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볼판정(ABS) 적용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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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는 2024시즌을 앞두고 몇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일단 전세계 최초로 1군리그에 자동볼판정시스템(ABS)을 도입했다. 처음에는 곤혹스러워 하는 구단과 선수, 그리고 심판이 있었다. 4월에는 ABS로 판정된 것을 심판이 잘못 전달하고 이를 무마하려는 시도마저 있었다. 결국 해당 심판은 해고됐다. 이 사건 이후로 더그아웃에도 ABS 판정을 곧바로 들을 수 있는 헤드셋이 제공됐다. “칠 수 없는 공이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구장마다 스트라이크존이 다르다”, “선수 키 측정이 이상하다”라는 얘기도 나왔지만 야구팬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정확도가 100%가 아니더라도 인간 심판의 판정보다는 오심률이 낮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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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에서 ‘감성’이 배제되자 소위 BQ(야구지수)가 높은 선수들이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프로 스트라이크 존 정립이 채 안 돼 있는 어린 연차의 선수들일수록 ABS 스트라이크존에 빠르게 적응해나갔다. 베테랑, 이름값에 후하고 무명, 신인급 선수들에게 박한 너무나 ‘인간적인’ 스트라이크 존이 사라진 덕이다. 3년차 김도영(KIA 타이거즈)은 ‘도너살’(도영아, 너땀시 살어야)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 고교 때 받았던 ‘제2의 이종범’이라는 수식어를 되찾고 있고, 신인 김택연은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19개)을 세웠다.
ABS 탓에 사이드/언더핸드 투수들이 고전했으나 베테랑 우규민(KT 위즈)만은 달랐다.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2.49)을 기록했다. 마흔살의 노경은(SSG)은 최고령 홀드왕(38개)을 차지했다. 평균자책점 또한 2.90으로 낮았다. 열린 생각으로 ABS에 빠르게 적응한 이들이 성적도 좋았다. 팬들 또한 쓸데없는 감정소모가 사라져 ABS를 반겼다. 내년에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스트라이크존을 조금 밑으로 내린다.
46홈런으로 2024년 KBO리그 홈런왕에 등극한 엔씨(NC) 다이노스 맷 데이비슨. 시즌 40홈런 이상 나온 것은 2020년 멜 로하스 주니어(47홈런·KT) 이후 처음이다. 올해 데이비슨 포함, 30개 이상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총 7명이다. 지난해 홈런 1위는 31개를 친 한화 이글스 노시환이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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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0.4034~0.4234) 내’에서라고는 하지만 공인구 반발계수(0.4208)가 높아지면서 타고투저는 심화했다. 리그 타율(0.277)은 2018년 이후 가장 높았고, 리그 홈런(1438개)은 2018년(1756개) 이후 가장 많이 나왔다. 2014~2018시즌은 소위 ‘탱탱볼’ 논란까지 빚으며 KBO리그가 극심한 타고투저를 겪을 때였다. 타격 기술의 발달이라는 표면적 이유를 댔으나 이때도 공인구 반발력이 꽤 높은 때였다. 당시 공인구 검사 때 최고치 기준을 벗어난 공이 나오기도 했다. 어린 투수의 싹이 완전히 잘린 시기이기도 했다. 경험 적은 신인급 투수들은 마운드 위에서 두들겨 맞기 일쑤였다.
2024시즌 동안 규정 타석을 채우고 3할 타율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총 24명이었다. 작년에는 14명, 2022년에는 13명뿐이었다. 64명이 100안타 이상을 쳤다. 작년에는 52명이었다. 두 자릿수 홈런은 55명이 기록했다. 2023년에는 30명, 2022년에는 41명이었다. 2024년 경기당 평균 홈런은 1.99개. 지난해는 1.28개였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올해는 1.12개, 작년에는 1.21개였다. 일본프로야구의 경우 최근 홈런이 경기당 평균 0.7~0.8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 일본 리그는 홈런이 줄어드는데 한국은 늘어난다. 투수력이 좋아서라고도 볼 수 있으나 공 반발력의 차이일 수도 있다. 국제 성적 부진으로 리그 인기 회복이 필요할 때 리그 사무국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은 공인구 반발력을 늘리는 것이다. ‘뻥야구’만큼 재밌는 것도, 예측 불허의 것도 없기 때문이다. 홈런을 괜히 ‘야구의 꽃’이라고 부르겠는가.
두산 베어스 조수행이 도루를 하는 모습. 그는 올해 64도루로 도루 1위를 기록했다. 도루 성공률은 88.9%에 이르렀다. 시즌 60도루 이상 나온 것은 2015년 박해민(60개·현재 LG) 이후 처음이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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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도루는 어떨까. KBO는 올해 메이저리그를 따라서 베이스 크기를 기존 15인치×15인치에서 18인치×18인치로 바꿨다. 1~2루간, 2~3루간 거리가 11.43㎝ 짧아졌다. 올해 10개 구단 총 도루수는 1152개. 지난해(1040개)보다 112개 늘었다. 경기당 평균으로 하면 1.44개여서 1.6개 증가했다. 이와 같은 수치는 2015년(1202개)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시즌 50도루 이상 선수가 3명(두산 조수행 64개, 두산 정수빈 52개, 롯데 황성빈 51개) 나온 것은 사상 처음이다. 도루 성공률은 올해 74.4%로 2015년(69.6%)보다 높다. 도루성공률은 집계가 이뤄진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의 경우 2023년 처음 18인치×18인치 베이스를 도입했는데, 피치 클록, 주자 견제 제한과 맞물려 도루 성공률이 리그 사상 최초로 80%를 넘겼다. 80.2%(2022년 75.4%)였다. 도루 시도 또한 경기당 1.8개로 2022년(경기당 1.4개)보다 많아졌다. KBO리그도 내년에 피치클록을 도입할 예정이어서 도루 시도가 더 늘어날 수 있다. 다만, 공인구 반발력이 지금처럼 유지되면 1점보다는 대량 득점을 노리는 팀이 많아지기에 ‘뛰는 야구’보다는 ‘한 방 야구’가 더 대세가 될지도 모른다.
1088만7705명. 2024년 KBO리그는 관중 수에서 그동안 볼 수 없던 숫자를 봤다. 2025년 KBO는 ABS를 재조정하고, 피치클록도 도입한다. 과연 KBO는 1000만 관중을 유지할 수 있을까. 유지가 더 어렵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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