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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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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이겨낸 안세영 눈물에 뭉클” “김관우 인터뷰, 팬미팅처럼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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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취재팀 방담

경향신문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빛낸 금메달리스트. 왼쪽부터 배드민턴 안세영, e스포츠 스트리트 파이터 김관우, 탁구 여자복식 전지희·신유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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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4강·결승전 뛰지도 않은 이상혁
외신기자들 사이 뜨거운 인기
탁구 혼복 4명 시상 장면도 화제

권순우·정철원 논란 안타까워
중국 자원봉사자들 친절 인상적
MVP 투표 일찍 마감해 아쉬움

중국 항저우에서 이어진 16일 동안의 열전이 막을 내렸다. 경향신문·스포츠경향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취재팀도 개최지인 항저우와 주변 도시들을 누볐다. 8일 폐막한 아시안게임을 돌아보며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뒷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이정호 기자(이하 호) = 대회를 취재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부터 이야기를 해볼까요.

심진용 기자(이하 용) = 아무래도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의 여자 단식 결승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라이벌인 중국의 천위페이 선수를 이긴 것도 그렇고 경기 내용이 워낙 극적이었으니까요. 부상으로 절뚝거리면서도 그걸 이겨냈다는 점에서 많은 분들이 감동을 느끼셨더라고요. 같은 날 열린 야구, 축구 결승전보다도 오히려 더 화제가 됐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황민국 기자(이하 국) = 축구 결승전도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한국, 일본,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이 시상식 준비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는데, 그렇게 치열하게 싸운 선수들인데 경기 끝나고 나니까 또 다른 분위기더라고요. 결국 싸우는 건 ‘그라운드 위’만이었던 거죠. 금메달 딴 한국 선수들은 그렇게 발랄해 보일 수가 없었고요. 황선홍 감독도 대회 내내 워낙 부담감이 컸는지, 걷는 모습도 그렇게 무거워보였는데 다 끝나고 발걸음 가볍게 걷던 모습, 그게 저한텐 최고의 장면이었습니다.

호 = 이번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도 화제가 많이 됐죠.

용 = 특히 스트리트 파이터 V에서 우승한 김관우 선수요. 믹스트존 인터뷰가 기자들과의 팬미팅이 됐다죠.

국 = 믹스트존에서 기다리는 시간만 30분 정도 걸렸는데 평소 그 짜증 많은 기자들이 그때는 그저 신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뷰 시작한 뒤에도, 보통은 5분 정도인데 그날은 질문하는 사람이나 대답하는 사람이나 서로 신나서 30분 가까이 이야기를 했어요.

용 = 김관우 선수도 그렇고, 그때 현장에 있던 기자들도 다 비슷한 40대 초반 또래들이라. 옛날 오락실 감성을 제대로 자극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국 = 그렇죠. 결승전에서 붙은 대만 선수도 김관우 선수와 같은 44세였고. 얇은 벽 하나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서 대결하는 모습 자체가 옛날 오락실에서 마주 보고 게임하던 풍경 같지 않았나 싶어요.

호 = 그렇죠. 잘하는 사람하고 붙으면 ‘내 앞에 쟤 누구야?’ 하면서 고개 슬쩍 내밀어서 살피고.

국 = 무엇보다 44세라는 나이에 거기까지 했다는 점에서 저절로 ‘리스펙트’가 되더라고요.

용 = 같은 e스포츠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LoL) 페이커 이상혁 선수 인기를 새삼 실감했습니다. 준결승, 결승전은 나오지도 못했는데 외신 기자들한테 워낙 인기가 뜨거웠습니다. 믹스트존에서 ‘셀카’를 찍으려고도 하고, AD카드 내밀어서 사인 받는 사람들도 많았고.

국 = 탁구 신유빈 선수도 정말 인기가 많았죠. 혼합 복식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한국 선수 4명이 같이 시상대에 오른 장면도 크게 화제가 됐고요.

용 = 장우진 선수가 전지희 선수 옷 매무새 잡아주던 장면이죠?

국 = 선수들한테 물어보니 메달을 다시 제대로 걸어주는 거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신유빈 선수가 임종훈 선수한테 먼저 얘기해서 볼 하트 하는 장면도 있었고. 그 장면 보면서 선수들 분위기가 정말 좋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복식 선수들이 앞으로 꾸준히 활약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들었고요.

호 = 아쉬운 순간들도 있었죠. 어떤 장면들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국 = 결국 꼽자면 태도 논란이 됐던 테니스 권순우 선수라든가, 롤러스케이트에서 세리머니하다 금메달 놓친 정철원 선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죠.

용 = 한편으로 그런 생각이 드는 게, 이번에 야구 취재하면서 강백호 선수가 그동안 정말 많이 힘들어 했다는 걸 여러 번 느꼈어요. 권순우 선수나 정철원 선수도 물론 그런 장면이 나와선 안 되는 거지만, 사람인 이상 실수를 할 수 있으니 조금은 더 너그러워져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호 = 대회 전반적인 인상은 어땠나요. 중국에서 13년 만에 아시안게임이 다시 열렸는데요.

국 = 제가 2010년 광저우 대회 때 왔다가, 13년 만에 다시 왔는데요. 그사이 정말 중국이라는 나라가 많이 발전했고, 대회 운영 측면에서도 그때보다 일을 더 잘한다는 느낌은 많이 받았습니다.

용 = 개회식 때도 그렇고 도로나 지하철역을 그렇게 ‘간단’하게 막고, 교통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역시 중국이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도 인상이 좋았던 건 자원봉사자들이 워낙 친절했어요. 길을 헤매고 있으면 수백m 거리를 같이 가면서 끝까지 안내해주었어요.

호 = 운영 측면에서 물 문제가 조금 힘들긴 했죠. 중국은 원래 따뜻한 물을 마시는 문화니까요. 차가운 물이 생각날 때가 많았죠. 저희가 묵었던 미디어 호텔도 그렇고, 미디어빌리지에도 방마다 냉장고가 없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국 = 사실 손님들을 초대해놓고 냉장고 준비가 안 돼 있단 건 좀 의아한 일이었죠. 그래서인지 몇몇 종목 경기장에는 기자실에 얼음을 채워놓은 곳도 있더라고요.

호 = 교통이나 날씨는 어땠습니까. 아시안게임은 워낙 종목이 많아서 움직일 일도 많잖아요. 야외 종목도 많고.

용 = 멀리 떨어진 경기장들이 많은데 셔틀버스는 1시간에 1대씩밖에 없으니까 그 부분이 힘들긴 했습니다. 셔틀을 타려면 한 번 움직일 때 2시간 여유는 가져야 하니까요.

국 = 걷기도 많이 걸었죠. 하루에 기본 1만5000보씩은 걸었고. 많이 걷는 날은 2만보도 걷고. 날씨는 여름으로 시작해서 초가을로 끝났다고 할 수 있겠네요.

국 = 대회 운영 문제는 아니고, 대한체육회 이야기인데요. 김관우 선수가 이번 대회 모든 나라 통틀어 최고령 금메달리스트인지 문의를 했는데 별다른 답을 못해주더라고요. 그게 아쉬웠어요. 한국 대표 선수가 관련된 기록인데, 기록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용 = 대회 MVP 기자단 투표도 좀 아쉬웠죠. 폐막 전날 오후 6시에 투표 마감을 했는데. 당장 안세영 선수 결승전도 열리기 전이었고, 야구·축구 결승전도 있었고요. 물론 야구나 축구 대표가 아시안게임 MVP를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지만, 투표 대상에서 아예 배제돼버린 건 또 다른 문제 같습니다. 양궁 임시현 선수도 물론 MVP 자격이 충분했죠. 하지만 안세영 선수 결승전이 워낙 극적이어서 더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호 = 자체 MVP를 선정한 게 이번이 처음이라 더 아쉽다는 생각도 들죠. 다음에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할 것이고요. 하지만 MVP에 뽑힌 김우민, 임시현 선수 그리고 다른 선수들 모두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취재하면서도 다들 고생이 많았습니다.

이정호·황민국·심진용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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