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매력으로 중무장한 영화 '거미집' 팀이 부산을 찾았다.

7일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인 영화 '거미집(김지운 감독)' 오픈토크가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김지운 감독, 배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박정수, 정수정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영화다.

'거미집'은 20년간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 영화 '장화홍련' 이후 20년 만에 재회한 김지운 감독과 임수정 등 여러 인연이 합심한 작품이다. 두 배우 모두 김지운 감독에 대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먼저 임수정은 "이민자는 내게 큰 도전이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장화홍련'에서 수미는 그 아이가 어떤 마음 상태인지 그리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미스터리함이 나온다면, 이민자는 바뀐 시나리오에서부터 폭발시키려고 한다. 표현하고 전달한다. 이민자가 연기해야하는 매 신에서 고도의 에너지를 갖고 배우들과 연기 호흡을 맞춰야 했다"며 "김지운 감독님은 더더욱 저라는 배우를 잘 아신다. 어떤식으로 할지, 어떤 감정을 담을지,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새로운 모습과 얼굴을 보여주게 하려고 많이 톤도 잡아주시고 디렉션도 잡아 주셨다. 이민자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로운 얼굴을 배로서 보이게 돼 큰 영광으로 여기고 있다"고 돌아봤다.

송강호는 '거미집' 속 감독 역할을 맡으며 더욱 김지운 감독과 마음을 나눴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김지운 감독과 25년간 5편의 작품을 했다. 5년에 한번꼴이다. 앞으로 5년간 볼일이 없겠다. 농담이다"라며 "우리 김지운 감독이라는 예술가와 영화 여행을 떠난다니 설레고, 어떤 역할이 될까에 대해 설렌다. 두려운 마음도 있다. 새로운 작품, 새로운 여행 목적지가 있으니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여정이 꽤 희열도 있겠지만, 반면에 찾기 위해 고통도 따른다"며 "김열이란 감독과 김지운 감독님이 마음이 동의가 됐다. 통했던 순간은 촬영 중에 장영남 연기 같이 본 적이 있다. 카메라 뒤에서 동시에 얼굴을 쳐다본 적이 있다. 장영남 씨의 엄청난 연기가 나오는 걸 보고 동시에 약속도 안했는데 그런 순간들이 극 중 김열이란 감독과 실제 김지운 감독님의 마음이 통하는 순간을 겪은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어떨땐 감독이 편하다고 생각했다. 카메라 뒤에서 컷, 오케이를 하는 위치라 봤다. 배우만 고통스럽다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배우들은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감독들은 이야기를 못한다. 모든 책임과 결정을 본인이 해야하니까 그만큼 무서운 게 없더라. 이 연기를 하면서 실제로 김지운 감독이나 다른 감독들의 마음을 알겠더라. 다시는 감독을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고독하고 인간적으로 연민이 가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오정세 역시 '거미집'을 "내게는 영화 같은 영화"라고 정의했다. 그는 "과거에 '살인의 추억', '놈놈놈' 오디션 다 떨어지고, 긴 여정을 거쳐 '거미집'이라는 영화를 만나 좋은 환경의 배우들, 그리고 걸작을 만나 기쁘다. 나만의 영화 같은 영화로 남아있어서 기분이 좋다. 원하는 어떤 마음이 있으면 꺾이지 마시고 이뤄내시길 바라겠다"고 당부했다.

'거미집'은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뭉친 각기 다른 생각의 사람들이 일으키는 소동 같은 영화다. 송강호는 "좀 더 나은 삶과 나은 자기 자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는 점에서 큰 욕망이라 생각한다. 욕망들이 부딪혀서 목표가 된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의 배우들은 그 욕망을 실현시키는 사람들이다"라며 "감독도 그렇고, 욕망이 있다면 실현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고 싶어하고 미도도 그렇고 다 그런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전여빈은 대선배 송강호와 호흡에 대해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는 "송강호라는 액터와 아티스트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 어딨겠나. 나도 한 관객과 배우로서 그런 사람이었다. 보면서 새로운 확신보다는 저렇게나 잘하는 기프트를 받은 사람이 모든 걸 던져서 더 갈고 닦으려고 하는 모습에 놀랐던 기억만 난다. 결코 무뎌지지 않는 칼날 같은 예술가다. 지난해 그 어떤 자극보다 센 자극이었다. 그러고는 나 역시 그 모습을 닮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송강호 역시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거미집'은 조금은 독특한 문법의 영화다. 때문에 관객수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을지 몰라도 영화의 다양성 면에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김지운 감독 역시 "관객들의 후기를 보면 '이상한 영화지만 나는 너무 좋다는 평'이 기억에 남는다. 아름다운 여배우들이 많이 나오지만 제정신이 아무도 없다는 말도 있더라. 일반적이지 않은 재미"라고 말했다. 송강호는 "이상하다는 게 곧 창의력이다. 알지 못했던 게 이상한 거라 생각한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거미집'은 수십년 베테랑인 박정수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그간 TV쇼와 드라마만 했어서 16년 만에 영화를 했다. 작업 환경이 많이 변했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제는 영화에다가 많이 헌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내가 나이가 많아서 나를 써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영화 속에 '한번이라도 카메라 앞에서 진심이었던 적이 있었어?'하는 대사가 있다. 내가 찍은 신이 아니어서 몰랐는데 울컥했다. 내가 자문을 했다. 글쎄, 대답이 선뜻 안나오더라. 그 마음을 가지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보고자 한다"고 진솔한 심경을 전하기도.

정수정은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함께하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발산했다. 그는 "한순간이 있었던 건 아니고, 매 현장이 내가 느끼기엔 그랬던 거 같다. 첫 극장 개봉하는 큰 영화였고, 너무 좋아서 물어볼 정도였다. 원래 '영화 현장이 이렇게 좋아요?' 할 정도로 가족 같은 현장이었다. 물론 긴장되고 부담도 됐지만 현장의 분위기가 나를 녹아 내리게 했던 거 같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여빈은 "'거미집'에 대해 고마움과 애정이 너무 크다. 스스로에게 물음표가 가득할 때 내게 걸어도 된다고, 있는 그대로 잘 하고 있다고 그런 이야기를 건네준 현장과 글 같았다. 존재 자체의 열망과 어떤 부족하더라도 그 존재 자체를 받아들여주는 느낌. 계속해서 걸어가도 된다고 그런 위로와 응원을 해주는 영화 같아서 지금도 '거미집'은 세상에 자랑하고 싶은 소중한 작품"이라고 미소지었다.

마지막으로 '거미집' 팀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한 소감을 전했다. 먼저 임수정은 "'거미집' 속 일원들은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그렇게 노력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나도 '거미집' 찍으면서 배우로서 다시 한 번 영화가 무엇인지 왜 영화를 사랑하고 있는지, 한국 관객들이 얼마나 영화를 사랑하는지 깨닫고 느꼈다. 이렇게 의미있는 자리에서 거미집을 통해 예술,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을 만나 행복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송강호는 "좋은 말씀 많이해주셨다. 오늘 낮에도 서면하고 극장 두어군데 인사 드리고 왔다. 한순간, 극장 뒤켠에 잠시 대기하다 들어간다. 짧은 대기 시간에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점점 여러분들 모셔놓고 인사드리고 영화에 대한 인사를 하고 이런게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 되어가나 싶었다. 코로나 팬데믹 등의 기간도 있었지만, 사실 영화에 대한 순수한 가치 이런 것들이 점점 더 소중해진다고 할까. 그런 세월들이 온 거 같다. 더욱더 여기 계신 분들의 마음이 더 감사하고 절실하게 느껴진다. 다시금 감사드린다"고 거듭 애정을 전했다.

김지운 감독은 "'거미집'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영화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고, 내가 최초에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고, 나의 모든 것을 바꿀만큼 영화를 쏟아낼 때 한 영화에 대한 사랑과 질문을 다시하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다"라며 "나이가 들어도 내 영화는 더더욱 젊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거미집'이 그런 마음을 다시 불러냈고, 이런 진솔한 마음을 영화의 바다에서 많은 분들께 마음과 마음을 전달할 수 있어서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던 거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산=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