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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펩 잡는 원조 코리안가이! MOM 손흥민, 맨시티전 1골 1도움 1자책골…3-3 극적 무승부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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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펩 시티'를 울리는 원조 코리안가이는 단연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다. 손흥민이 또 다시 맨체스터 시티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토트넘 홋스퍼는 4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적지에서 최강이라 불리는 맨체스터 시티와 여섯 골을 주고받는 난타전을 펼친 토트넘 홋스퍼는 3연패 수렁에서 일단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토트넘 홋스퍼의 열세가 점쳐지는 흐름이었다. 맨체스터 시티 원정길에 오르기 앞서 토트넘 홋스퍼의 분위기는 내리막을 걸었다. 올 시즌 개막 초기만 하더라도 무관 탈출을 기대하는 좋은 페이스를 보여줬다. 그도 그럴 것이 10라운드까지 한 번의 패배도 허용하지 않고 질주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8위에 그치며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는 어수선했던 상황에서 만들어낸 반전이라 크게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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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좋았던 분위기가 지난달 첼시전부터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데스티니 우도지의 퇴장, 제임스 매디슨과 미키 판 더 펜의 부상 이탈이 겹치는 악재 속에 프리미어리그에서 첫 패배를 기록했다. 한 경기로 끝나는 출혈이 아니었다. 주전 다수가 이후 일정까지 영향을 주는 치명적인 이탈이었다.

토트넘 홋스퍼는 예상대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12라운드 울버햄튼 원더러스전에서도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무너졌다. 아스톤 빌라와 13라운드도 마찬가지. 패배가 3경기 연속 이어지면서 토트넘은 1위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미끄러졌다. 급기야 빅4 바깥으로 떨어져 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만나야하니 걱정이 앞섰다. 오죽하면 토트넘 홋스퍼에서 레전드로 칭송받는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는 경기 전 '벳페어'를 통해 "맨체스터 시티 원정은 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공이 될 것"이라며 "첼시전 이후 부상 선수들이 나왔다. 그런데 모든 팀이 부상 선수를 안고 있다. 토트넘 홋스퍼는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몰랐던 게 컸다"라고 연패 흐름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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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만 않아도 성공이라는 평가 속에 토트넘 홋스퍼는 손흥민을 최전방에 배치하는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손흥민을 보좌할 2선으로는 브리안 힐, 데얀 쿨루셉스키, 브레넌 존슨을 배치했다. 3선에 지오바니 로 셀소 카드를 꺼내 이브 비수마와 호흡을 이루게 했다. 포백은 데스티니 우도지, 벤 데이비스, 에메르송 로얄, 페드로 포로로 구성했다. 골키퍼는 굴리엘모 비카리오였다.

맨체스터 시티의 선발 명단은 화려했다. 엘링 홀란드를 비롯해 제레미 도쿠, 베르나르두 실바, 훌리안 알바레스, 필 포든, 로드리, 마누엘 아칸지, 요슈코 그바르디올, 후벵 디아스, 카일 워커, 에데르송으로 토트넘 홋스퍼를 공략하려 했다.

막상 뚜껑을 여니 예상과 다른 출발을 보였다. 손흥민이 첫 골을 뽑아내면서 리드를 안겼다. 맨체스터 시티를 만날 때마다 보여주던 전매특허 득점이었다. 손흥민은 킥오프 6분 상대 코너킥을 잘 차단한 동료의 롱패스를 받아 맨체스터 시티 뒷공간을 파고 들었다. 자신을 마크하는 도쿠를 스피드로 따돌린 손흥민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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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는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는 스타일이다. 손흥민은 수비 뒷공간을 허무는 능력이 좋다. 이번에도 손흥민은 맨체스터 시티의 광활한 공간으로 뛰었다. 손흥민이 볼을 잡는 순간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먼저 실점을 예감했다.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서서 지켜보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손흥민이 도쿠와 경합에서 이기자 무릎을 꿇었다.

손흥민이 찬스를 허비하길 바랐겠으나 높은 결정력으로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손흥민이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뽑아낸 8번째 득점이다. 2016년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체스터 시티 지휘봉을 잡으며 시작된 천적 관계다. 침투가 좋은 손흥민이 날 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맨체스터 시티라 벌써 16번을 만나 8골 4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손흥민이 과르디올라 감독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시점은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이다. 손흥민은 1차전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었고, 2차전 원정에서도 멀티골로 맨체스터 시티를 당황시켰다. 손흥민이 1~2차전에 걸쳐 3골을 넣으면서 당대 최고라던 맨체스터 시티를 떨어뜨렸고, 토트넘 홋스퍼는 결승까지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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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과르디올라 감독의 계획에 번번이 골로 어깃장을 놓았던 손흥민이야 말로 천적으로 우뚝 선 코리안 가이다. 올 시즌 울버햄튼 원더러스전을 앞두고 황희찬의 이름을 몰라 코리안 가이라고 칭했다가 골을 얻어맞았던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늘 아픔을 안겼던 한국인은 손흥민이었음을 재각인시키는 장면이었다.

손흥민이 경기를 지배했다. 3분 뒤 맨체스터 시티의 프리킥을 막는 과정에서 자책골을 기록했다. 알바레스가 문전으로 올려준 볼을 걷어낸다는 게 다리에 맞고 굴절되면서 토트넘 홋스퍼의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손흥민이 골과 자책골을 기록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맨체스터 시티의 기세가 올랐다. 포든과 홀란드가 본격적으로 토트넘 홋스퍼의 골문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홀란드가 평소와 달리 기회를 놓치면서 쉽사리 달아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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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홋스퍼도 반격에 임했다. 전반 27분 맨체스터 시티 후방에서 빌드업 실수가 나오자 힐이 가로채 크로스를 시도했다. 조금만 침착했다면 좋은 기회가 됐을 장면이지만 힐의 크로스는 부정확해 소유권을 너무 쉽게 넘겨줬다. 그로 인해 실점 위기를 맞았다. 곧바로 도쿠가 왼쪽을 파고 들어 시도한 오른발 슈팅이 골대를 때렸다.

맨체스터 시티로 분위기가 넘어가면서 결국 역전 득점이 터졌다. 전반 31분 맨체스터 시티의 알바레스가 토트넘 홋스퍼의 뒷공간을 허문 뒤 문전에 있던 포든에게 정확하게 패스했다. 포든은 이를 실수하지 않고 마무리하며 2-1을 만들었다.

맨체스터 시티가 더 달아날 상황도 많았다. 불과 3분 뒤 알바레스의 기습 슈팅이 또 골대를 맞췄다. 토트넘 홋스퍼는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맨체스터 시티를 좀처럼 제어하지 못했다. 이어진 상황에서도 홀란드에게 위험한 상황을 노출했다. 홀란드의 슈팅에 힘이 들어간 게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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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홋스퍼는 후반 반격을 위해 힐을 빼고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를 투입했다. 중원을 강화하는 것으로 추격을 시작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맨체스터 시티에 계속 슈팅을 내줬고 비카리오 골키퍼의 선방 덕분에 위기를 넘기기 바빴다. 토트넘 홋스퍼가 후반에도 공간을 내주는 게 느껴졌는지 맨체스터 시티는 잭 그릴리쉬를 투입해 고삐를 조였다.

토트넘 홋스퍼의 공격은 결국 손흥민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은 후반 10분 환상적인 개인기를 통해 맨체스터 시티에 역습을 가했으나 득점 찬스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손흥민의 질주로 다시 흐름을 가져오는 데 성공한 토트넘 홋스퍼는 후반 24분 기어코 동점에 성공했다.

손흥민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중앙 지역에서 볼을 잡은 손흥민은 좋은 위치에 있던 로 셀소에게 패스했다. 로 셀소는 이를 받아 페널티박스 아크 정면으로 파고들며 왼발로 감아차 2-2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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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을 얻어맞은 과르디올라 감독은 리코 루이스를 투입했다. 이에 앙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홋스퍼 감독도 올리버 스킵을 교체 카드로 활용해 응수했다. 용병술은 맨체스터 시티가 통했다. 후반 36분 홀란드가 내준 컷백을 그릴리쉬가 마무리하며 3-2로 다시 앞서나갔다.

토트넘 홋스퍼는 마지막 반격 카드로 히샤를리송을 꺼내들었다. 마지막까지 공격을 펼치며 승점 확보에 나선 토트넘 홋스퍼가 성과를 봤다. 후반 45분 존슨이 올려준 크로스를 쿨루셉스키가 헤더로 연결해 맨체스터 시티 골문 구석에 꽂았다. 실점 순간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라운드에 나뒹굴며 답답함을 표했다. 반대로 토트넘 홋스퍼는 쿨루셉스키를 중심으로 한데 모여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추가시간 홈팀 맨체스터 시티의 공세가 시작됐다. 맨체스터 시티 입장에서 판정에 아쉬움을 표할 상황이 연출됐다. 홀란드가 에메르송에게 걸려 넘어지는 상황에서 주심은 어드밴티지를 지시했다. 홀란드도 이를 인지하고 침투하던 그릴리쉬에게 정확하게 패스했다. 그릴리쉬가 그대로 일대일 상황을 맞이할 수 있던 순간 주심이 에메르송의 파울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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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단독 찬스를 막은 주심에게 항의했다. 특히 홀란드는 크게 성을 냈다. 결정적인 기회를 잃은 맨체스터 시티는 남은 시간 득점을 뽑아내지 못하면서 3-3으로 비겼다. 더 기회가 많았던 맨체스터 시티 입장에서 억울할 만한 결과였고, 토트넘 홋스퍼는 4연패로 이어지지 않고 분위기를 반전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토트넘 홋스퍼에 값진 승점을 안긴 수훈 선수로는 단연 손흥민이 꼽혔다. 1골 1도움과 1개의 자책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경기 후 최우수 선수(MOM)로 선정됐다. 이를 통해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10분 만에 골과 자책골을 넣은 두 번째 선수로도 기록됐다. 손흥민에 앞서 골과 자책골을 킥오프 10분 안에 기록했던 이는 1999년 아스톤 빌라 소속의 가레스 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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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경기 후 자책골 상황과 관련해 "자주 일어난다. 나는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 했지만, 그 상황은 내가 막을 수 없었다. 처음으로 자책골을 넣었는데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동료들에게 끝까지 믿음을 갖자고 말했다. 이번 무승부는 남은 시즌 토트넘에 많은 것을 가져다 줄 것이며, 선수들과 팀 모두 엄청난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 소감을 전했다.

더불어 손흥민은 이번 득점으로 프리미어리그 9골로 득점 단독 3위에 올랐다. 현재 득점 선두는 14골의 홀란드, 2위는 10골의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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