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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제자들과 함께 웃는 선생이 꿈"..선수에서 교습가로 변신, 정웅택의 인생 2막은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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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KPGA 투어 선수 생활을 정리하고 교습가로 변신한 정웅택 원장이 베트남 소노벨 하이퐁 골프리조트에서 16명의 제자들과 훈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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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금 체중 이동이 되질 않잖아. 억지로 치면 절대 원하는 샷이 나오지 않아." "오케이~ 지금 드라이버는 잘 맞고 있으니 아이언으로 바꿔 연습해."

2025년 1월 8일 이른 아침. 베트남 하이퐁시에 있는 소노벨 하이퐁 골프리조트 천연잔디연습장이 분주하다. 새 시즌을 위해 한국에서 날아온 골프 선수들의 샷 연습 현장이다. 골프 클럽에 공이 부딪치는 현장음 속에 묵직한 목소리가 공간을 가른다. 군대 사격장에서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군인들이 움직이는 모습과도 흡사하다.

엄중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정웅택 대표 원장. 2010년 5월 KPGA 프로(준회원), 2014년 6월 KPGA 투어프로(정회원)에 각각 입회해 1부와 2투 투어 무대에서 7년간 활동했던 선수다. KPGA 투어는 지난해를 끝으로 사실상 은퇴했고, 지금은 대구, 경북 지역 골프 선수를 위한 '정웅택 골프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미래의 골프 스타들을 지도하고 있다. 투어프로로 최고 성적은 2021년 9월 스릭슨투어 18회 대회 우승이다.

현재도 교습가보다는 선수 타이틀이 더 익숙하다는 정웅택 원장. 투어 활동을 하면서 뜻하지 않게 지도했던 주니어 선수들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자 자신의 진로를 고민했다. 그리고 2023년 10월에 지도자의 삶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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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 투어 선수 생활을 정리하고 교습가로 변신한 정웅택 원장이 베트남 소노벨 하이퐁 골프리조트에서 16명의 제자들과 훈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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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원장은 "정규투어 시드전 결과가 좋지 않아 진로를 고민하던 차에 소문을 듣고 찾아온 6명의 선수들을 위한 아카데미를 열었다. 열심히 하다보니 지난해 여름에 기하급수적으로 인원이 늘어났다. 현재는 18명의 선수를 지도하고 있다"며 "제자 중에 김주엽 학생이 대구시장배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2등도 팀에서 나왔다. 운이 좋게도 교습가로서의 첫 해가 잘 풀려 지금의 아카데미 규모가 만들어졌다. 두 명 뿐 아니라 열심히 하고 있는 모든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투어를 뛰는 것에 대한 아쉬임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계가 찾아왔고, 고심 끝에 선택한 교습가의 길이 나랑 잘 맞고, 소질도 있는 것 같아 지금은 후회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며 환하게 웃었다.

골프를 잘 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완전 다른 얘기다. 투어 최정상급 선수들도 자신에게 맞는 교습가를 찾아 지도를 받는 이유기도 하다. 정 원장은 투어 경력이 증명하듯 '치는' 선수였지 '가르치는' 선생은 아니었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 환경 때문에 제대로 된 레슨을 받아본 적도 없다. 스스로 터득한 골프나 다름없다. 한계를 깨달은 후부터는 '잘 가르치는 공부'에 매달렸다.

레슨 관련 세미나 현장은 지역과 나라를 마다않고 찾아 다녔다. 특히 골퍼의 신체와 스윙의 관계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세계적인 교육전문기관인 '타이틀리스트 퍼포먼스 인스티튜트(TPI)'의 레벨 3 과정을 모두 이수했다. 레벨 3는 지난해 말 미국으로 건너가 자격을 획득했다.

정 원장은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고 진짜 열심히 했다. 다행히 지금은 레슨에 대한 체계를 어느정도는 갖췄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그래서 지금 공부 중이다"며 "선수로 뛸 때는 몰랐던 게 조금씩 지식으로 쌓이는 게 흥미롭고 너무 재밌다. 올해도 공부하고, 레슨 관련 장비를 구입하는 것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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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교습가는 자격만 갖췄다고 인정받을 수 없다. 본인이 완벽하게 이해하고 습득을 해야 선수들에게 맞는 레슨이 가능하고, 그래야만 지도자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스스로 노력이 없다면 자신은 물론 믿고 찾아온 제자들에게도 분명 해가 된다.

정 원장은 그 부분만큼은 철저한 교습가다. 그는 "위험한 레슨은 금물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배우면 사흘 동안 내 몸에 익힌 후 제자들을 가르친다. 구력이 낮은 선수들에게는 일주일 정도 기간을 둔다"며 "시합을 앞둔 제자들에게는 투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상황별 실전 레슨을 해준다. 멘탈 교육은 내가 부족한 부문이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고 밝혔다.

교습자 전향을 고민할 때는 주변의 도움도 컸다. 정 원장은 "대구에 있는 피닉스 골프골프클럽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다. 연습장 이재철 대표님 덕분에 아카데미 첫 발걸음이 가벼웠다. 또 필드 경험을 가능하게 해준 경북 칠곡 아이위시 컨트리클럽 대표님도 은인이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수고는 있지만 제자들 실력 향상을 보면서 모두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부족한 선생을 믿어준 부모님들의 지지도 큰 힘이 된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전지훈련을 소노벨 하이퐁 골프리조트로 정한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 기업인 대명리조트가 운영하는 골프장으로 18홀 정규 코스에 9홀 연습 코스, 그리고 천연잔디연습장과 숏게임 연습장을 갖추고 있다.

한국에서 골프장 책임자로 경력이 풍부한 소노벨 하이퐁 골프리조트 이준일 지배인이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리조트 전체를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고, 특급호텔 경력이 있는 정용주 셰프가 매끼 정성이 담긴 음식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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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신체 특징에 맞는 트레이닝이 필수다. 한국골프트레이닝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임종민 트레이너와 박용재 트레이너는 선수들의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낮밤으로 땀을 흘리고 있다. 정 원장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도헌 스윙 코치 역시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 캠프를 운영하고 있는 골프 선수 매니지먼트와 마케팅 전문기업 비넘버원의 현장 직원 파견도 매력적이다.

정 원장은 "전지훈련 장소를 결정하기 전에 사전 답사를 왔었는데 그동안 다녔던 곳 중에 최고라 말할 수 있다. 식사까지도 완벽한 연습 환경이다. 게다가 한국의 초가을 날씨라 제자들이 지치지 않고 훈련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엄지를 세웠다.

잠깐의 인터뷰 동안에도 정 원장의 시선은 제자들에게 향해 있었다. 이름값이 아닌 진정성 있는 교습가를 꿈 꾼다고 밝힌 그는 "연습 환경이 완벽하기 때문에 내 어깨가 더 무겁다.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모든 걸 쏟아낼 생각이다.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때 '후회 없이 보냈노라'며 제자들과 한바탕 웃으면서 전지훈련을 마치고 싶다"고 다짐했다.

사진=김인오 기자, MHN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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