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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사설] 이 지경 사태 출발점엔 ‘尹 부부’ 그래도 여전히 남 탓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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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국정 방해 폭주를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이를 멈추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었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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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거대 야당은 헌법상 권한을 남용해 대통령 퇴진과 탄핵 선동을 반복하며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벌여왔다”며 “계엄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과 위기 상황을 국민께 알리고 멈추도록 경고하기 위한 비상조치였다”고 했다. 또 “계엄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며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맞설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29분간 담화 내용 대부분은 야당 비판이었다. 윤 대통령 지적대로 민주당은 특검 법안을 27번이나 발의하고 무려 20여 명의 정부 관료를 탄핵소추했다. 거의 모두 이재명 대표 방탄용이었다. 많은 국민이 이런 민주당 행태를 비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쟁이나 그에 준하는 사태에만 발령해야 할 비상계엄이 정당화될 수 없다. 모든 일에는 합법적이고 적절한 수준이 있다. 민주당의 폭주와 국정 방해는 대국민 호소 등 다른 정치적 수단으로 대응해야 했다. 이 대표 방탄도 정상적 사법 절차를 따르면 됐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은 계엄과 같은 후진적 행태는 졸업한 나라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런 자부심을 한 사람이 독단적으로 파괴하자 국민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금의 이 사태까지 오게 된 근본 원인은 지난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한 때문이다. 민주당 폭주의 문을 열어준 사람은 바로 윤 대통령 자신이다. 총선 참패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김건희 여사 문제로 민심이 악화한 것이 가장 심각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를 성역으로 만들어 민심 이반을 키웠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 등 윤 대통령의 오만 불통이 연속으로 드러났고 막판에는 김 여사 문제로 여당 대표와 싸움까지 벌였다. 스스로 민주당에 압승을 안겨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이 민주당의 폭주를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과 김 여사의 과오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사과를 했어야 한다. 모든 문제가 거기에서 시작된 것이란 사실을 인정해야 비로소 국민과 소통이 될 수 있다. 그런 다음의 민주당 비판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국민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번에도 남 탓뿐이었다. 윤 대통령은 국회 봉쇄 의사가 없는 경고성 계엄이었다고 했지만 군·경찰·국정원 수뇌부 등의 진술은 다르다.

그동안 ‘질서 있는 대통령 퇴진’을 모색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탄핵소추안 표결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했다. 이에 참여하겠다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늘고 있다. 이 모든 게 윤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라고밖엔 달리 할 말이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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