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황제’ 타이거 우즈(49·미국) 부자(父子)와 시니어 투어 ‘황제’ 베른하르트 랑거(67·독일) 부자의 명승부가 펼쳐졌다. 랑거와 아들 제이슨(24) 팀이 우즈와 아들 찰리(15) 팀을 연장 승부 끝에 꺾고 이벤트 대회 PNC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다.

베른하르트 랑거가 23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칼튼 골프클럽에서 열린 이벤트 대회 PNC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이글 퍼트를 집어넣은 뒤 두 팔을 번쩍 들며 기뻐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3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칼튼 골프클럽(파72·7106야드)에서 열린 PGA 챔피언스(시니어) 투어 이벤트 대회 PNC 챔피언십(총상금 108만5000달러) 최종 2라운드에서 랑거 팀과 우즈 팀은 나란히 이글 1개와 버디 13개로 15타씩 줄였다. 최종 합계 28언더파 116타를 쳐 이 대회 최다 언더파 기록을 깼다. 18번홀(파5)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랑거가 이글 퍼트를 집어넣으면서 랑거 팀이 우즈 팀을 꺾고 우승을 확정했다.

이 대회는 역대 메이저 대회 우승자 20명이 각자 가족과 한 팀을 이뤄 이틀간 36홀 스크램블 방식(한 팀 두 명이 각자 티샷한 뒤 그 중 하나를 골라 그 자리에서 두 명 모두 다음 샷을 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연말에 선수와 가족들이 즐거운 추억을 쌓는 이벤트 대회이지만, 이날 경기는 대회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숨막히는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우즈 팀과 랑거 팀은 2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출발해 한 조에서 경기하며 매치 플레이 같은 승부를 펼쳤다.

2021년 교통사고 이후 제 기량을 찾지 못하고 있는 우즈가 우승 경쟁을 벌이는 모습도 오랜만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PGA 챔피언스 투어 통산 최다승(47승)과 최고령(67세) 기록를 보유한 랑거. 다른 대회에선 보기 힘든 우즈와 랑거의 맞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우즈 팀이 롱 게임에서 앞서면, 랑거 팀은 정교한 쇼트게임과 퍼트로 대응했다. 우즈 아들 찰리는 주니어 골프 선수로 활동 중이며, 랑거 아들 제이슨은 대학 골프 선수 출신으로 미국 뉴욕의 투자은행에서 근무한다.

랑거는 이 대회 통산 6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랑거에겐 아들과 딸이 두 명씩 있는데, 네 자녀 모두 이 대회에 나와봤다고 한다. 그중 큰아들 스테판과 두 번, 막내 제이슨과 이날까지 네 번 우승을 합작했다.

찰리 우즈(오른쪽)가 23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칼튼 골프클럽에서 열린 이벤트 대회 PNC 챔피언십 2라운드 4번홀(파3)에서 홀인원에 성공한 뒤 아버지 타이거 우즈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즈는 2019년 10월 조조 챔피언십에서 PGA 투어 통산 82번째 우승을 달성한 이후 5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릴 기회를 아깝게 놓쳤다. 그래도 찰리는 4번홀(파3·176야드)에서 7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기록해 아버지를 기쁘게 했다. 우즈와 찰리는 2020년부터 매년 이 대회에 출전해왔으며, 최고 성적은 2021년과 올해 준우승이다. 찰리는 이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쑥쑥 자라는 키만큼 성장하는 골프 실력을 보여줬다. 최근 1년 사이에는 키가 10cm나 컸다고 한다.

우즈는 지난 9월 허리 수술을 받았는데, 이 대회 출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수술 일정을 잡았다고 했다. “아들과 함께 경기하는 경험을 다시 할 수 있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이 대회 참가 선수 20명 중 세계 랭킹 1위 출신이 11명, 명예의 전당 헌액자가 11명이었다. 선수 20명의 메이저 대회 우승 횟수를 모두 합하면 69승, 프로 대회 우승은 1080승이다.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르다(26·미국)와 테니스 선수 출신 아버지 페트르(56)는 공동 8위(20언더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최다승(72승) 기록을 보유한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54·스웨덴)과 이 대회 최연소 출전자인 아들 윌 맥기(13)는 11위(19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23일(한국 시각) 미PGA 챔피언스 투어 이벤트 대회 PNC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베른하르트 랑거(왼쪽)와 아들 제이슨./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수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