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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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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최소경기 100승…전희철 감독 “내게 100승은 다른 세계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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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프로농구 SK 전희철 감독이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잠실학생체육관 꼭대기에는 전 감독의 현역 시절 등번호인 13번이 영구결번으로 지정돼 걸려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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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서울 SK는 지난 1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안양 정관장을 84-72로 물리쳤다. 외국인 센터 자밀 워니가 22점을 터뜨렸고, 허일영과 오재현이 각각 17점과 16점으로 활약했다. 또, 베테랑 센터 오세근이 13점을 보태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굳혔다.

이날 승리로 SK 전희철(51) 감독은 사령탑으로서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2021~2022시즌 지휘봉을 잡은 뒤 채 3년이 걸리지 않고 쌓은 금자탑이다. KBL 새 역사도 함께 썼다. 이전까지 역대 사령탑들의 데뷔 최소경기 100승은 신선우와 강동희 전 감독의 151경기였는데 전 감독은 가장 빠른 147경기로 100승을 채웠다.

지도자로서 성공적인 안착을 뜻하는 100승을 맞아 중앙일보와 만난 전 감독은 “선수와 코치로 뛰면서 여러 감독님들을 만났다. 그때마다 100승은 내게 다른 세계의 이야기였다”면서 “한 게임, 한 게임 집중하면서 오니까 예상보다 빨리 100승을 채웠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김기만 수석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그리고 내게 언제나 초심을 되새겨주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8년을 끝으로 현역 유니폼을 벗은 전 감독은 SK에서 차근차근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2군 감독을 시작으로 구단 운영팀장과 전력분석원, 수석코치를 거치면서 경험을 쌓았다. 이어 2021년 4월 문경은 감독의 후임 사령탑으로 선임돼 SK 지휘봉을 잡았다. 전 감독은 “아무래도 감독으로 맛본 첫 번째 승리가 먼저 떠오른다. 사령탑 데뷔전으로 치른 고양 오리온 원정이었는데 105-87로 크게 이겼다. 스코어를 지금도 기억할 정도로 생생하다. 그때 얻은 자신감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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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앞두고 경기도 용인시 양지체육관에서 연습을 마친 SK 선수들이 전희철 감독(가운데)을 향해 미리 세배를 하고 있다. 웃음이 터진 전 감독. 용인=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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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감독은 11일 서울 삼성전 80-70 승리로 현재까지 7할 가까운 승률 0.682(148경기 101승47패)를 기록 중이다. 비결을 묻자 “뒤끝이 없어야 한다”는 답이 재빨리 돌아왔다. 전 감독은 “감독은 한없이 좋은 소리만 할 수 없다. 때로는 무섭게 선수들을 다그쳐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을 봐도 감독 입에서 거친 말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단, 뒤끝이 없어야 한다. 경기가 끝나면 순간의 감정도 그대로 끝이다. 선수에게 뒤끝을 남기는 감독은 좋은 지도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초심 이야기도 함께 꺼냈다. 전 감독은 “데뷔 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한 뒤 주위에서 ‘좀 세졌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나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주변에선 내가 달라졌다고 바로 알아챈 것이다. 나 역시 그때 무언가를 깨우쳤다”면서 “사실 그런 충고를 해주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거리낌 없이 조언해줄 수 있는 주변 사람이 많다는 것은 내게 큰 행운이자 복이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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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전희철 감독이 지난 10일 정관장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역대 KBL 최소경기 100승을 달성했다. 경기가 끝난 뒤 전 감독에게 물세례를 퍼붓고 있는 선수들. 사진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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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감독 이전까지 KBL에서 통산 100승을 넘긴 사령탑은 모두 20명이 있었다. 최인선과 신선우, 김동광, 김태환, 김진, 유재학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명장들이 100승 고지를 거쳐 갔다. 이들과 비교해 막 걸음마를 뗀 전 감독에겐 선배 사령탑들과 비교되는 면이 있는데 바로 선수들과의 허물없는 소통이다. 감독과 선수 사이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는데 전 감독은 제자들을 친구처럼 대하고, 선수들은 전 감독을 이따금 형처럼 여긴다. 100승을 거둔 직후에는 김선형을 비롯한 선수들이 전 감독에게 축하 케이크를 묻히고, 물세례를 퍼부었다.

포워드 출신인 전 감독은 선수로 뛰며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대학교 시절에는 92학번 동기 김병철과 1년 후배 양희승 그리고 2년 후배 현주엽, 신기성과 함께 막강 라인업을 구축해 고려대를 농구대잔치 정상으로 이끌었다. 프로 데뷔 후에는 김병철과 김승현 그리고 지난해 세상을 떠난 마르커스 힉스 등과 2001~2002시즌 대구 동양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한때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해서 ‘에어본(공수부대)’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통풍으로 치킨과 맥주를 함께 즐기지 못하는 50대 중년 남성이 됐다. 전 감독은 “세월이 야속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래도 선수들과 함께하는 지금이 좋다. 이제 100승을 채웠으니까 앞으로 200승, 300승을 향해 달려가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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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동양 시절의 전희철 감독(가운데).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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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전희철 감독은…

생년월일 : 1973년 6월 26일

신장·체중 : 1m95㎝·98㎏

출신교 : 대방초-삼선중-경복고-고려대

현역 경력 : 동양(1997~2002년)~KCC(2002~2003년)~SK(2003~2008년)

현역 성적 : 472경기 5604득점 1193리바운드 926어시스트

감독 성적 : 148경기 101승47패(12일 기준)

별명 : 에어본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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