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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 (목)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토트넘 손흥민 외면하지 않았다..."조치 확신한다" 포스테코글루 단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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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발언에서 토트넘 홋스퍼가 손흥민을 완전히 외면한 것은 아니라는 내용을 유추할 수 있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 동료 사이인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손흥민이 인종차별 건으로 얽힌 점에 대해 "손흥민의 결정을 따르겠다"며 회피성 발언을 했지만, 그러면서도 구단 내부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된 일을 처리 중이라면서 후에 추가 조치가 있을 거라는 점을 암시했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 소속이자 토트넘 전담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알레스데어 골드는 토트넘과 하츠(스코틀랜드)의 프리시즌 친선경기 이후 기자회견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지난달 벤탄쿠르가 한 방송에서 손흥민에 대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내용과 관련한 질문을 받은 뒤 꺼낸 답변을 전했다.

지난 옥스퍼드 유나이티드(3부리그)전에 이어 하츠와의 프리시즌 친선전에서도 5-1 대승을 거두며 프리시즌 2연승을 달린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 "좋은 경기였다. 관중도 많고 분위기도 좋아서 정규 경기처럼 느껴진다. 친서전에서는 경쟁심과 강렬한 모습이 없을까 걱정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전반과 후반 모두 좋았다. 선수들도 열심히 뛰었고 부상자도 없다. 전반적으로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질문 도중 벤탄쿠르와 손흥민 이야기가 나왔다. 정확히는 최근 벤탄쿠르가 여러 사건에 휘말렸는데, 이와 관련해 벤탄쿠르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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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탄쿠르는 지난달 중순 우루과이의 TV 프로그램인 '포르 라 카미세타(Por la Camisaeta)'에 출연해 진행자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벤탄쿠르는 진행자가 한국 선수의 유니폼을 부탁하자 '쏘니(Sonny, 손흥민의 애칭)'의 유니폼을 원하는 거냐고 물었고, 진행자는 세계 챔피언의 유니폼을 주더라도 상관 없다고 받아쳤다.

그 다음 발언이 문제였다. 벤탄쿠르는 "아니면 쏘니 사촌의 유니폼은 어떤가? 어차피 그 사람들(아시아인들)은 모두 다 생김새가 똑같다"라며 웃었다. 아시아인들의 외모가 대개 비슷하다는 내용의 인종차별적 발언이었다.

평소 벤탄쿠르와 손흥민이 가까운 사이로 유명했기 때문에 농담 정도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벤탄쿠르의 발언은 도가 지나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벤탄쿠르의 발언을 접한 팬들은 곧바로 분노했다. 팀의 주장이자 친한 선수가 아시아 출신인데 그런 아시아인들을 싸잡아 조롱하는 내용의 농담을 했다는 이유였다.

벤탄쿠르도 사태의 심각성을 받아들였다. 벤탄쿠르는 논란이 커지자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자신의 농담이 '나쁜 농담'이었다고 인정했고, 손흥민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에게 상처를 주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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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벤탄쿠르의 사과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팬들은 벤탄쿠르가 24시간 뒤에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을 사용했기 때문에 사과문에 진정성이 없다고 재차 지적했다. 또한 벤탄쿠르가 사과문에서 '쏘니(Sonny)'를 일본 전자제품 회사 '소니(Sony)'로 적었다는 점도 지적의 이유 중 하나였다.

벤탄쿠르가 동료인 손흥민에 대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는 내용은 현지에서도 화제였다. 프리미어리그(PL)는 물론 인종차별 반대를 외치는 인권단체에서도 손흥민 편을 들었다.

팬들의 분노는 손흥민이 SNS를 통해 입장을 밝힌 뒤 조금이나마 사그라들었다. 손흥민은 벤탄쿠르와 대화를 나눠 오해를 풀었다면서 벤탄쿠르를 감쌌다.

손흥민 관련 인종차별 발언 외에도 벤탄쿠르는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아메리카 2024 기간 동안 한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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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국가대표로 코파 아메리카 2024에 출전했던 벤탄쿠르는 준결승에서 콜롬비아에 0-1로 패배한 뒤 관중석에 물병을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기는 각 팀에서 퇴장당한 선수들이 한 명씩 나오고 옐로카드도 다수 주어졌을 정도로 거칠었는데, 패배 후 분노를 참지 못한 벤탄쿠르가 관중석에 물병을 던진 것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받은 질문은 이 두 가지 사안을 두고 벤탄쿠르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지, 혹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면 벤탄쿠르가 팀에 복귀한 이후 이야기를 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벤탄쿠르는 현재 국가대표팀 경기를 치르고 휴가를 떠난 상태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당신이 코파 아메리카에 대해 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는 해결된 문제인 것 같다"라며 우선 벤탄쿠르와 아직 대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쏘니(손흥민)이기 때문에 그가 우리를 이끌 것이다. 관련 문제는 해결 과정에 있고, 나는 그 뒤에 추가 조치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현재 이런 모든 것들을 고려하면 사건에 뛰어들어서 판단하는 게 더 쉽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피해자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경우 (피해자는) 쏘니다. 우리는 손흥민이 하자는 대로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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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선택에 모든 걸 맡기겠다는 회피성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분명한 피해자로 지칭하면서 이번 인종차별 사건을 명확하게 받아들였다. 또한 이번 사안에 대해 추가적인 조치가 있을 거라는 점도 암시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언급한 '추가 조치'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다. 대신 최근 비슷한 일들을 겪었던 주변 팀들의 사례를 보면 얼추 예상이 가능하다.

토트넘과 같이 런던을 연고로 하는 첼시는 최근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미드필더 엔소 페르난데스가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라이브 방송 도중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이민자 2세 출신 선수들을 조롱하는 내용의 노래를 불러 골머리를 앓았다.

프랑스축구연맹(FFF)이 직접 나서서 아르헨티나축구협회(AFA)와 국제축구연맹(FIFA)에 항의했고, 첼시의 프랑스 선수들을 일제히 페르난데스의 SNS 팔로우를 끊을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었다.

프리시즌을 준비하기도 전에 팀 분위기가 와해되는 걸 우려한 첼시는 곧바로 칼을 빼들었다. 첼시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인종차별을 규탄하면서 페르난데스에게 내부적으로 징계가 내려질 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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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의 소속팀인 울버햄프턴도 인종차별에 대해 강경 대응을 보였다. 울버햄프턴은 최근 코모 1907(이탈리아)와의 친선전 도중 황희찬이 인종차별을 당하고 이에 격분한 다니엘 포덴세가 주먹질을 하고 퇴장당하는 일이 벌어지자 공개적으로 황희찬을 지지했다.

울버햄프턴은 유럽축구연맹(UEFA)에 공식적으로 항의했고, UEFA와 FIFA가 나서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전했다. 비록 UEFA가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며 외면했지만, 소속 선수인 황희찬을 지키기 위해 구단이 나선 것만으로도 울버햄프턴은 많은 지지를 받았다.

반면 토트넘은 벤탄쿠르와 손흥민이 얽힌 인종차별 사건이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토트넘이 구단 입장을 낸 것은 손흥민이 SNS를 통해 벤탄쿠르와의 오해를 풀었다고 밝힌 이후였다. 이에 많은 팬들이 토트넘의 태도를 비판했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발언을 보면 토트넘도 심각성을 인지, 무언가 조치를 취하는 걸 준비하고 있다고 예상이 가능하다. 토트넘이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는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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