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지난 해 8월 전남 영암의 사우스링스 영암 골프장에서 열린 KPGA 프로 선발전에선 해외 토픽에나 나올 법한 황당무계한 일이 일어났다. 이미 투어 프로가 된 동생이 친 형을 대신해 프로 선발전에 나가 합격한 것이다.
수혜자인 형은 동생의 캐디로 나섰는데 이들은 프로선발전 기간중 얼굴을 복면 마스크로 가렸으며 서로 한 마디도 나누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들의 정체가 들어날 얼굴과 목소리를 철저하게 감춘 것이다. 이는 처음부터 대리 출전을 기획하고 프로 선발전에 나섰기에 나온 진풍경이었다.
이들 형제의 대리 출전 사실은 다른 응시자들이 KPGA 사무국에 신고해 드러났다. 하지만 CCTV 영상 등 물적 증거가 없다는 사실에 의지해 이들 형제의 부친은 변호사를 대동한 채 협회 사무실을 찾아와 “내가 캐디를 했다”고 우긴 것으로 전해졌다.
KPGA 사무국은 상벌위원회에 진상 조사를 의뢰했고 대리 응시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지난 4월 최고 수준의 징계를 결정했다. 그리고 5월 열린 이사회를 통해 징계를 최종 확정했다. 이들 무모한 형제는 세상을 만만하게 본 죄로 동생은 프로 자격을 영구히 잃었으며 명문대 출신의 형은 합격 취소는 물론 영원히 KPGA 프로 자격을 획득할 수 없게 됐다.
외압이나 청탁에 휘둘리지 않고 원칙에 기초해 징계를 결정한 KPGA 상벌위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KPGA 상벌위원회의 단호한 조치는 투어를 지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오구 플레이 후 늑장 신고를 한 윤이나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결정과 비교되는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윤이나를 대하는 KLPGA투어 선수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윤이나에 대한 협회의 징계 수위와 감경 조치에 대해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나온 자연스런 반응이다. 언젠가 윤이나가 우승했을 때 18번 홀 그린에서 축하 세리머니를 해줄 동료 선수가 없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KPGA 상벌위원회가 현재의 스탠스를 유지하는 한 KPGA투어에선 KLPGA투어에서 겪고 있는 회원들 간의 갈등과 반목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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