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민욱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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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노진주 기자] "좋아하는 농구 오래 하고 싶습니다".

대학시절 학교폭력 논란으로 고양 소노와 계약 해지 분쟁 중인 김민욱(34)의 이야기다.

지난 11월 10일 라커룸 수건 폭행 사건을 내부 고발한 김민욱은 과거 연세대학교 시절 1년 후배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이달 10일 소노로부터 계약 합의 해지 요구를 받았다. 김승기 전 감독이 팀을 떠난 상황에서 이뤄진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김민욱의 ‘학교폭력 의혹’은 김 전 감독이 자진 사퇴를 알린 날 저녁 인터넷 커뮤니티에 그의 대학 후배였다고 주장하는 글쓴이의 폭로글이 올라오면서 불거졌다.

김민욱은 “제가 대학에 입학한 건 15년 전이고 그때는 저도 하키채로 맞는 등 내리 갈굼 악습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리 제가 맞았어도 후배를 때리는 행동을 하면 안 됐다. 정말 잘못한 일”이라고 반성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3~4학년 때도 학교폭력을 지속적으로 가했단 주장엔 "전혀 사실이 아니다. 2학년 때 각서를 쓴 후에는 선배들도 저를 때리지 않았고, 저도 후배를 때리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현재와 다른 '내리 갈굼' 시대적 배경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정당화할 수 없는 학교폭력 과거를 지닌 김민욱은 소속팀 소노와 갈라설 상황에 놓였다. 소노는 “과거 학교폭력을 한 사실이 드러나 김민욱이 구단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라며 합의 계약 해지를 요구한 상황이다.

[사진] 김민욱 / KBL

하지만 김민욱은 분명 억울한 상황. 갑작스럽게 학교폭력이 알려진 시기가 선수 본인에게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김민욱은 "9일 학교폭력 취재 기사와 그날 밤 제가 해명을 한 기사가 나온 다음 날 오전 감독님과 짧은 미팅을 한 뒤 구단 국장님, 운영 팀장님과 면담했는데 곧바로 계약 해지 합의서를 꺼내셨다. 학교폭력 이슈로 인해 구단 이미지가 실추됐단 이야기만 들었다. 그리고 그 날 10일까지의 급여만 일할 계산해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합의서에 사인하길 바라셨다”라고 설명했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사인하지 않은 채 합의서를 들고 나온 김민욱은 “선수생활 하는 동안 학교폭력 사건이 일어났던 것도 아니고, 프로에 입단하기 전 일로 피해를 봤다며 구단이 계약 합의 해지를 요구하는 건 농구계에서 처음 있는 일인 듯싶다. 계약을 해지할 정도로 위반되는 사항을 제가 일으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호소했다.

김민욱의 법률 대리인 김가람 변호사는 “소노는 '12월 10일 김민욱과의 계약이 해지 됐고, 잔여 연봉을 받고 싶으면 소송을 하라'고 주장하나, 쟁점은 김민욱이 여전히 소노의 선수로 등록돼 있어 다른 팀에서 뛸 수 없단 것”이라며 “소노가 김민욱의 선수 생활을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소노 구단의 입장도 명확하다.

소노는 “학교폭력은 현시대에서 용서받기 힘든 과거로 분류된다. 과거 ‘쌍둥이 배구 선수’ 이재영이다영의 학교폭력 사태 때 구단이 선수들을 보호해 오히려 여론의 질타를 받는 적 있다. 김민욱의 학교폭력 관련해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가 접수 됐단 소식을 들은 구단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선수에게 침묵하고 훈련에만 임하란 말을 전하기 위해 감독과 미팅을 준비했다. 그런데 언론 인터뷰에서 김민욱이 하키채로 후배를 때렸다고 시인했다. 이에 구단은 무작정 선수를 보호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 됐다”라고 반박했다.

우선 KBL은 소노와 김민욱 간 계약 해지 분쟁을 안건으로 다뤘지만 조정 불성립됐다. 양측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계약 해지 유효성을 다투는 건 사법부의 영역이 됐다.

소노는 "만약 김민욱 측이 소송에 나선다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민욱의 입장은 조심스럽다. 김민욱의 대리인 김가람 변호사는 “소송하면 계약 해지의 부당함은 밝힐 수 있다”라며 “소노는 김민욱이 해명 인터뷰를 한 것이 구단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이고 계약서 제18조 제4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계약서에 제18조 제4항 위반은 계약 해지 사유로 포함돼 있지 않다. 제18조 제4항 위반을 이유로 계약 해지는 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18조 제4항이 금지하는 행위는 ‘선수 활동과 관련 없는 광고, 방송, 강연 등 활동’인데, 김민욱의 해명 인터뷰는 선수 활동과 관련 없다고 보기도 어렵고, 이미 학교폭력 기사가 보도된 상황에서 선수가 해명을 한 것을 두고 구단 이미지를 실추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또 김 변호사는 “구단이 함께 문제 삼은 계약서 제15조 제1항(선수는 계약기간 동안 폭행, 상해, 성폭력, 성희롱, 사기, 마약, 약물복용, 간통, 불법도박, 음주운전 등 법령을 위반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프로스포츠 선수로서의 품위를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선 안된다)은, 김민욱의 학교폭력은 계약기간 동안 일어난 일이 아니기에, 해당 조항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김민욱 / KBL

반면 소노는 "김민욱이 구단 동의 없이 인터뷰한 것은 계약 해지 사유가 전혀 안 된다. 인터뷰할 순 있다. 다만 인터뷰 '내용'이 문제라면 문제다. 학교폭력을 인정했다"라며 "'이미지 실추'라는 개념이 모호한데, (김민욱 일로 인해) 구단 이미지가 실추된 건 맞다. 소송에서 계약 해지 사유가 안된다고 하면 잔여 연봉 등 모두 지급하겠다"라고 밝혔다.

물론 현재 소노의 선수로 등록돼 있는 김민욱이 소송 절차를 밟는 건 ‘선수 생명’에 치명타다.

김민욱이 법적 다툼을 시작하면 결과를 받아보기 전까지 최소 6개월은 코트 밖에 있어야 한다. 소송 중 소노 소속 선수로 등록돼 있으면 이적이 불가능하다. 승소하더라도 만 34세 나이에 공백까지 있는 그가 이적할 팀을 찾는 건 쉽지 않다.

김가람 변호사는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민욱의 등록을 일단 풀어준 뒤 소노는 소송에서 계약 해지 사유의 정당성을 판단받으면 된다. 소노가 김민욱을 원치 않을 수 있지만, 타구단으로의 이적까지 막아선 안 된다"라며 "선수에게는 현역 생활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민욱이 다른 구단에서 정상적으로 뛸 수만 있게 된다면, 그 이후 잔여 연봉은 충분히 포기할 수 있다. 잔여 연봉을 받기 위해 계약 해지에 합의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김민욱은 귀책사유가 선수 측에 있단 것을 인정할 수 없기 되기 때문에 구단의 제안을 거절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민욱이 계약 해지에 합의하지 않으면 소노는 '등록 말소'까지 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김민욱은 선수 등록 규정 제17조(등록 말소 및 선수 정원에서의 제외)에 규정된 말소사유 ▲등록 선수가 사망한 경우▲은퇴 선수▲임의 탈퇴 선수▲등록 후 병역 의무▲부상 및 질명으로 인한 시즌대체 당한 선수▲신인 드래프트 및 연고지명선수▲포상으로 인한 조기 전역 선수, 어느 것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김민욱은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순 없다. 좋아하는 농구를 더 오래 하고 싶다”라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바람을 표현했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