지가 사라지는 게 싫다는 사람, 증시가 오르는 와중에도 고용 상황은 나빠지는 역설을 언급한 이도 있었다. AI는 불가피한 미래이니 덮어놓고 협조해야 한다는 압박이 싫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밤샘 토론 후 주민 대표들은 7 대 2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부결시켰다.

    주목할 점은 데이터센터가 도시 가까이 지어지는 것이다. 이 시설이 이용자로부터 멀어질수록 데이터 처리 지연 시간이 길어지는 점과 관계 있다. AI가 학습에서 추론 모델로 옮겨가며 데이터센터의 근접성은 더 중요해진다고 한다.

    여기서 도시 주민들이 각종 기피시설을 떠안아온 시골 주민들의 처지를 역지사지할 여지가 생겨난다. 도시민들은 폭증한 데이터센터로 인해 자본주의 근대문명의 어둠을 깨닫기 시작했지만, 시골 사람들은 수십년 전부터 그걸 느끼고 있었다.

    데이터센터는 도심의 몇천평 공간에 갇혀 있지 않다. 어마어마한 물을 대는 주변 수역, 전기를 대는 먼 곳의 발전소, 그 전기가 지나는 송전선로 주변, 그리고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반도체를 만드는 공장과 다시 그곳에 물과 전기를 대는 곳까지… 모두 연결돼 있는 ‘거대한 데이터센터’이다.

    데이터센터가 먹는 전기가 꼭 필요한 전기인가. 인간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도 AI로 대체하며,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거나 더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이게 됐다. AI가 만들어내는 불필요한 이미지 등을 팔면서 돈 버는 기업은 따로 있고, 그 피해는 데이터센터 주변 주민이 보는 것이 온당한가. 기후위기 시대에, AI가 없어도 완만히 증가해온 전력 생산을 감당하기 벅찼는데, 5년 내에 지금보다 2배 많은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면 데이터센터 주변의 삶은 어떻게 될까.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처럼 이익은 사유화하고 비용은 공공이 지게 하려는 시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경향신문

    손제민 사회에디터


    손제민 사회에디터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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