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좌완 루키 박지호.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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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마운드 위에 투입해도 잘할 겁니다. 내년 즉시전력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프로야구 두산의 이승엽 감독이 2025시즌 ‘깜짝 스타’를 예고했다. 그 주인공은 왼손 파이어볼러 박지호다. 이미 올 시즌 단 한 차례 등판만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도 그럴 게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지닌 덕분이다.
2003년생인 박지호는 부성초(천안유소년리틀)-모가중-장안고-동강대를 거쳐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의 5라운드 42순위 지명으로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데뷔 첫해인 올 시즌, 정규리그 최종전에서야 정식선수 전환 및 1군 등판 기회를 얻었다.
강렬했던 9월 28일의 기억, 공 16개를 던져 ⅔이닝만 소화한 가운데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킨 하루였다. 당시 창원NC파크에서 데뷔전을 치른 박지호는 7회말 무사 구원 등판해 안중열, 한석현 상대로 두 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하는 등 괴력투를 뽐냈다.
후속 타석에서 박민우에 맞서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준 게 흠이었지만, 임팩트 넘치는 ‘자기소개’를 선보였다. 참고로 이날 박지호의 직구(13구)는 평균 148㎞, 최고 151㎞까지 나왔다.
겁 없는 신인의 강속구에 매료된 건 사령탑도 마찬가지였다. 두산의 마무리 훈련이 진행 중인 19일 이천 베어스파크, 이 감독은 박지호를 향해 “최종전 때 보여준 페이스 그대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여기서 경험만 더 쌓이면 된다. 왼손 투수 구상도 어느 정도 편해진다. 최승용이 선발로 가고, 이병헌·이교훈·김호준·박지호 넷이 불펜에서 활약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두산 외야수 김대한(사진 왼쪽), 두산 투수 박지호.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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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안배만 잘 이루어진다면 꿈에 그리던 강속구 좌완 군단도 가능하다. 4명 모두 150㎞를 던질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무엇보다, 이병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왼손 불펜들의 분발이 절실하다. 이병헌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최다 등판(77경기)을 기록했다.
이를 콕 집은 이 감독은 “이병헌이 한 해 내내 정말 고생했다. 이제는 그 짐을 나눠 들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내년 시즌 박지호가 불펜에서 해줄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고난 재능은 아니었기에 더 눈길이 간다. 박지호는 장안고 재학 시절 140㎞ 초반대 직구를 던지는 투수였다. 동강대 진학 후 볼 스피드를 끌어올린 건 맞지만, 여전히 150㎞는 언감생심이었다. 변화의 시작은 프로 유니폼을 입고 나서부터다. 가득염 잔류·재활군 투수코치를 비롯해 퓨처스팀 투수 코칭스태프의 도움이 컸다. 박지호는 “가 코치님께서 일단 살부터 빼라고 하셔서 10㎏를 감량했다”며 “내게 맞는 투구 폼을 찾은 것도 비결 중 하나다. 상체 움직임을 억제하고 하체를 제대로 쓰기 시작하면서 공이 확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인내심이 필요했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직구 최고 143㎞ 정도에 그쳤고, 퓨처스리그(2군) 전반기 11경기 동안 평균자책점 8.03(12⅓이닝 11자책)으로 부진한 바 있다. 어쩌면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일까. 마음이 요동치듯 술렁였다. 이때를 회상한 박지호는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가 코치님을 끝까지 믿고 따랐고, 그 결실을 보았다”고 미소 지었다. 강속구 재능의 개화, 자신감이 붙더니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2군 후반기 성적으로 15경기 평균자책점 2.37(19이닝 5자책)을 기록한 게 그 방증이다.
잠실 구장을 꽉 채운 두산 팬들의 모습.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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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쓰여질, 길고 긴 여정의 출발선에 섰다.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다. 정규리그가 끝난 10월, 숨고를 틈 없이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로 향한 까닭이다. 다만, 귀국 후 폐렴 진단을 받으면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했다. 현재 이천 마무리 훈련에서는 변화구 연마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슬라이더 완성도는 많이 올라왔고, 일본에서 장착한 포크볼이 내년 시즌 관건이다. 포크볼을 쥐는 그립은 가 코치와 김상진 코치(현 롯데)에게 배운 것을 섞었다. 박지호는 “확실한 변화구가 있어야 직구 승부를 더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며 “비시즌 동안 계속해서 변화구를 갈고 닦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내년 시즌을 향한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첫 번째 목표는 개막 로스터 진입이다. 그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마운드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로 기억되고자 한다.
그 외에도 아직 경험하지 못한 풍경을 꿈 속에 그린다. 바로 잠실 구장 등판이다. 박지호는 “창원에서 치른 데뷔전은 관중들이 꽉찬 기억이 있어 무척 설렜다. 잠실에도 하루빨리 등판해 홈 팬들과 호흡하고 싶다. 이번에는 떨지 않고, 1이닝 아웃카운트 3개 다 잡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겠다”고 웃었다.
이천=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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