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 선두 질주 현대캐피탈 허수봉
12일 현대캐피탈 훈련장에서 만난 허수봉. /신현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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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2018-2019 시즌 챔피언 결정전 우승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다음 시즌부터 3위, 6위, 7위(꼴찌)로 내려앉았다. 삼성화재·대한항공과 함께 V리그 대표 명문으로 꼽히는 구단 명성에 걸맞지 않았다. 2022-2023 시즌 준우승으로 반등하는가 했지만 지난 시즌 4위로 다시 아쉬움을 삼켰다. 올 시즌엔 완전히 다르다. 12일 현재 11승 2패(승점 31)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근엔 4연승 행진 중이다. 6년 만의 통산 5번째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현대캐피탈 상승세 중심에 허수봉(26)이 있다.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인 그는 현재 득점 순위에서 국내 선수 중 가장 높은 4위(234점)에 올라있다. 공격 성공률은 리그 전체 1위(57.06%), 서브는 2위(세트당 0.491개)다. 12일 천안 현대캐피탈 훈련장에서 만난 허수봉은 “팀이 시즌 초반 이 정도로 분위기 좋았던 적이 없었다”며 “개인적으로도 이전보다 많이 성장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했다.
허수봉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서브 연습에 매진했다고 했다. “국제 대회에 나가 보니 아시아권 국가들만 해도 우리보다 서브가 강력하더라. 강서브를 맞으니 팀이 리시브가 흔들리고 공격 효율 자체가 많이 떨어졌다”며 “그런 강서브를 장착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가장 강력하게 서브를 때릴 수 있는 토스 높이를 찾기 위해 매일 다른 높이로 던져가면서 서브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는 “연습량보다는 한 번을 해도 그 감각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집중해서 훈련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지난 시즌(세트당 0.228개)보다 두 배 이상 서브 에이스가 늘었다.
허수봉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고, 2016-2017시즌 전체 3순위로 대한항공 지명을 받았다가 나흘 만에 드래프트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리그 출범(2005년) 이후 최초로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고졸 선수였다. 그는 21살이던 2019년 프로 선수치고는 이른 나이에 군 입대를 했다. 국군체육부대(상무)를 다녀오고 나서 기량이 급성장해 풀 타임 주전 자리를 꿰찼다. 군 복무 기간 몸무게와 근육량을 크게 늘린 덕분이었다. 프로 입단 당시 키 194cm에 75kg이던 그는 지금은 197cm에 85kg이다. 입단 직후부터 몸을 키우려고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야식까지 네 끼를 먹었다. 야식은 라면, 치킨 등을 가리지 않고 먹었는데 한 번 먹을 때 라면 하나에 구단 요리사가 만들어준 고칼로리 음식과 초코바와 단백질 셰이크를 같이 먹는 식이었다. 그런데도 몸무게가 크게 늘지 않았는데 군대에서 PX에서 파는 냉동식품을 많이 먹었더니 살이 많이 붙었다고 했다. 그는 “먹는 게 운동보다 더 힘들 정도로 억지로 먹었다. 상무 있을 땐 배구 연습보다 살 찌우고 웨이트 훈련을 하는 데 더 중점을 뒀다”고 했다.
프로 입단 전까지 그의 배구 인생은 가족을 위한 것이었다. 중학교 때 아버지를 뇌종양으로 여의고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배구 선수로 성공한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는 각오로 뛰었다. 대학 진학 대신 프로 진출에 도전한 것도 아버지를 잃고 생계가 흔들리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였다. 허수봉은 “신인 입단 계약금(1억3000만원)을 모두 어머니에게 드렸고, 월급 받으면 꼬박꼬박 생활비도 드렸다”고 했다. 허수봉은 롤 모델로 같은 팀 선배 문성민(38)을 꼽았다. “학창 시절 성민이 형은 연예인 같은 존재였다”며 “형의 배구 실력은 물론, 후배들을 이끄는 에너지까지 다 닮고 싶다”고 했다. “유소년 선수들이 저를 보면서 배구 선수를 꿈꾸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배구도 잘해야 하고 코트 밖에서도 모범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팬 서비스를 최대한 많이 해드리려고 하고 모든 분들께 열심히 인사도 하려고 노력합니다.”
[천안=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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