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시민들이 25일 지하철역에서 러시아의 공습을 피하려고 대피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전쟁 이후 정교회 전통에 따라 1월7일로 치르던 크리스마스를 12월25일로 변경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러시아가 크리스마스 때에 가한 공격은 비인간적인이고 의식적인 선택이라고 비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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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올해에도 크리스마스의 전쟁 수행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러시아가 “의식적인 선택으로” 크리스마스에 자국의 에너지 시설에 대한 밤샘 공격을 가했다며 “비인간적”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184발의 러시아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탐지해, 대부분이 격추되거나 목표물에서 빗나갔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크리스마스 공격을 비난하며 “러시아 악마는 우크라이나를 파괴할 수 없고, 크리스마스를 왜곡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 충격적인 공격의 목적은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난방 및 전기 접근을 끊고 전력망 안전을 위기에 빠뜨리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자국군이 우크라이나의 “사활적인” 에너지 시설에 “대규모 공격”을 수행했다며, 이 공격은 성공했고 모든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공격은 올해 들어서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13번째 주요 공격이다.
러시아 쪽은 우크라이나의 크리스마스 공격 비난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러시아에서는 율리우스력을 채택하는 러시아정교회의 전통에 따라서 크리스마스를 1월7일로 정하고 있다. 러시아정교회 소속이었던 우크라이나에서도 전통적으로 1월7일을 크리스마스로 지내왔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와의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정교회가 러시아정교회와 분리되면서 우크라이나에서는 각 교구의 결정에 따라 12월25일에도 성탄 미사를 가질 수 있게 허용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 정부는 2023년 7월에 크리스마스를 12월25일로 정하는 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서는 지난해부터 12월25일을 공식 크리스마스로 지내고 있으나, 대부분의 주민들은 과거의 전통에 따라서 여전히 1월7일을 크리스마스로 보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크리스마스 휴전도 거부한다면 비난해 왔으나, 러시아 쪽은 이런 주장을 일축해왔다. 러시아는 자신들의 전통적인 크리스마스인 1월7일을 기해 휴전을 제안했으나, 우크라이나 쪽이 거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지난해 1월6일에 러시아정교회의 키릴 대주교의 호소에 따라서 36시간 휴전을 국방장관에 지시했다. 푸틴은 “전투 지역에 거주 중인 많은 정교회 신자”가 6일 크리스마스 전야와 8일 크리스마스를 지낼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에 화답을 촉구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 등지에서 우크라이나의 진격을 막고 시간을 벌려는 의도라며 휴전 제의를 일축했다. 드미트리 쿨레바 당시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러시아가 12월24일에 공격하고 새해 전날에도 공습을 했다며, 종교적 휴일을 이유로 전투를 중단할 수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오는 1월6일에도 크리스마스 휴전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되나, 우크라이나 역시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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