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월드>는 그 과정에서 K드라마의 진부한 관습들을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하면서 비평적 효과까지 거둔다. 급작스러운 교통사고, 뜬금없는 복근 노출 등 개연성 부족한 장면들의 뻔뻔한 재연이 웃음을 이끌어내고, 수동적 여성과 구원자 남성 등 시대착오적 요소들은 비판의 대상이 된다. 당시 <드라마월드>의 성공은 K드라마 클리셰에 익숙한 해외팬들이 이미 탄탄한 시청층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즉 한류의 성장을 확인시켜준 사례였다.
그로부터 10년 뒤, 한류의 새로운 단계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작품이 등장했다. 지난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다시, 서울에서>가 그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인도 타밀나두 작은 마을 출신의 열혈 한류팬인 셴바가 평소 동경해온 서울에 도착한 뒤 여러 관계에 휘말리며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기를 그린다. 이야기의 주무대는 서울이지만, 인도 감독 라 카르틱이 연출하고 인도 배우 프리양카 아룰 모한이 주연을 맡은 인도 영화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주인공 셴바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주목할 만하다. 그의 고향에는 타밀나두 출신으로 가야 수로왕의 아내가 된 셴바발람(허황옥)의 설화가 널리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 셴바발람의 전설을 듣게 된 셴바는 그의 흔적이 남아 있는 한국에 ‘문화적 유대감’을 느낀다. 그가 한국행을 열망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 문화적 연결고리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에 오게 된 셴바는 경복궁, 한옥마을, 청계천 등 K컬처의 익숙한 배경을 탐험하면서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을 찾아나간다.
한류팬 주인공을 내세웠지만 그가 일방적으로 K컬처에 감화되는 것이 아니라 모국의 문화적 뿌리를 확인하며 융합을 추구한다는 점이 <다시, 서울에서>의 가장 인상 깊은 지점이다. 일터인 한국 식당에서 김치볶음밥 재료가 떨어지자 부모님의 손맛을 떠올려 인도식 김치볶음밥을 내놓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야기 형식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친구가 된 할머니와 그 아들의 가족 갈등처럼 K드라마의 클리셰를 사용하면서도 발리우드식 뮤지컬 장치로 갈등을 유쾌하게 돌파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이 작품은 K드라마 클리셰를 유쾌하게 소비한 <드라마월드> 세대에서, 이제는 자국의 문화코드를 결합해 새로운 융합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한류팬 세대가 등장했음을 보여주는 이정표로도 볼 수 있다. 그동안 한류팬들의 한국 방문기 종류는 대부분 한류의 일방향적 전파를 묘사했다. 그러다 보니 한류 시청층은 점점 확대되면서도, K드라마가 고질적으로 반복하는 타 문화권에 대한 무시나 왜곡 등의 문제를 반성할 기회도 줄어들었다. 그런 측면에서 K컬처팬의 새로운 시선을 확인시켜준 <다시, 서울에서>와 같은 작품의 등장이 매우 반갑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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