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차준환-주포 이해인 제 몫
처음 출전한 국가대항전서 2위
전원 ‘Z세대’ 톡톡 튀는 응원
“팀으로 하나됐던 소중한 경험”
“와∼ 은메달” 뒤집어진 응원존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월드 팀트로피 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차준환(가운데 왕관 쓴 선수)의 점수가 발표되자 키스앤드크라이존에 모여 있던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한국은 차준환이 프리스케이팅 1위에 오르면서 일본을 3위로 밀어내고 은메달을 차지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대회 뒤 열린 축하연에서 함께 모여 셀카를 찍고 있는 한국 선수들. 도쿄=게티이미지코리아·한국 선수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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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피겨스케이팅이 ‘월드 팀트로피’ 대회에서 첫 메달을 땄다.
한국은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 팀트로피 마지막 경기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차준환(22·고려대)이 1위를 차지하며 대회 총점 95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차준환이 프리스케이팅 연기에 나서기 전까지 한국은 일본(94점)에 11점 뒤져 있었는데 차준환이 1위를 하면서 12점을 추가해 일본을 3위로 밀어냈다. 국가별로 남녀 싱글 각 2명과 아이스댄스, 페어 한 조씩 모두 8명이 팀을 이뤄 참가하는 이 대회에서 각 종목 1위는 12점을 얻고 다음 순위부터는 차례로 1점씩 낮은 점수를 받는다. 이번 대회 금메달은 120점을 기록한 미국에 돌아갔다.
2009년 시작돼 2년마다 열리고 있는 월드 팀트로피는 각국 선수들이 ISU 주관 대회에서 한 시즌 동안 거둔 성적을 바탕으로 상위 1∼6위 국가만 출전할 수 있는 대회다. 남녀 싱글과 아이스댄스, 페어 등 4개 종목 가운데 최소 세 종목 이상에서 랭킹 포인트를 얻어야 한다. 국가 순위 6위 이내에 들어 이 대회에 나설 때는 4개 종목 모두 팀을 꾸려 출전해야 한다.
2014년 은퇴한 ‘피겨 여왕’ 김연아(33)가 이 대회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연아는 선수 시절 독보적인 경기력으로 은반을 평정했지만 혼자 힘만으로는 한국의 랭킹 순위를 끌어올리는 건 불가능했다. 한국은 처음 출전한 월드 팀트로피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피겨 강국’의 반열에 올라섰음을 세계에 알렸다. 한국은 러시아와 미국, 캐나다, 일본에 이어 이 대회에서 메달을 딴 5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 주장을 맡은 차준환은 대회 마지막 순서로 열린 프리스케이팅 연기에서 영화 ‘007’ 배경음악 ‘노 타임 투 다이’에 맞춰 쿼드러플(살코, 토루프),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등 고난도 점프를 모두 성공시켰다.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클린 연기로 개인 첫 100점을 돌파(101.33점)하고도 미국의 신성 일리야 말리닌(19)에게 밀려 2위를 했던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에서 1위에 올랐다. 한국에 은메달을 안긴 차준환의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두고 ISU는 “캡틴 차가 본드 미션을 완료했다”고 전했다.
여자 싱글의 이해인(18·세화여고)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에 만점인 24점을 안겼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개인 최고점을 기록하며 각각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나란히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차준환과 이해인은 이번 대회 한국팀 점수의 절반에 가까운 47점을 합작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7위를 했던 여자 싱글 김예림(20·단국대)도 프리스케이팅에선 개인 최고점을 새로 쓰며 3위를 했다.
지난달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 한국이 시즌 랭킹 4위를 차지하는 데 큰 힘을 보탰던 아이스댄스의 임해나(19)-예콴(21) 조는 시니어 무대인 이번 대회를 위해 3주 만에 리듬댄스 프로그램을 새로 준비했다. 올 시즌 주니어 대회의 테마음악은 탱고였는데 시니어 무대 테마음악은 라틴댄스였기 때문이다. 테마음악은 시즌마다 바뀌기 때문에 이번 대회 이후로는 다시 쓸 수 없지만 팀트로피를 위해 기꺼이 ‘1회용 프로그램’을 짜온 것이다. 페어의 조혜진(18)-스티븐 애드콕(28) 조는 이번 대회를 통해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은 아이스댄스와 페어에서는 각각 6위를 했다.
국가대항전인 팀트로피 대회에서는 나라별로 부스를 따로 꾸미고 동료 선수의 경기를 직접 응원한다. 평균 연령 21.1세로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최연소 팀이자 유일하게 선수 전원이 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인 한국은 대회 내내 톡톡 튀는 응원으로도 주목받았다.
연기를 마친 뒤 점수를 확인하는 키스앤드크라이존에서 한국의 은메달 확정 순간을 함께한 지현정 코치는 “개인종목 운동을 하는 선수들이 서로를 믿고 응원하며 팀으로 하나가 됐던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잘하면 4등을 예상하고 대회에 나왔는데 첫날 경기를 마치고 3등은 할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첫 출전부터 은메달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선수들이 더 발전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대회였다”고 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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