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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오타니는 월드시리즈에서 던져야 하니까… “5월까지 등판 없다” 로버츠 맹세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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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현대 야구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투·타 겸업을 현실화시킨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는 말 그대로 야구의 물줄기를 바꾼 역사적인 선수다. 투수로는 사이영상 수상에 도전할 수 있는 에이스고, 타자로는 매년 홈런왕에 도전할 수 있는 슬러거다. 베이브 루스 이후 이런 선수는 없었고, 어쩌면 루스의 업적을 뛰어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역사적인 대업에 도전하는 만큼 몸은 힘들다. 인간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투수와 타자는 쓰는 근육 자체가 상당 부분 다르다. 근육을 고르게 발전시켜야 하는데, 피로도가 높다 보니 부상 위험도 커진다. 실제 메이저리그에서의 오타니 투·타 겸업은 이가 빠져 있다. 두 차례 팔꿈치 수술 탓이다.

2018년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오타니는 2018년 몇 경기 등판하지도 않았으나 팔꿈치에 탈이 나면서 첫 번째 팔꿈치 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다. 이 때문에 2019년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고, 이 여파는 2020년까지 이어졌다. 2021년 완벽하게 복귀해 2023년 중반까지 투수로도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또 팔꿈치가 문제를 일으켰다. 2023년 시즌 막판 팔꿈치는 더 버티지 못했고,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아야 했다.

다저스는 이를 알고도 2023년 시즌 종료 후 오타니에게 10년 총액 7억 달러라는 역사적인 계약서를 제시해 사인을 받아냈다. 2024년은 부상 재활 탓에 투수로 더 등판할 수 없지만, 2025년부터는 정상적인 투·타 겸업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 투·타 겸업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설사 계약 후반부에 타자로만 뛰어도 충분히 투자 금액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 다저스는 오타니의 몸을 애지중지 관리하고 있다. 오타니는 2023년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보통 팔꿈치 수술의 재활 기간은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다. 오타니는 두 번째 수술이기도 하고, 수술 재활 기간에도 계속 타자로 나선 만큼 재활에만 전념한 선수만큼 빠르게 돌아오기는 어렵다. 한편으로 팀 전력 구상에서도 오타니의 복귀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일본 스포츠전문매체 ‘스포츠호치’는 6일 오타니의 은사이기도 한 구리야마 히데키 전 니혼햄 파이터스 감독과 대담 내용을 보도했는데, 이 대담 내용에는 오타니에 관련한 이야기도 있었다. 구리야마 감독은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과 만나 오타니의 복귀 시점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구리야마 감독의 질문에 로버츠 감독은 “적어도 5월까지는 선발로 등판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구상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오타니의 재활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2024년 시즌 막판에는 불펜에서 위력적인 공을 던지며 한때 포스트시즌 불펜 등판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구단에서는 최종적으로 오타니를 타자로만 뛰게 했지만, 현재 몸 상태는 시즌 초반 복귀를 기대해도 좋다는 평가가 나왔던 터였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은 복귀 시점을 더 뒤로 미룬 것이다.

로버츠 감독은 구리야마 감독과 대담에서 “오타니는 올해 투·타 겸업을 한다”고 확언하면서도 “5월까지는 던지게 하지 않을 계획이다. 오타니는 (지난) 1년 내내 던진 적이 없다. 작년에 3월부터 10월까지 한 경기도 던지지 않았다. 올해 그가 소화해야 할 투구 이닝도 생각해야 한다. 오타니 자신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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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복귀 시점이 뒤로 밀린 건 크게 두 가지 이유로 풀이된다. 우선 재활 과정에서 또 한 번의 부상이 있었다. 오른 팔꿈치가 아닌, 왼 어깨였다. 오타니는 지난해 뉴욕 양키스와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2루 도루를 하다 왼 어깨에 큰 충격을 받았다.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싸고 교체됐을 정도였다. 자칫 잘못하면 다저스의 월드시리즈를 다 날려버릴 수도 있었던 위기였다.

다행히 경기에 뛰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서 오타니는 이후 월드시리즈 경기에 나섰고, 팀의 우승과 함께 환호했다. 그러나 역시 가벼운 부상은 아니었다. 관절 쪽 문제가 발견됐고, 시즌이 끝난 뒤 서둘러 수술대에 올랐다. 왼 어깨 수술 후 한동안 이 부위를 보호해야 하니 당연히 기술 훈련을 하지 못했다. 투구에도 제동이 걸렸다. 끌어올린 몸 상태가 다시 처지게 된 것이다. 개막전에 타자로는 나서는 데 문제가 없지만, 투수로 예열하려면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두 번째는 팀의 전력 구상이다. 오타니는 일반적인 투수와는 다르다. 선발 투수들은 하루를 던지면 보통 나흘 혹은 닷새를 쉬고 등판한다. 그 사이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반대로 오타니는 그 사이 타자로 경기에 계속 나간다. 체력이 처지지 않게끔 이닝 관리를 잘해줘야 한다. 실제 오타니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규정이닝을 소화한 시즌이 한 번(2022년 166이닝)밖에 없었다. 2021년과 2023년은 130이닝 남짓을 던졌다.

복귀 시즌인 만큼 다저스는 오타니의 이닝을 철저하게 관리할 가능성이 높다. 다저스가 생각하는 이닝은 2023년의 130이닝을 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100이닝에서 아무리 많아도 최대 120이닝 정도가 될 텐데, 이 제한된 이닝을 ‘언제 쓰느냐’는 굉장히 중요하다. 다저스는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팀이고, 2025년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당연히 큰 무대에서 오타니의 진가를 활용하는 게 더 좋다.

로버츠 감독의 말대로라면 오타니는 6월쯤 마운드에 복귀해 관리를 받으며 등판하고, 서서히 감각을 찾아가는 단계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3~4개월 정도를 던지면 포스트시즌에 가장 좋은 컨디션을 찾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처음부터 무리를 시켰다가 중간에 투구를 멈추고 이닝 관리를 하는 것보다는 흐름상 더 나아보이는 방법이다. 오타니 또한 "한 번 더 수술을 하게 되면 투수를 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라면서 몸 상태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선수의 심리도 중요한 만큼 무리할 이유가 전혀 없다.

다저스 선발 투수들도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물론 지난해에도 엄청난 양을 쌓았다고 자부했으나 줄부상에 고전했던 기억이 있는 다저스라 안심할 수는 없다. 그래도 부상자들이 상당 부분 회복했고, 적어도 5월까지는 오타니 없이도 로테이션을 꾸려갈 수 있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블레이크 스넬을 영입해 에이스감도 찾았다. 타일러 글래스나우는 개막 대기가 가능하고,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건강을 되찾았다. 토니 곤솔린, 더스틴 메이, 에릭 쉬헌, 바비 밀러도 차례로 돌아온다. 여기에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의 재계약을 비교적 낙관하고 있다. 한편으로 사사키 로키 영입전에도 발을 담구고 있다. 사사키 영입에 실패하면 짧은 기간 쓸 수 있는 선발 투수를 또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마디로 던질 투수는 많다.

만약 기존 선수들이 부상 없이 자신의 경력 평균만 발휘한다고 가정하고, 오타니가 순조롭게 올라와 9월에 베스트 컨디션을 맞추게 된다면 다저스 선발진은 포스트시즌에서 대단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스넬, 글래스나우, 야마모토, 오타니까지 네 명의 선발은 강력한 구위로 무장해 있다. 불펜도 리그 정상급이다. 사실 정규시즌에는 오타니가 투수로 던지지 않아도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전력이 바로 다저스다. 로버츠 감독의 이야기는 그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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