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현우.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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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면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모습과 행동, 말투까지 꾸미지 않고 자연스러운 인물을 향한 극찬이기도 하다. ‘열혈사제2’의 남두헌 검사도 그랬다. 기막힌 사투리와 강약조절로 탄생한 최고의 빌런 캐릭터는 배우 서현우의 내공이 만든 결과였다.

27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2’는 낮에는 사제, 밤에는 벨라또인 열혈 신부가 부산에서 국내 최고 마약 카르텔 소탕에 나서는 공조 수사극이다. 2019년 흥행 끝에 종영한 ‘열혈사제’의 두 번째 시즌으로 시즌1 출연진 대부분이 합류해 시즌2를 만들었다.

서현우는 대한민국 고위직의 비리와 악행을 손에 쥐고 승승장구한 부장 검사 남두헌으로 분했다. 명철한 두뇌와 정치력, 그 와중에 뇌물은 받지 않는 청렴함(?)이 무섭도록 치밀한 인물. 특히 부산 토박이 사투리는 ‘부산 남부지방검찰청의 부장검사’ 남두헌의 특징을 제대로 살렸다. 그동안 차근차근 모아온 비밀 장부, 일명 ‘꿀단지’와 홍식의 마약 조직을 발판 삼아 비상을 꿈꿨지만 결국 목덜미를 잡혔다.

디즈니플러스 ‘강매강’ 촬영 막바지에 ‘열혈사제2’ 제안을 받았다고. 그는 “너무 재밌게 봣던 작품이라 신기하면서도 부담이 있었다. 시즌1만큼 잘할 수 있을까, 혹여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고 했다. 내심 빌런이길 바랐다는 이유는 “신부님과 겨뤄보고 싶어서”였다. 그는 “지난 시즌에서도 악당들의 매력이 빛을 발했다고 생각했다. 빌런일 거라 예상하면서도 어떤 류의 빌런일까 궁금하고 걱정도 많았다”고 돌아봤다.

SBS ‘열혈사제2’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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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열혈사제2’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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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두헌은 ‘명백한 악역’이었지만, ‘열혈사제’ 특유의 코믹 요소를 그대로 흡수했다. 유난스러운 꼰대력도 어딘가 웃음이 나오고 매일 빨대를 물고 있는 딸기스무디 사랑까지 독특했다. 서현우는 “악당인데, 미워해야 하는데 정이 가는 혼란스러움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선악은 항상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판단하는 사람의 시각이 중요한 것”이라며 “선악이 공존하고 구별하기 힘든 게 혼란스러운 우리의 삶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인물을 대변했다.

‘열혈사제2’ 빌런의 두 축을 담당한 건 김홍식과 남두헌이다. 두 인물 모두 기존 빌런의 모습과 차별화된 재미를 보장했다. 김홍식은 젠틀한 카리스마 뒤에 숨겨진 잔혹함, 거기에 경선(이하늬)앞에서는 무장해제 되는 모습으로 반전을 안겼다. 남두헌 역시 왈가닥 경선 앞에선 고개를 내젓는 상사일 뿐이었다. 홀로 노래방에서 열창하고, 악행을 앞두고 천진한 감정을 표출했다. 무게감 있고 서슬퍼런 전형적 모습을 벗어나 더 현실적인 캐릭터를 만들었다.

서현우는 “부산 지청에 가면 저런 사람 있을 것 같다”는 시청 후기에 내심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드라마에 나올 법한 사람’이 아니라 ‘저런 삶을 사는 사람’을 드라마를 통해 볼 수 있다는 건 시청자에게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통영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본토 발음’이 가능했지만, 보다 구수한 사투리 구사를 위해 부모님의 도움도 받았다고. “더 올드한 사투리 쓰려고 했다”는 서현우는 “정체성과 자격지심으로 가득한 로컬 면모 보여주고자 했다. 꽉 막혀있고 꼰대스러운 지점 연기하기 위해 어르신들이 쓸법한 사투리 구사했다”고 답했다.

배우 서현우.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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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을 받지 않고 리스트만을 작성하는 검사. 이 또한 기존의 ‘검사’가 가지는 화려한 이미지와는 달랐다. 그래서 일부러 헐렁한 정장 세 벌을 돌려 입었다. 명품 시계도 착용하지 않고 저렴해 보이는 스타일링을 골랐다. 머리 스타일도 ‘자연 건조’, 세단이 아닌 구식 그랜저를 몰고 다녔다. 그런 그가 놓지 못한 단 하나는 딸기 스무디다. 작가가 만든 설정이지만 연기를 하며 의미를 찾았다. “비뚤어진 욕망이 샘솟고 있는데, 노출하지 않게 딸기 스무디로 당 충전을 하면서 욕망을 눌렀던 건 아닐까 생각했다”고 했다.

드라마 ‘악의 꽃’, ‘아다마스’, ‘삼식이 삼촌’, ‘강매강’ 영화 ‘남산의 부장들’, ‘헤어질 결심’, ‘유령’ 등 유명 작품에서 매력적인 마스크와 연기력으로 활약해 왔던 서현우다. 그런 그에게 ‘열혈사제2’는 부모님에게 효도한 작품으로 남았다.

배우 서현우.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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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에서 시청률 10% 이상 나오는 드라마에 처음 출연해봤다. 화제성과 관심이 이렇게 크구나 처음 체감했다”고 밝게 웃은 그는 “아들이자 배우로서 너무 기뻤다. 부모님이 경남 창원에 계신 데, 최근에 지인분들께 인사를 돌았다”고 했다. “이런 환대는 처음 받아봤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필모의 방점을 찍어본 것 같다. 아직 신기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감사를 전했다. 작품에 과몰입한 아버지는 아직 그를 “남부장”이라고 부르신다고. 어머니는 작품을 10번씩 돌려볼 정도로 애정을 쏟고 계신다는 이야기도 더했다.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악과 싸우는 김해일 신부와 구담 패밀리, 여기에 비리 검사와 마약 카르텔까지 뒤섞여 ‘열혈사제2’를 채워나갔다. 방영 중 터진 계엄과 검사 출신 대통령의 탄핵 관련 이슈에 누리꾼들은 ‘작두 탔다’고 말할 정도였다. 결방 등의 물리적 변화도 있었지만, 극 중 온갖 비리로 얼룩진 비리 검사 남두헌을 향한 현실과의 싱크로율도 화제였다. 난감한 듯 웃어 보인 서현우는 “결방은 안타까웠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 중차대한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남두헌과 현실은) 전혀 예기치 못한 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남두헌을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하고, 많은 관심을 받게 돼 감사하다”고 답했다.

반면 지나친 유머 코드에 혹평도 더해졌다. 시즌1의 애청자였음을 밝힌 서현우는 “코로나 이전 5년 전 작품이라 감수성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지난 시즌 신부님이 등장해서 악당을 혼내는 타격감 있었다면 시즌2는 유쾌하고 통쾌한 상쾌함을 추가로 넣은 것 같다”고 바라봤다.

지하에 ‘꿀단지’를 차곡차곡 쌓아 비상을 꿈꿨다. 남두헌만의 세상인 ‘꿀단지 방’에서 열창한 ‘꿀단지 사랑’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직접 선곡해 완창하며 해당 신을 만들었다는 서현우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새로운 시도를 거치면서 용기를 갖게 해준 소중한 작품이다. 그는 “내가 주저하고 어려워했던 것들이 막상 해보니 확장되는 구나 생각했다. 이 작품을 끝내고 나니 연기적인 스펙트럼이 확장됨을 느꼈다”며 의미를 찾았다.

배우 서현우.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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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과 선역, 시대극과 현대극 등 다양한 장르로 눈도장을 찍은 그에게 여전히 아쉬운 장르도 있다. 다름 아닌 ‘멜로’다. 권력을 향한 남두헌의 ‘욕망’을 이야기하던 중 배우 서현우의 욕망을 묻자 “현실 멜로를 해보고 싶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목표와 욕망이 뚜렷한 인물들을 연기해왔지만, 절절한 감정 교류를 연기해 본 적이 없다는 것. 그는 “그런 작품을 떠올리다 보면 사랑이라는 테마에 깊이감을 느낀다. 눈물도 흘리고, 소리도 지르고, 질투도 하면서 감정을 교감할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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