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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임의진의 시골편지]사랑해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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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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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엊그젠 이매진 도서관에서 이 고장 출신 서효인 시인의 시낭독회를 가졌어. 우리 식구들이 귀호강을 했지. 중간엔 가끔 레게 가수 김반장과 프로젝트 밴드를 하곤 하는 김세형군이 새 음반을 발표하고 두어곡 선물. 앨범에 실린 곡을 통기타를 두들기며 들려줬지. 방송국 피디였던 누나를 참사로 잃고, 그 아픔을 이겨내려 노력하는 젊은이야. 세형군은 나주에서 엄마랑 둘이 사는데, 배밭 한가운데 집이 있다. 서효인 시인이 쓴 ‘나주’란 시도 있지. “치약공장에 다니는 아줌마 중에 고모는 키가 작은 축에 속했고, 팔자 또한 땅꼬마 같아서 기를 쓰고 일어나도 중간 이상은 아니었다. 치약공장 옆에는 국회의원의 본가가 있는데, 허황된 자세의 기와집이었다.”

    마치 땅꼬마가 살 것 같은 배밭의 컨테이너 부스에 들어가 녹음을 마친 세형군의 새 음반 첫 곡 제목이 ‘사랑해 프로젝트’. 사랑도 계획을 짜고, 혼신을 다해 덤벼들어야지. 세형군은 음반을 내면서 조건 없는 사랑과 위로를 전하겠노라 다짐했다. 그 자신 위로를 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위로를 나누는 기이한 세상이렷다.

    먼저 아픈 사람이 세상을 위로하고 구원해. 서효인 시인은 장애인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얘길 들려주었는데, 같은 장애인 가족에다 참사 유가족이기도 한 나도 핑~ 눈물과 감동. 마침 <보고 싶다는 말>이란 참사 위로 시집의 뒤를 이어 <사랑한다는 말>이란 사운드트랙 음반을 발매했다. 나란히 놓고, 읽고, 듣고 하면서 나와 당신을 토닥토닥해본다.

    얼마 전 인간의 말 같지 않은 사나운 말을 들어설랑 음반은 시중에 판매하지 않고 그냥 만나는 인연마다 나누기로 했다. 그만큼 가난해졌더니 하늘이 채워주시네. 짜도 짜도 계속 나오는 치약이 있는 거 같아. 의심하지 말고,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면서 살아야지.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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