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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한국, 80위 오만과 무승부 쇼크... 일본은 세계서 가장 먼저 본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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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7차전' 한국과 오만의 경기, 1대1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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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40분까지 슈팅 개수 0개. 상대는 FIFA 랭킹 80위 오만. 23위 한국으로선 민망한 경기력이었다. 그리고 그 초반 불안감은 결국 막판 실망감을 안기면서 끝났다. ‘제2의 오만 쇼크’라고 해도 할 말 없는 경기였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는 2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7차전 오만과 경기에서 1대1로 비겼다. 전반 41분 이강인(24·파리 생제르맹)의 킬 패스를 받은 황희찬(29·울버햄프턴)이 선제골을 뽑았으나 후반 35분 오만 알리 알 부사이디(알 십)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한국 처지에선 충격이나 다름 없는 결과다. 전력상 절대 우세라고 평가받았고, 이날 전까지 상대 전적 역시 5승 1패로 압도적 우위. 2003년 10월 아시안컵 예선에서 1대3으로 졌던 유일한 패배 ‘오만 쇼크’는 22년 전 일이다. 안방에서 오만과 무승부로 마치리라 점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지난해 9월 역시 안방에서 팔레스타인과 0대0 무승부 졸전을 벌인 이후 두번째 수모다.

수비와 중원의 핵 김민재(29·바이에른 뮌헨)와 황인범(29·페예노르트)이 부상으로 결장한 탓도 있지만 그 것만으로 변명이 되긴 어려운 경기 운영이었다.

오만 선수들이 정상 컨디션도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감은 배가됐다. 지금은 무슬림 5대 의무 중 하나인 라마단 기간. 오만 선수들은 해가 뜬 뒤부터 해가 질 때까지 물도 입에 대지 않고 기도만 하다가 A매치 당일인 이날만 예외로 정상 식사를 했다고 한다. 더운 날씨에 익숙한 오만 선수단이 한국 꽃샘추위에도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 그럼에도 비겼으니 한국에겐 여러모로 굴욕이다.

한국은 4승 3무(승점 15)로 B조 1위를 유지했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은 다음번 A매치 기간(6월5일 이라크전과 10일 쿠웨이트전)으로 넘기게 됐다. 오만은 4위(2승1무4패 승점 7)다. 오만과는 1승1무로 예선을 마쳤다. 지난해 10월 원정 경기에선 3대1로 낙승한 바 있다.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에서 3개 조 1~2위를 차지한 6개 팀은 본선에 직행한다. 한국이 이날 오만전과 25일 요르단전에서 2연승을 거두면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최소 2위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물거품이 됐다.

한국은 이날 전반 내내 공만 빙빙 돌릴 뿐 이렇다 할 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오히려 오만이 전반 38분 날카로운 슈팅으로 한국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패스가 안 되면 돌파를 하든지 측면을 공략해 크로스로 공중전을 벌이든지 해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닌 지루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그나마 백승호(버밍엄시티)가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면서 뒤늦게 투입된 이강인이 ‘원 패스 원 킬’을 창출했다.

20일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한국과 오만의 경기에서 황희찬이 선제골을 넣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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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입된 지 3분 만에 중앙선 부근에서 오만 수비수들 사이를 가로질러 골문 가운데로 향하는 기가 막힌 패스를 황희찬에게 찔렀다. 좁은 틈을 파고드는 절묘한 한 방이었다.

질주하던 황희찬은 약간 짧은 듯한 이 패스를 뒷꿈치로 절묘하게 잡아 놓은 뒤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왼발로 오른쪽 구석으로 차 넣었다. 1-0.

이강인은 본래 뛰던 오른쪽 측면 공격수 대신 수비 미드필더 자리에 공을 배급하는 데 주력했다. 입국한 지 48시간도 안 된 터라 무리하지 않게 하려는 코치진 의도로 보였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한국 공격의 핵 손흥민(33·토트넘)이 전방에서 자주 고립되면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손흥민이 공을 잡으면 오만 선수 2~3명이 달라붙었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헐거워진 다른 공격수들이 이 상황을 활용해야 했는데 그런 전술은 보이지 않았다.

손흥민 돌파는 이중 삼중 수비에 막히고 다른 한국 공격수들은 이를 뚫어낼 개인기가 없었다. 이강인이 전방으로 밀어준 공은 잔뜩 몰려든 오만 수비 벽에 걸린 선수들이 몇 번 주고받다가 뺏기기 일쑤였다.

후반 들어 주민규(35·대전) 대신 들어간 오세훈(26·마치다)이 감각적인 헤더로 골문을 두드렸으나 결정적 장면으로 가기엔 부족했다.

“쉬운 볼을 상대에게 넘겨주다 보니 이기고 있지만 이기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홍명보 감독).”

그 불길한 느낌은 아쉽게도 들어 맞았다. 후반 35분 이강인이 한국 진영 페널티 아크 앞에서 오만 공격수와 경합 중에 왼쪽 발목을 접질려 쓰러졌다. 수비수들이 당황한 사이 오만 공격수가 공을 가로챘고, 넘어진 이강인 주위로 오만 선수들이 밀고 들어오면서 슛을 날려 그대로 그물을 흔들었다. 허무한 일격이었다. 공을 멀리 차냈으면 이강인이 쓰러진 이상 경기가 중단됐을텐데 어설프게 처리하다 빼앗겨 벌어진 참사였다.

이강인은 끝내 혼자 힘으로 일어나지 못하고 업혀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 뒤로 한국은 공격수(오현규와 양현준)들을 교체 투입하며 재역전을 노렸으나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제2의 오만 쇼크’보다 더 큰 악재는 당분간 이강인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변수다. 한국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요르단과 8차전을 가진다. 홍명보 감독은 “최종 예선에 돌입하고 나서 가장 좋지 않은 경기력이었다”면서 “부상 선수들이 나왔는데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일본은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에서 열린 바레인과 C조 7차전에서 2대0으로 승리하면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일본의 승점은 19(6승1무)로, 남은 3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최소 C조 2위를 확보했다. 이로써 일본은 개최국 미국·캐나다·멕시코를 제외하고 세계 최초로 본선 진출을 확정한 국가가 됐다.

신태용 감독을 경질한 C조 인도네시아는 호주에 1대5로 대패했다. 1승3무3패(승점 6)로 조 4위다.

[고양=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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