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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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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열린 남녀 프로농구 1호 더블헤더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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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KCC와 한국가스공사, BNK와 하나원큐의 더블헤더가 열린 25일 부산 사직체육관. KCC 라건아가 경기를 앞두고 KBL과 WKBL 동료들을 위해 준비한 커피차. 사진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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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선 국내 남녀 프로농구 역사상 처음으로 더블헤더가 열렸다. 이날 오후 2시에는 부산 BNK가 부천 하나원큐와 WKBL 2라운드 경기를 치렀고, 오후 5시부터는 부산 KCC와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KBL 2라운드 맞대결이 펼쳐졌다.

보통 더블헤더란 단어는 프로야구에서 두 구단이 같은 날 같은 대진으로 맞붙는 경우를 일컫는다. 이른 오후 더블헤더 1차전을 진행하고, 이 경기가 끝나자마자 잠시 휴식을 취한 뒤 2차전을 시작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의미가 확장해 미국프로농구(NBA) 등에서 같은 구장을 쓰는 두 구단이 각기 다른 상대와 맞닥뜨리는 연속 경기를 일컬을 때에도 쓰인다.

사실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사직체육관 더블헤더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KCC는 본래 부산이 아닌 전주가 연고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8월 KCC가 전격적으로 안방을 이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미 KBL과 WKBL은 올 시즌 일정을 모두 짜놓은 터라 KCC와 BNK의 경기일이 겹치는 경우가 발생했고, 그 첫 번째 케이스가 바로 토요일인 25일이었다.

고민이 생긴 KCC와 BNK는 날짜를 조정하는 대신, 더블헤더라는 해법을 택했다. 개시 시간만 조절해 팬들이 한 자리에서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댔다. 여기에는 KBL과 WKBL을 통틀어 유일하게 연고지와 홈구장이 같다는 공통분모도 작용했다. 부산 지역의 농구 열기를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선 더블헤더와 같은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점을 KCC와 BNK 모두 공감했다.

이렇게 성사된 더블헤더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티켓 예매였다. KBL과 WKBL은 각기 자체 사이트를 통해 입장권을 판매해서 이 부분 조율이 필요했다. 이 지점에선 부산으로 새로 입주한 KCC를 위해 BNK가 한발 양보하기로 했다. 더블헤더를 모두 관람할 수 있는 전체 입장권 구매 창구를 KBL 홈페이지로 통일했다. 티켓 가격도 기존 KCC 경기 금액으로 맞췄다.

다행히 구장 사용은 수월한 점이 많았다. 보통은 구단 로고와 코트 디자인, 광고판 등 기본 세팅이 모두 달라 1경기와 2경기 사이 대대적인 교체 작업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코트를 비롯한 사직체육관 주요 공간은 KCC와 BNK의 로고가 모두 들어간 형태로 디자인돼 이 부분은 큰 문제가 없었다. 또, 인터뷰 시간이나 TV 중계 관련 사안 역시 양쪽 구단이 사전 협의해 공백을 최소화했다. 이렇게 몇 주간 조율을 마친 이날 더블헤더에는 모두 5272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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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와 한국가스공사, BNK와 하나원큐의 더블헤더가 열린 25일 부산 사직체육관. 사진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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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적지 않은 과제도 남겼다. 티켓 판매가 KCC 위주로 진행되면서 BNK 경기에는 평소보다 적은 팬들이 찾아왔다. 빈자리가 많아 주말다운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와 더불어 지역에서의 홍보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BNK 정상호 사무국장은 “아무래도 티켓 가격이 기존보다 높아서인지 여자농구 팬들의 발걸음이 줄어든 점은 사실이다. 또, 이런 더블헤더가 처음이라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이번 경기를 통해 나온 문제점은 향후 KCC와 의논하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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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와 한국가스공사, BNK와 하나원큐의 더블헤더가 열린 25일 부산 사직체육관. 사진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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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 동원력의 핵심 요소로 평가되는 성적도 숙제로 남았다. 이날 역사적인 더블헤더를 치른 ‘사직 남매’ BNK와 KCC는 각각 54-63과 81-96으로 졌다. 지난 시즌 2위로 선전했던 BNK는 올 시즌 2승4패로 출발이 좋지 않다. 이승현과 허웅, 송교창, 라건아 등 국가대표 라인업을 보유한 KCC도 예상을 깨고 3승7패로 부진해 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KCC와 BNK는 다음달 17일에도 한 차례 일정이 겹친다. 이날 역시 더블헤더로 열릴 계획이다. 이번에는 티켓을 나눠 판매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는 후문이다. KBL 관계자는 “KCC와 BNK 경기를 모두 보고 싶어 하는 팬들도 있겠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사직 더블헤더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는 만큼 이러한 관중 문제 등 부족한 점을 다음 경기까지 잘 보완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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