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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일)

안병훈, 고국서 9년만에 '우승 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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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안병훈(오른쪽)이 27일 인천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에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어머니 자오즈민과 부둥켜 안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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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우승하니 좋더라. 진짜 이렇게까지 좋을 줄은 몰랐다. 가족들의 응원과 뒷바라지 과정이 생각나서 순간 눈물이 났다.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다."

72홀 승부와 피 말리는 연장전까지 표정 변화 하나 없던 안병훈의 눈이 붉게 변하더니 금세 눈물이 흘러내렸다. 누구보다 자신에게 냉철하다고 불리는 '돌부처' 안병훈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은 두 가지. 무려 9년간 간절하게 기다려왔던 우승 그리고 그 뒤에 있던 가족의 헌신이었다.

세계랭킹 36위 안병훈은 27일 인천 송도에 있는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 코리아(파72)에서 열린 DP월드투어·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공동주관 대회인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종일 4라운드에서 '세계랭킹 25위' 김주형과 연장 접전 끝에 우승 트로피의 주인이 됐다.

이 대회는 많은 의미를 지닌다. 한국에서 열린 DP월드투어 대회에서 한국 국적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국내에서 남자골프의 인기가 여자골프에 비해 낮다는 인식도 지웠다. 이날 챔피언조에 안병훈과 김주형이 함께 오르자 오전부터 수천 명의 팬들이 몰렸고 구름 갤러리들은 18홀 내내 두 선수를 응원하며 열기를 뿜어냈다.

경기 직후 안병훈은 "이 대회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도 아니고 미국에서 열린 대회도 아니지만, 모든 우승은 다 똑같다. 스스로 너무 자랑스럽다"며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야말로 드라마 같은 승부였다. 이날 김주형과 공동선두로 출발한 안병훈은 마지막 18번홀까지 1타 뒤진 공동 2위였다. 일단 버디를 잡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 기적이 일어났다. 안병훈의 2.5m 버디 퍼트는 홀 속으로 사라졌고, 김주형의 2.2m 버디는 홀에 들어가는 듯하더니 돌아 나왔다. 결국 둘은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하며 공동 1위가 됐다.

이제 단 1명만 웃을 수 있는 연장전. 운도 따랐다. 안병훈의 티샷과 두 번째 샷은 러프에서 러프로 갔지만 모두 좋은 자리에 있었다. 반면 김주형의 두 번째 샷은 그린 옆 벙커 바로 위 긴 러프에 잠겨 제대로 스윙할 수 없었고 끝내 실수를 범하며 사실상 우승에서 멀어졌다. 결국 김주형은 4온에 이어 두 번의 퍼트로 보기, 안병훈은 3온에 성공한 뒤 수천 명의 한국 팬들 앞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 버디를 성공시켰다.

침착함을 유지하던 안병훈의 눈에서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토록 원하던 우승을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부모님인 안재형, 자오즈민 앞에서 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1부 투어에서는 2015년 DP월드투어 BMW챔피언십과 KPGA투어 신한동해오픈 이후 무려 9년 만에 맛보는 우승이다. 게다가 이번 대회는 DP월드투어와 KPGA투어가 공동개최해 그 의미가 더 컸다. 우승상금도 68만달러(약 9억4554만원)나 된다. 경기를 지켜본 어머니 자오즈민도 안병훈을 꼭 안아주며 "너무 자랑스럽다"고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유럽 강자들이 포진한 DP월드투어 선수들을 상대로 KPGA투어 선수들도 선전했다. 총 32명의 정예멤버가 출전해 15명이 컷 통과에 성공했고 국산 골프볼인 볼빅을 사용하는 김홍택이 공동 9위에 올랐다.

김홍택은 내년 열리는 DP월드투어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출전권과 함께 상금 1억467만6840원을 거머쥐었다. 김홍택은 올해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 후 맹활약하며 KPGA투어 시즌상금 5억6665만1793원에 이번 대회 상금까지 7억원에 가까운 상금을 거머쥐며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천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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