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림이 10일 열린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시상식에서 하와이 전통 춤인 훌라 댄스를 추면서 미소 짓고 있다. 대홍기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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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진출 후 꼭 100번째 대회. 김아림(29)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3년11개월 만에 통산 두 번째 우승을 거뒀다. '스마일 장타퀸'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긍정의 힘으로 미국 무대를 버텨낸 그는 마침내 LPGA 정회원으로서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환하게 웃었다.
김아림은 10일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에바비치 호아칼레이CC(파72·6536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해 나탈리야 구세바(러시아·16언더파 272타)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한 김아림은 시상식에서 하와이 전통 춤인 훌라 댄스를 추면서 자축했다. 우승상금은 45만달러(약 6억3000만원). 무엇보다 김아림은 2020년 12월, LPGA 비회원 신분으로 나선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지 정확히 100번째 대회에서 우승해 의미를 더했다.
김아림은 우승 직후 "재미있게 플레이한 결과가 우승이라 기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달성한 우승이라고 느껴지지 않고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이라며 웃어 보였다. 말 그대로 김아림의 뚝심이 빚어낸 우승이었다. 김아림 하면 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 중 가장 시원시원하게 경기하는 장타자로 꼽힌다. 올 시즌 드라이버샷 평균 273.8야드로 LPGA 전체 10위에 오를 만큼 장타력이 주 무기다. 반면 이번 대회 전까지는 올 시즌 톱10에만 3차례 올랐을 뿐 이렇다 할 성적이 없었다.
그러나 우승이 없다고 조급해하지 않았다. 김아림은 "미국 생활 첫해에 내가 얼마나 부족한 선수인지 알았다. 그래서 조금씩 연구하고 발전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부터 양희영의 스윙코치인 토니 지글러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장타력과 정확성까지 겸비한 자신만의 몸통 스윙을 만들기 위해 지글러 코치가 거주하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이주했을 정도였다.
LPGA 생활 4년 차, 이렇다 할 성적이 없어 힘들 법도 했지만 김아림은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겨냈다. 국내 무대에서 활동했을 때부터 김아림은 경기 중 생글생글 잘 웃고, 갤러리들을 향해 한 손을 배꼽에 대고 인사하는 모습으로 '스마일 장타퀸'으로 불렸다. 어떤 결과에도 미소를 짓는 건 그만의 경기 루틴이기도 했다.
김아림은 "우승에 굶주렸다는 느낌보다 경기력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최근 2주 전부터 경기하는 게 재미있었다. 과정과 루틴에 집중하고 지난 대회보다 더 좋아진 걸 느끼면서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긍정의 힘으로 뚝심 있게 버티고 기다린 김아림에게 마침내 기회가 왔다. 이번 대회 첫날 선두에 오른 그는 특유의 장타는 물론 퍼트도 잘돼 대회 내내 선두를 달렸다. 3라운드에서는 행운도 찾아왔다. 140야드 9번홀에서 9번 아이언으로 친 샷이 그대로 홀로 들어가 홀인원을 성공시켰다. 2022년 메디힐 챔피언십 이후 LPGA 투어 개인 두 번째 홀인원이었다.
최종 4라운드에서 구세바, 오스턴 김(미국·15언더파 273타) 등 경쟁자들의 추격이 이어졌지만 김아림은 흔들리지 않았다. 후반 9개 홀에서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침착하게 성공한 그는 우승을 확정 짓고서 특유의 배꼽인사를 선보이면서 미소를 지었다. 첫 우승 당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마음껏 웃지 못했던 김아림은 이번에는 하와이 교민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활짝 웃었다.
김아림은 "이번 대회에서 거둔 우승으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 가고 있는 길이 의도했던 대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는 선수로서 나아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 우승으로 김아림은 시즌 최종전 출전 자격도 사실상 확보했다. 오는 21일부터 열릴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는 시즌 성적을 환산해 매기는 CME 글로브 포인트 상위 60명만 나설 수 있다. 이번 대회 전에 CME 글로브 포인트 65위였던 그는 순위를 끌어올려 22위까지 올라섰다.
"나 자신에게 '잘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던 김아림은 "항상 마음속에 갖고 있는 생각처럼 경기력을 계속 향상시키고 싶다. 스스로 할 수 있는 한계까지 도전해 보는 것이 잔여 시즌 그리고 남은 골프 인생에서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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