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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8 (목)

    이슈 독일 '분데스리가'

    “영국 잔디는 양탄자, 한국은?” 해외파들 추춘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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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축구 정책 전환 검토 두고

    “경기 치르기 어려운 극한 상황”

    린가드·이승우 등 입 모아 비판

    부상 등 위험에도 대책 못 찾아

    경향신문

    FC서울의 ‘캡틴’ 제시 린가드는 “영국 잔디는 양탄자다. 잔디 상태는 말해 뭐 하냐”며 한국과 영국의 잔디 품질 차이를 단적으로 표현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린가드는 최고의 환경에서 활약했던 선수라 K리그의 한겨울 잔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승우(전북)는 지난 주말 광주FC와의 홈경기가 끝난 뒤 “너무 추웠다. 경기장이 축구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당시 전주 지역은 체감온도가 영하 11도까지 떨어지는 추운 날씨였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벨기에 등에서 활약했던 이승우는 “이런 그라운드에서 경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돈을 내고 오는 사람들한테도 솔직히 부끄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프로축구연맹은 국제 일정 정합성, 혹서기 경기 부담 해소, 해외 이적 시장 연계 등을 이유로 추춘제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청용(울산)은 “2월의 대한민국 축구 경기장 잔디는 경기를 치르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K리그 1·2 모두 어느 하나 적절한 경기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EPL 볼턴 원더러스와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오랜 기간 뛰었고,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도 밟았던 이청용은 유럽 주요 리그에서는 겨울에도 경기장이 철저히 관리된다고 강조했다.

    잉글랜드 카디프시티와 J리그를 경험한 김보경(안양)도 “선수들은 추위도 추위지만 그라운드로 인해 부상 등 경기를 운영하는 데 위험이 더 높아진다”면서 “J리그는 돔구장도 있고 잔디 상태도 우수한 편이다. K리그는 잔디가 1년 중에 몇개월 빼고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청용은 “추춘제는 경기를 구성하는 가장 큰 주체인 선수 그리고 팬을 위한 조치다. 쉽지 않은 정책이지만 실행된다면 축구, 산업 모두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승우가 언급했듯 “이런 경기장이라면 말이 안 된다. 열선을 깔든가, 잔디를 바꾸든가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게 선수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선수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린가드가 밟았던 EPL의 겨울철 양탄자 같은 잔디는 그라운드 열선시설 덕분이다. 익명을 요구한 구단 잔디 관리자는 “EPL은 잔디 예산이 국내의 10배 이상이다. 올해 인상된다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30억원 예산이 국내 최고 수준”이라며 “시도민 구단이 많은 현실에선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즌 여름철 잔디 관리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 시즌이 예년에 비해 일찍 시작되면서 잔디가 충분히 뿌리를 내릴 시간이 적었다. 또 다른 경기장의 잔디 관리자는 “잔디도 동면한다. 이 시기에 뿌리를 내리며 쉴 시간이 필요한데 올해는 그 기간이 줄었다. 4월 말 기온이 급상승하면 잔디가 죽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울산문수구장과 아산이순신종합운동장 등 최근 잔디를 교체한 경기장들이 위험하다. 다른 잔디 전문가는 “올겨울 추위로 잔디가 뿌리를 내리기 더욱더 어려웠을 것”이라며 “잔디가 자리 잡으려면 봄 기온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하는데, 올해는 4월부터 낮 최고기온이 28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여름 초입 기온으로, 잔디 관리자들은 비상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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